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사랑으로 살자

주저하면서도 사랑으로 살자고 말하면서
글 입력 2023.08.02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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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 지나가는 짧은 마음들을 기록하기를 좋아한다. 그런 내게 시기별로 메모장에 자주 등장하는 문장들이 있곤 하는데, 얼마 전까지는 ‘더 좋을 거야’였다. 내 앞에 다가올 미래가 불안하고 현재는 불만족스러워 제발 그랬으면 하는 심정으로 주문을 외우듯 자꾸만 되새겼다.


절박하게 믿고 싶었고, 어느 날은 가만히 믿고 있기 두려워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까 계획까지 착실히 세워가기도 했던 하나의 구호였다. 더 좋을 거야. 더 좋아지게 만들거야. 메모장에 적고, 입 밖으로 소리내어 말하고, 나와 닮은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 종종 꺼내놓던 짧은 한 마디.


그러니까 이건 믿음이자 기대이고 동시에 다짐이기도 했다. 실제로 어느 날의 일기에는 “좋은 일이 안 생기면 내가 어떻게든 만들고 말겠어, 누가 이기나 보자”하는 악에 받친 문장을 적어놓기도 했었다. 그리고 이 말을 자주 떠올리며 살았던 시기에 대해 길게 풀어서 적어놓은 글도 한 편 있다. [에세이] 더 좋을 거야


최근에는 ‘더 좋을거야’에서 ‘사랑으로 살자’는 말로 옮겨왔다. ‘사랑하며 살자’도 아니고 ‘사랑받으면서 살자’도 아니고 ‘사랑을 기억하며 살자’도 아닌 ‘사랑으로 살자’. 미묘한 어감과 의미의 차이가 있는 비슷한 말들을 나열해놓고 왜 나는 이 말을 골랐는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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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마디는 어느날 꿈에서 나한테 찾아왔다. 나는 장교로 군생활을 하다 얼마전에 전역했는데, 꿈속에서 이제 장교가 되려고 준비하고 그 첫걸음을 내딛는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외쳤던 것이다. 사랑으로 살자고. 꿈이라 구체적인 맥락은 생각나지 않지만 내가 지나온 같은 길을 걸어야 할 사람들에게 꼭 전하고 싶었던 말이었나 보다.


이 꿈은 내가 그 시기를 충분히 사랑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아쉬움에서 비롯된 걸까? 지나온 길에는 언제나 아쉬움이 남는 것이지만 끝을 바라보며 더 많은 사랑을 품고 나누어줄걸 무의식중에 아쉬워하고 바랐는지도 모른다.


‘사랑으로 살자’는 말이 ‘사랑하며 살자’는 말과 다른 것은 사랑을 해야한다는 의미보다 너의 삶과 모든 행동이 ‘사랑으로’, 그러니까 사랑을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뜻이라는 점이다. 사랑이 내 마음에 드는 특정한 어느 한 부분에서만 선택되는 태도가 아니라 모든 행동과 말에 녹아들기를 바라고 다짐하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다.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든 일을 사랑으로 해주기를. 때론 질책도 해야하고 다그치고 화도 내야겠지만 그 근간에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깔려있기를. 이제는 되돌릴 수 없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어려웠던 나의 처음을 누군가 그렇게 대해주길, 그리고 내가 누군가를 어떻게 대할지 결정할 수 있는 자리에 있을 때 더 많은 사랑을 나누어주기를. 나는 바랐었나보다.


나는 나를 사랑하기가 너무 힘들다. 다른 사람에게는 금세 사랑에 빠지고, 누군가에 열정에 쉽게 설레기도 하면서 유독 나에게는 엄격하고 까다로운 기준과 잣대를 들이대며 괴롭힌다. 결국 나는 나와 평생 살아가야 하니까 더 잘하고싶고 더 나아지고 싶은 욕심도 당연하지만, 좀 더 부드러운 마음을 가져본다. 내가 나를 먼저 사랑할 수 있기를 그래서 사랑으로 살면서 더 많은 사랑을 나누어주길 기대해본다.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자신에게 중요하고 필요한 것을 주고싶어 한다는 말을 봤다. 오늘도 우리 아빠가 아침에 나를 보고선 한 말은 ‘밥 먹어야지?’였다. 어젯밤 운동을 마치고 들어왔을 때도 같은 말을 하셨다. 물론 엄마도 종종 같은 말을 하신다. 당신들께는 어린 시절 한 끼 끼니를 잘 챙기는 일이 그렇게 중요했다고 한다. 자주 들어 지겹지만 그 말 속에 담긴 마음은 안다.


나는 누군가를 좋아할 때 어떤 말과 마음을 주고있나 생각해봤다. 그게 반대로 나에게 필요했던 것일 테니까. 지난 기록을 보니 나는 좋아하면 무조건적인 신뢰와 믿음을 주려한다. 걱정하지 말라고, 내가 너를 아는데 너는 잘 할거라고, 그 믿음이 안 믿어지는 날에는 내가 너를 믿는 믿음을 믿으라고, 막연하고도 단단한 확신을 손에 쥐어준다.


나도 그런 말이 듣고싶다. 다들 티는 잘 안 내지만 사실 사는건 다 외롭지 않나? 일을 마치고 방에 돌아와 앉으면 찾아오는 고독이 있지 않나. 아무리 연애를 하고 바쁘게 일을 하고 좋아하는 일을 해도 어느 순간 비집고 들어오는 이상한 감정들이 있지 않나. 그럴땐 무작정 나를 지지해주고 믿어주는 이가 있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을 사랑이라고 이름 붙여도 될까?


사실 사랑이 뭔지 잘 모르겠다. 사람은 결국 자기 입장에서 사랑을 하니까. 나의 사랑의 표현이 누군가에게는 사랑이 아닐수도 있고, 반대로 누군가 고심해서 전해오는 마음도 나에게는 귀찮고 번거로운 것으로 느껴질 때도 있을 것이다. 진심은 생각보다 잘 통하지 않고 우리는 이해와 오해 사이를 오가며 상처받고 상처주기를 반복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렇게 말하고 싶은건 왜일까? 우리 사랑으로 살자고. 사랑이라는 허울 아래 오해와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별 의미없는 짓이라고 힐난해도, 어느새 사랑론자가 되어버린 나는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나 스스로도, 당신을 향하는 마음도 전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사랑이 뭔지 정확히 말하고 전할수 없으면서도 사랑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사랑으로 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상처투성이고 문제투성이인 이 세상을 사랑하고야 말겠다. 그래서 언젠가는 당신의 마음에 꼭 맞는 사랑을 찾아내고야 말겠다. 우리 그런 마음으로 살면 좋겠다. 주저하면서도 사랑으로 살자고 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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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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