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오케스트라는 웅장하다, 고잉홈프로젝트

글 입력 2023.08.04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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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고잉홈프로젝트_포스터.jpg

 

 

웅장하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오케스트라의 향연은 가히 감격스럽다.

 

이번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고잉홈프로젝트(Going Home Project)>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음악가들이 한국에 모여 '음악'으로 소통한다. 살아온 환경과 사용하는 언어가 다른 이들이 같은 곳에서 '음악'을 통해 하나가 된다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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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일 공연은 에드바르드 그리그의 <심포닉 댄스 1번>으로 막을 열었다.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 등 개별적인 악기의 독특한 음색이 한데 어우러져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합주곡이 흘러가는 순간 우리를 나누는 이분법적인 세계관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인간이라는 이름으로 한 자리에 모여 호흡을 같이하는 것, 오케스트라만이 할 수 있는 미묘한 전율에 휩싸인 기분이었다.

 

이번 공연에는 합주곡 이외에도 수석 연주자들 중심으로 펼쳐지는 협주곡을 만나볼 수 있었다. 악기의 개별적인 소리가 잘 드러나지 않는 합주곡과는 달리 협주곡에서는 독주 악기만의 소리를 제대로 음미할 수 있다.

 

새소리처럼 청아한 플루트 연주는 듣는 내내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처럼 통통 튀는 주인공이 당장이라도 풀밭에서 달려 나올듯한 느낌이 들었다. 낮을 줄만 알았던 첼로에도 상당히 높은 음이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면서 힌 악기가 가진 스펙트럼이 엄청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c)SihoonKim-GoingHome-081.jpg

 

 

악기의 고운 선율과 함께 귓가에 흘러들어오는 모든 연주가 대단했지만, 그중 심금을 울린 것은 바수니스트 유성권이 연주하는 <바순 협주곡 2악장(Bassoon Concerto in B flat major, II. Largo)>이다.

 

뱃고동처럼 굵직하게 뻗는 소리가 '고독한 아버지'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했다.

 

단순히 음이 낮은 것이 아니라 깊고 두터운 느낌이다. 처음 '바순'이라는 악기를 접한 순간 쓸쓸하고 고독하나 들여다보면 가장 단단한, '아버지'에 대한 인상이 뇌리에 강하게 박혔다. 악기 하나가 인간의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 같아 완전히 매료되었다.

 

독주 악기가 기교를 온전히 뽐낼 수 있도록 함께하는 다른 악기는 배경이 되어주는데, 그 모습이 마치 독주 악기가 발산하는 소리 방울을 반주 악기가 밑에서 받춰주는 느낌이었다.

 

'협주'라는 말이 함축하듯 서로 협력하여 조화를 이루어내는 것, 인간뿐만 아니라 음악도 가능하다는 것을 처음 느끼게 된 순간이었다.

 

 

(c)SihoonKim-GoingHome-231.jpg

 

 

피날레는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가 장식한다. 작은북의 여린 선율이 모든 오케스트라를 선두 지휘하는 듯한 느낌이다.

 

작은북이 이끄는 리듬에 맞춰 플루트가 맑은 소리를 내고 그 뒤를 따라 모든 악기들이 출현하면서 소리가 점점 커지고 웅장해진다. 소리가 강해지고 다채로워짐에 따라 감상자는 자연스럽게 숨을 죽이고 연주에 몰입하게 된다.

 

오케스트라는 악기와 연주자 뿐만 아니라 감상자가 함께 하모니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잠재력을 가진 악기와 이를 잘 다스려 소리를 다듬는 연주자, 그리고 그것을 듣는 관객의 태도가 오케스트라 공연을 이룬다.

 

연주자와 함께 호흡하여 곡에 완전히 빨려 들어가는 것, 그리고 연주가 끝났을 때 울려퍼지는 박수 소리가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다.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하기에 오케스트라는 웅장하다.

 

 

[박진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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