[Opinion] 언제까지나 나는 잠들면 안 돼, D.P.2 3화 '커튼콜' [드라마/예능]

글 입력 2023.08.0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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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변환]디피2 포스터.jpg

넷플릭스 공식 포스터

 

 

D.P.2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되었다.

 

탈영병을 잡는 디피조의 이야기인 D.P는 군대 자체의 부조리함을 다루고 있다. 이번 D.P.2에서는 김루리, 장성민, 나중석, 마지막으로 디피조 안준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이 중에서 가장 많은 여운이 남는 인물은 3화의 장성민 상병이다.


장성민 상병은 연기하고 노래하는 일에 열정적이며 그가 연극 속 인물이 된 순간 쾌감을 느끼는 사람이다. 고등학교 연극부 시절에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였고, 대학 입학 후 연극영화과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두던 학생이었다.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에서 여주인공 ‘니나’의 역할을 본인이 하겠다고 한 모습이 나오며, 탈영한 이후에는 ‘니나’로 드래그 퀸으로서 활동하였다.


사실 드라마에 나온 내용만으로는 장성민이 성소수자라고 단언할 수 없다. <갈매기>의 여주인공을 남성인 본인이 하겠다고 한 이유는 그의 대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예술학도는 문학작품을 재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드래그와 성정체성은 별개이다. 드래그 퀸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은 다양한 성정체성을 가지고 있기에 이를 통해서도 성소수자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장성민은 단지 낮에는 공장에서 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밤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정도로 노래하고 연기하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하나의 역할을 하나의 성에 가두어 생각하지 않고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예술학도이다.

 

하지만 개인의 다양성보다는 모두가 하나가 되기를 추구하는 군대에서는 이러한 장성민의 눈에 띄는 특성을 기어이 흠으로 잡아낸다. 군대에서의 장성민에게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내도록 한 것이다.

 

 

[크기변환]갈매기.jpg

 

 

D.P.2의 3화 <커튼콜>에서는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를 전반적인 소재로 삼고 있다. 장성민은 대학교에서 여주인공인 니나 역할을 지원했다는 이유만으로 선배에게 구타당하고, 탈영 후 ‘니나’로 활동하고 있었으며 위조 신분증을 만들었을 때 그의 이름은 장니나였다.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에서 갈매기는 다양한 해석을 두고 있지만, D.P.2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갈매기는 꿈, 이상을 뜻한다. 탈영한 장성민의 현실은 군대이다. 현실 속에서 장성민은 탈영병일 뿐이고 디피조에게 쫓기고 있는 신세다. 결국엔 군대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상은 제의받은 공연에서 성공적인 공연을 한 후 배우 장니나로 새 인생을 사는 것이다. 그러한 이상이 손끝에 닿은 순간 그는 다시 현실 속으로 돌아와 도망치는 탈영병이 되었다. 안톤 체호프의 작품에서 갈매기가 죽은 것처럼 장성민도 그렇게 죽은 것이다.


장성민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은 그가 바에서 부르는 뮤지컬 헤드윅의 OST - Wig In A Box이다.


 

오늘 같은 세상 어지러운 이 밤

트레일러 타운 불빛이 꺼지면

난 외로워 난 지쳐 슬픔에 터질 것 같아

이제 여행-을 떠날 시간

내 얼굴엔 Make up 카셋 테잎 노래

가발로 마무리하면

어느새 난 미소 짓는 미인대회 여왕님

언제까지나 나는 잠들면 안 돼

 

- Wig in A Box 중

 

 

현실로 돌아온 순간 그는 다시 탈영병이 돼 있었다. 언제까지나 그는 이상에서 떨어지면 안 되었고, 현실로 다시 돌아온 순간 그는 죽었다. 하지만 그는 “난 죽어도 군대 밖에서 하고 싶은 거 하다가 죽을 거야”라고 말했었고, 결국에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다가 죽었다.


장성민이 죽은 후 한호열은 이렇게 말한다.


 
그때 제대하면 뭐 하고 싶냐고 물어봤잖아? 사실 나 잘 모르겠어. 내가 뭐 하고 싶은지. 누구는 죽도록 하고 싶은 거 하다가 죽기도 하는데... 나는 잘 모르겠어. 나는 뭐 하고 싶은지. 진짜로 제대하면 하고 싶은 게 참 많았거든. 근데 왜 생각이 안 날까? 하나도 생각이 안 나.
 


누군가는 본인이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도 모른 채, 누군가는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하지 않고 망설인 채로 살아간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지만 도망친 곳에서 죽기 전까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다면 그것도 누군가에게는 잠시나마 낙원이지 않을까.

 

 

[송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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