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행복은 찾는 게 아니야, 항상 함께 하는 거지 - 붉은 파랑새 [공연]

글 입력 2023.08.0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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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 물질만능주의 사회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행복은 돈이나 물질을 많이 소유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알랭 드 보통의 책 <불안>에는 이러한 문장이 나온다.

 

 

발전한 사회는 역사적으로 볼 때 전보다 높아진 소득을 제공하기 때문에 우리를 더 부유하게 해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결과를 놓고 볼 때 우리를 더 궁핍하게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무제한의 기대를 갖게 하여 우리가 원하는 것과 얻을 수 있는 것, 우리의 현재의 모습과 달라졌을 수도 있는 모습 사이에 늘 간격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에서 우리는 원시의 야만인보다 더 심한 궁핍을 느낄 수도 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인간은 어느 순간부터 내가 원하는 것을 언제든지 가질 수 있는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밥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사냥을 나가던 원시인과 달리 우리는 터치 한 번으로도 원하는 음식을 시켜 먹을 수 있다. 위문장의 말처럼 우리는 언제나 우리가 원하는 것과의 간격이 유지되기 때문에 점점 행복에 대한 기준치가 올라가게 되었다.

 

행복에 대한 기준은 아이에서 벗어나 성인이 되고 난 후 더 높아지게 된다. 학교가 온 세상이던 아이 때와 달리 어른이 되면 진짜 현실, 진짜 사회와 마주치기 때문이다. 작은 것에도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모습은 사라지고  큰 이상을 좇고 그 이상에 다가가지 못하면 엄청난 좌절을 마주한다.


파랑새 증후군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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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파랑새>에서 성인이 된 틸틸에게 파랑새는 언제 행복하냐고 묻는다. 그러자 틸틸은 과거의 파랑새를 찾던 여정에서 행복했던 기억을 얘기할 뿐 현재의 행복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못한다. 성인이 되어 만난 틸틸은 꿈과 희망을 모두 잃은 상태였다. 틸틸은 경쟁 사회에 살아가며 자신을 잃었다고 한다. 


마치 요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경쟁 사회에 살아가기 위해 매일매일을 열심히 살아가지만 그들 중에는 열심히 살아가는 목적이 무엇인지,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성인이 된 틸틸에게 파랑새는 다시 모험을 떠나자는 제안을 한다. 모험을 떠나기 전 파랑새는 틸틸에게 당부의 말을 전한다. 


"내가 파랑새란 걸 믿어줘"


틸틸은 마지못해 알겠다고 대답하지만 모험이 끝나기 전까지도 파랑새라는 것을 믿어주지 않는다. 모험에서 만난 이들이 이전의 모습을 잃고 늙은 파랑새에게 진짜 파랑새가 맞아?라고 물을 때도 틸틸은 확신의 대답을 하지 못한다. 결국 파랑새는 틸틸을 떠나게 된다. 


파랑새를 계속해서 의심하고 주변 사람들의 말에 휩쓸리는 틸틸은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사람들은 어떤 일을 성취해도 그 업적에 대해 제3자가 인정해야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우리는 왜 항상 행복을 가까이에 두고도 의심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그건 제 어린 시절 얘기고요. 이젠 어른스러워진 거예요"


틸틸은 꿈과 희망을 잃어버린 자신을 어른스러워진 것이라고 얘기한다. 어른스러워진다는 것은 뭘까. 꿈과 희망을 잃어버리고 차가운 현실을 마주하는 것? 사회가 정한 성공을 향해가는 것?


우리는 아무도 어른스러워진다는 것에 대한 정의를 모른다. 어른스러워진다는 것은 지금 앞에 놓인 작은 행복에도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파랑새는 찾는 게 아니라 항상 함께했을지도 모른다. 


파랑새는 우리 곁에 항상 있었는데 우리가 보지 못한 건 아닐지 돌아보길 바란다.

 


[임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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