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베스트 셀러의 함정 [도서/문학]

콜린 후버의 Reminders of Him을 읽고
글 입력 2023.07.13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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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후버(Colleen Hoover)는 현재 가장 핫한 작가 중 한 명이다. 아마존 소설 랭킹 차트를 휩쓸고 있고 2016년에 출간된 대표작 It Ends With Us는 뉴욕 베스트셀러 Paperback Trade Fiction 부분 113주 연속 리스트에 올라있다.

 

그녀가 인터뷰 및 책 후기에서도 언급했듯이 거대한 팬덤을 얻게 된 것에는 틱톡 덕분이다. 열혈 독자들은 #BookTok #coho(콜린 후버의 닉네임) #cohorts (독자들의 팬네임) 태그와 함께 완독 인증 사진을 공유했다. 2012년 자가출판으로 첫 책을 냈을 당시 시급 $9 일을 하고 있었던 그녀는 하루아침에 스타 작가 덤에 올랐다.

 

원서를 꾸준히 읽고 있는 차에 대표작 It Ends With Us 를 읽었다. 작가의 필체와 스토리의 흡입력이 대단해서 오랜만에 졸린 눈을 비벼가며 밤을 새웠다. 콜린 후버의 모든 책을 정주행 하겠다는 생각으로 It Starts With Us (It Ends With Us의 후속작)와 Verity를 읽었지만 결정적으로 Reminders of Him을 읽고 나서는 크게 실망했다.

 

*

여기서부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Reminders of Him의 줄거리는 이렇다. Kenna는 음주 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낸다. 옆에 타고 있던 남자친구 Scotty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패닉에 빠져 현장을 도망치지만 당시 Scotty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살인죄로 5년 동안 감옥에 가게되고 딸 Diem을 낳는다. 수감중이라 딸의 친권은 Scotty의 부모가 가지게 된다. Kenna 절실하게 딸 Diem을 보고 싶어하지만 그녀가 출소한 뒤에도 Scotty의 부모는 그녀가 Diem을 보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때 Scotty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Ledger가 Kenna에게 첫눈에 반해 그의 도움으로 Scotty의 부모는 Kenna를 용서한다.

 

스토리는 Kenna와 Ledger의 시선을 번갈아가면서 전개된다. 주인공의 시선으로 스토리가 그려지기 때문에 대다수의 독자들이 책의 화자인 Kenna와 Ledger에 감정이입하여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소설을 읽어나갔을 것이다. 

 

콜린 후버의 문장들이 흡입력이 대단하고 독자들을 감정이입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Reminders of Him은 스토리의 개연성과 입체적인 인물을 그려내는 데는 여러 이유에서 실패한 소설이다. 

 

그 이유는,

1) Ledger는 Scotty 부모에게 Kenna가 좋은 사람이라고 설득하지만 소설은 정작 Kenna가 어떤 사람인지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다. 독자들은 Kenna가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 우리가 아는 것은 Kenna가 예쁘고 성적인 매력이 있었기 때문에 Ledger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는 사실 뿐이다.

 

2) Scotty 부모가 Kenna를 용서하게 된 계기는 Ledger가 몰래 훔쳐 온 Kenna가 죽은 Scotty에게 쓴 편지를 읽고 나서다. 5년 동안 아들을 죽인 살인자라고 생각하고 증오했던 사람을 편지 한 통으로 깨끗하게 용서하는 것이 가능한가? 정말 단 편지 한통으로?

 

3) 사고 당시 Kenna의 행동은 이해하기 어렵다. 아무리 Scotty가 죽었다고 생각했어도 사랑하는 남자친구를 도로에 두고 도망쳐서 집으로 가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 소설을 읽는 내내 Kenna의 행동을 설명할 반전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Kenna가 당시 겁에 질려서 패닉상태에 빠졌다는 사실 밖에. 

 

4) 작가는 Ledger가 다양성을 존중하고 여성주의 시각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이야기해 주고 싶었던 모양이지만 설정이 단편적이고 작위적이다. 바 사장인 Ledger가 다양한 인종의 직원을 채용했다는 사실만 던져두고 그가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님을 암시하는 식이었다.

 

5) Ledger와 Kenna의 섹스신들이 뜬금없이 등장해서 스토리 몰입을 방해한다. 죽은 남자친구의 절친과 세상 뜨거운 섹스를 하면서 딸을 그리워하는 절망감과 상실감 동시에 그려내기에는 Kenna 행동에 대한 개연성이 부족했다.

 

놀랍게도 Reminders of Him의 Goodreads 리뷰 사이트의 별점은 5점 (59%) vs 1점 (1%)이다. 대단한 기대 없이 킬링타임용 소설을 찾는다면 콜린 후버의 소설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이렇게까지 틱톡에 바이럴되지 않았다면 그저 로맨스 소설 매니아 층에서 가볍게 읽는 로맨스 소설로 남았을 것이다. 

 

작품에 대한 판단은 오롯이 각자의 몫이다. 다만, 대중성과 작품성은 엄연히 다른 영역임을 콜린 후버의 소설을 읽고 새삼 깨달았다. 베스트셀러에 현혹되기 보다는 비판적이고 독창적인 시각으로 작품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한 것임을.

 

 

 

에디터 명함 최은지.jpg

 

 

[최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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