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외국어를 배워요, 쉽지 않네요. - 외국어를 배워요, 영어는 아니고요

외국어와 인생 공부의 공통점
글 입력 2023.07.09 06:4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외국어를 배워요_표1.jpg


 

어른이 되어 새롭게 무언가를 배우는 일은 탄탄하게 구축해 놓은 세계를 허물어 뜨리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외국어를 배워요, 영어는 아니고요》에서 저자는 자신이 알던 세계에 틈을 내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는 ‘이미 늦었다’의 세계에서 ‘아직 시간이 있다’의 세계로, ‘그 때문에 불행하다’의 세계에서 ‘그때 그런 일이 있었다’의 세계로 나아가는 이야기다. 사회적 성취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닮고 싶은 어떤 세계에 닿기 위해 하는 공부는 삶의 지향점에 더 가까워지도록 저자를 이끌었다.

 

《외국어를 배워요, 영어는 아니고요》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이국적인 배경 아래 다양한 삶, 생의 에너지, 차이를 인정하는 자세, 언제라도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로 독자를 이끄는 책이다. 전작인 《다른 삶》, 《외로워서 배고픈 사람들의 식탁》과 마찬가지로 이번 책에서도 곽미성 저자는 프랑스에 사는 한국인 여성이라는 정체성에 두 발을 단단히 붙이고 그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한국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 언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누구야? 대단한 사람들이지!


 

131.png


 
“그러고 보면 외국어 공부란, 신화 속 형벌 같다. 바위가 다시 그 무게의 속도로 굴러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온 힘을 다해 바위를 산꼭대기에 밀어 올려야 하는 형벌 같은 것. 외국어를 배우는 일에 완성이 어디 있는가. 나는 프랑스어의 세계에서 20여 년을 살고 있지만 여전히 완성됐다고 말할 수 없고, 그런 날은 절대로 오지 않으리란 걸 안다. 외국어란 산 정상 위에 머무르지 않는 바위와 같이 완전한 단계가 없다. 그러니 외국어 공부의 진짜 고통은 그 끝없음의 허무와 싸우는 데 있다.”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을 사랑하는 나도 어려운 것이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이다. 내가 모르는 환경에서 자란 언어를 내 몸에 흡수하는 일은 물을 3L 들이키는 속도보다도 훨씬 느리다. 각자 다른 환경과 문화 속에서 자랐기에 당연한 현상인 것일까. 그렇다면 유사한 자연환경에서 자란 국가들 사이에서는 언어를 배움이 쉬워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이 책과 외국인들의 증언에서 알 수 있었다.

 

내 친구 중에도 외국인이 있다. 캐나다에 살고 있는 친구. 그 친구는 영어와 프랑스어를 아주 유창하게 한다. 그러나 그런 친구에게도 어려운 것은, 프랑스어와 영어를 현지인처럼 말하는 것이다. 불가능한 것일지 몰라도 언어를 배우는 사람에게 가장 큰 목표는 현지인처럼 말하고 대화하는 것이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언어를 공부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위 문단은 도서 <외국어를 배워요, 영어는 아니고요>에서 나온 일부분이다. 이 부분을 읽고 절절히 통감했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함을 알면서도 바위를 다시 언덕 위로 올리는 그 과정이 언어를 배우는 프로세스를 완벽히 설명했다고 생각한다. 해당 도서의 지은이는 프랑스에서 20년을 넘게 살며 유창한 프랑스어를 구사한다. 심지어 한국어와 영어까지 완벽하게. 그러나 그녀가 이번엔 ‘이탈리아어’ 배우기에 도전한다. 다시 알파벳부터 처음으로 배워야 하는 언어의 세계, 우리는 이렇게 어려운 언어의 세계를 꾸준하게 도전하려고 하는 것일까. 분명히 쉽지 않은 길임을 분명한데 말이다.

 

저자가 이 글을 작성하며 이렇게 말한다.

 

 
“외국어 공부도 매 과정에서 희열을 느껴야만 의미가 생기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다를 수 없을지라도 그 자체로 마음을 충족시켜야 하는 일. 언젠가 소명할 것을 알면서도 일상의 무게를 지고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 다 그렇듯이 말이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 그것은 희열이다. 언어를 공부하고 배움은 그 작은 희열을 크게 만들어주는 원인이고 그 이유 때문에 우리의 삶이 언어로 가득 차게 된다는 것. 우리가 살고 있는 인생, 그 자체의 모습이었다.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면 멋있어 보여서? 다른 이들에게 자랑할 수 있어서? 취업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결국엔 이런 질문들을 엮어보면 우리는 ‘살기 위해서’ 언어를 배우는 것이다. 이러한 질문들과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이 희열을 준다. 그 희열을 누리는 삶, 우리가 윤택하게 인생을 살기 위해 언어를 배우는 것은 아닐지.

 

흔히들 언어를 배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자신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이 도서를 읽고 다른 차원의 ‘자신감’을 고려하게 되었다. ‘틀리지 않을’ 자신감 말고, 이 언어를 배움으로써 내 삶이 아름다워질 ‘자신감’ 말이다. 더 많은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인사이트를 얻고, 나와 다른 환경 속에서 자란 사람을 만나 이해력과 공감을 기르는 그런 아름다운 삶. 그것이 다 언어의 경험에서 나오는 선물들인 것이다.

 

배우는 과정은 쉽지 않다. 정말 말 그대로 ‘Non è facile’ 쉽지 않다. 신화 속 형벌 아니 사실 그보다도 더 오랜 세월을 고생해야 할지도 모른다. 가끔은 넘어지면서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오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바로 ‘희열’. 우리의 주된 목표가 ‘희열’임을 잊지 않으면 우리는 계속해서 돌멩이를 언덕 위로 올리는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외국어를 배워요, 쉽지 않은데도 불구하고요.

 

 

[임주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