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이돌과 팬덤 사이 보이지 않는 선 - 방탄소년단의 Outro: Her [음악]

선(線)과 이해의 공존
글 입력 2023.07.2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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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K-POP을 대표하는 이들이 아이돌이라는 것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반박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소위 말하는 '아이돌 세대론'에 의하면, 1세대 아이돌로부터 시작된 K-POP의 아이돌 계보는 이제 4세대까지 이르렀다. 그 시간 동안 수많은 아이돌 그룹이 무대 위에서 빛났고, 그 수백 배의 사람들이 그들을 사랑했다.


그리고 그 한쪽 편에서 매년 적지 않은 숫자의 아이돌 그룹이 데뷔했고, 주목받지 못한 채 사라졌다. 그럼에도 무대에서 반짝이는 이들을 동경하는 아이들은 계속해서 생겨나고, 그렇게 새로운 아이돌 그룹이 매 순간 나타난다.


그런 아이돌이 존재하는 한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존재가 바로 '팬덤'이다. 아이돌이라는 단어 자체가 '많은 사랑을 받는'다는 뜻을 내포한 만큼, 그들을 사랑하는 이들이 없으면 아이돌 역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돌과 팬 사이의 관계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격의 없는 친구 사이처럼, 혹은 한없이 쏟는 아가페적 사랑의 관계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서로에게 지켜야 할 선이 반드시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느끼기에, 그것은 '팬'이 '아이돌'에게 요구하는 선이다. 팬에게 아이돌은 친근한 존재이면서 빛나는 스타여야 하고, 그러면서도 향상심을 잃지 않는 도전자여야 한다. 가까우면서도 멀어야 하고, 멀면서도 우리는 '함께'한다는 공동체적 인식이 필요한 사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선은 팬이 아이돌의 서사에 이입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다. 나의 아이돌이 더 좋은 커리어를 얻기를, 더 높은 위치에 서기를 바라는 팬들의 마음은 아이돌이 친구이자, 스타이자, 도전자일 때 시너지 효과를 얻는다. 이 중 하나라도 어긋났을 때, 팬덤은 아이돌의 '성장 서사'에 이입하기 어려워진다.


이 시점에서 아이돌은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세 가지, 혹은 그 이상의 페르소나를 흔들림 없이 유지하면서 자아를 지켜나가야 하는 상황이 그다지 녹록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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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생각해 봤다. 아이돌은 팬을 어떻게 생각할까? 아이돌은 팬을 불편하게 느끼지는 않을까? 단순히 고맙기만 한 존재일까? 이 정의하기 어려운 관계를 아이돌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렇게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나의 의문에, 작게나마 이정표가 되어 준 곡을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방탄소년단의 [Outro: Her]이라는 곡이다.


방탄소년단의 랩퍼 3명(알엠, 슈가, 제이홉)의 랩으로 구성된 이 곡은 처음부터 끝까지 팬과 아이돌의 관계를 얘기한다. '팬송'이지만, 특이한 점을 꼽자면 팬들과의 관계로부터 발견된, 더 나아가 발전된 '아이돌'로서의 페르소나와 직업인이 아닌 '나'로서의 페르소나를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But I found myself

The whole new myself

나도 헷갈려 대체 어떤 게 진짜 난지

널 만나고 내가 책이란 걸 안 걸까

아님 니가 내 책장을 넘긴 걸까


So many complex

But I'm lookin' for love

가짜 나라도 좋아 니가 안아준다면

넌 내게 시작이자 결말 자체니까

니가 날 끝내주라


아이돌로서 팬을 만나 새로운 나를 알게 되었다는 내용은 사뭇 놀라웠다. 단순히 직업인인 아이돌로서의 자아가 형성되었다기보다는, 팬과의 관계를 통해 생겨난 사회적 자아를 또 다른 나로 인식하는 방식이 건강하게 느껴졌다. 애초에 아이돌로서의 시작이자 결말이 '팬'의 존재에서 비롯되었다면, 그 관계에서 최선의 사랑을 추구하는 것 또한 아름다운 해결책이 아닌가.


어쩌면 나는 너의 진실이자 거짓일지 몰라

어쩌면 당신의 사랑이자 증오

어쩌면 나는 너의 원수이자 벗

당신의 천국이자 지옥 때론 자랑이자 수모

난 절대 가면을 벗지 못해

이 가면 속의 난 니가 아는 걔가 아니기에


이런 내가 이런 내가 당신의 사랑 받을 자격 있을까

언제나 당신의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을 해

이런 모습은 몰랐음 해


이들은 팬과 아이돌의 관계에 대해 더 민감한 부분을 꼬집기도 한다. 아이돌의 행동에 의해 팬이 느끼는 수많은 감정들, 천국에 온 듯하다가 한 번에 지옥에 떨어뜨려지는 느낌을 받는 팬들의 심정을 아이돌도 알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것을 알기에 '가면을 벗지 못하는' 화자의 이야기는 직업인이 아닌 자신의 페르소나를 이야기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화자는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을 하고, 그 모습은 몰랐으면' 한다고 말한다. '가면 속의 내'가 아닌 빛나는 스타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의지이며, 이것은 어찌 보면 팬들에게 지키고자 하는 '선'이다.


가장 나다운 식에 대입을 하고

전부인 너를 위해 내가 내린 해답을 줘

그걸 사랑해주는 너

그로 인해 노력하는 나

니 존재로 새로운 의미를 찾고 빛을 내는 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아이돌도 자연인으로서의 자아를 놓을 수 없고, 놓아서도 안 된다. 결국 자연인으로서의 '나다운' 모습을 보여줄 때, 팬들이 그에 호응하고 사랑해 준다면 그 때 또 다른 관계가 형성된다. 물론 여기서 수반되어야 하는 것은 그러한 팬들을 위해 '노력하고', '새로운 의미를 찾는' 성장 서사의 존재다.


앞서 팬과 아이돌의 관계는 '선'을 지켜야 한다고 언급했다. 팬과 아이돌도 인간 대 인간의 관계인 만큼 당연한 말이지만, 일 대 다수의, 실질적인 소통이 어려운 관계인 만큼 특수할 수밖에 없는 '선'이다.


선이 터무니없이 가혹하게 느껴질 때도,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도 있을 터다. 하지만 그 선을 어떻게 인식하고, 지키면서 더욱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는지는 아이돌과 팬덤의 몫이다.


이 노래 속에서 방탄소년단은 보다 대담하게 선에 접근하기를 원했고, 정말 솔직하게 선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 결과 선은 훨씬 뚜렷하게 존재감을 뽐내면서도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수준에서 정리되었다. 아이돌은 이해했고, 팬덤은 이해받았다. 이것이 단 하나의 정답은 아니겠지만, 또 하나의 방향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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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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