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자존감은 우리를 구원하는가? - 손쉬운 해결책

글 입력 2023.07.23 08:5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손쉬운 해결책_표1띠.jpg

 

 

진정 흥미로운 책이었다. 심리학이라고 하면 응당 기대하게 되는 지점들을 완전히 깨부쉈기 때문이다.

 

오늘 소개할 책 <손쉬운 해결책>은 다소 과격하지만,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는 심리학적 확신이 사실은 '근거 없는' 맹목적인 믿음이었다는 사실을 날카롭게 까발린다. 심지어 많은 이들의 신념을 반박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저자는 다수의 증거를 들이밀며 우리에게 물음표를 제시한다. 그거 정말 맞아?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자존감이다. '자존감 수업'이라는 책이 나왔을 정도로 자존감이라는 개념은 우리 사회에서 굉장히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심지어 그 영향력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막강한 파워를 가지고 있다. 마치 하나의 미션처럼, 우리는 자존감을 지키고 향상시킬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끊임없이 생산해 내고 있다. 같은 내용을 보고 또 보며 체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때 이런 현상을 가만 보고 있던 누군가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정말 자존감은 당신을 구원할 수 있는가?

 

책 <손쉬운 해결책>은 '그렇지 않다'라고 답한다. 오히려 자존감은 사회적 및 구조적인 문제를 마치 개인의 잘못인 양 축소화시키는 무책임한 개념이자. 개인을 모든 문제의 주체로 격상시키는 무례한 개념일 수 있다고 말한다.

 

자존감이라는 개념이 표면 위로 드러난 때로 돌아가 볼 필요가 있다. 자존감이 사회적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때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사실 여기에는 정치적인 야망이 담겨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연히 괴짜 정치인의 눈에 띄게 되며, 자존감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자존감에 큰 매력을 느낀 그는 자존감의 중요성을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이에 열광했고 자존감의 능력은 점점 더 부풀려져 이내 모든 문제의 원인은 자존감 때문이라는 결론에 닿게 된다. 즉 자존감 문제만 해결되면 모두가 평화롭고 아름다운 세상에서 살 수 있으리라는 주장이 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후 진행된 자존감과 성취도 사이의 상관관계 연구는 결코 자존감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증거를 도출하였다. 자존감이 해결된다고 다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님을 확인한 것이다.

 

책 <손쉬운 해결책>은 말한다. 결국 자존감은 문제의 원인을 개인에게 돌려, 사회 및 정치적인 이슈 또한 개인에게서 답을 찾도록 은밀히 유도한 전략이었을지 모른다고. 꽤 일리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자존감 열품의 시작이 정치인이라는 것부터 찝찝한데 실제 연구 결과로도 확인이 되었다고 하니, 그간 자존감이 낮아질 때마다 스스로를 탓했던 나 자신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어쩌면 심리학이 가지고 있는 한계일 것이다. 심리학이란 본디 인간 개개인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학문이니, 사회의 역동을 간과하고 있다는 비판은 학문 본질에서부터 발생할 수 있는 비판일 수 있다. 다만 그 정도가 너무 강해졌을 때 즉, 밸런스가 무너지고 너무 개인의 이슈로만 집중이 몰릴 때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모든 문제가 단 한 가지만의 이유로 발생하지 않는 것처럼, 심리학이 제시하는 해결책 역시 나름의 고민을 통한 답변일 것이다. 이는 책 <손쉬운 해결책>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바다. 책 <손쉬운 해결책> 또한 자존감이 아예 무용한 개념은 아니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특정한 환경, 특정한 인물 군에서는 자존감이 제 역할을 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tim-mossholder-DZcZ4Kskq6U-unsplash.jpg

 
 

결국 책 <손쉬운 해결책>은 궁극적으로 일반화의 오류를 피하라는 말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엔간히 말하면 듣는 사람이 없으니, 강한 어조로 부탁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이 내가 책 <손쉬운 해결책>을 두고 흥미롭다고 말하는 이유이다. 강력하고 확실하게 요청하는 저자를 통해, 때로는 직접적이고 공격적인 어조가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올 수도 있다는 것을 배운다. 실제로 그 덕에 나 또한 자존감에 대해, 그리고 자존감을 이야기하는 사회에 대해 비틀어 생각해 볼 수 있었으니까!

 

 

[김규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