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누군가에게 닿을 글을 상상하며 - 제10회 ART insight 심사평

글 입력 2023.11.1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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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이라는 거창한 명분으로 글을 쓰려니 첫 문장 쓰기가 참 어렵습니다. 글이란 평가가 아닌 호불호와 취향의 영역에서 논해야 한다는 생각을 종종 하는데, 심사라니. 글을 읽는 건 익숙하지만 평가는 또 다른 영역이었기에 이 자리가 설레면서도 부담스러웠습니다. 호불호는 한두 문단만 읽어도 직관적으로 정해지지만, 심사는 그런 식으로 진행할 수 없지요. 그래서 몇 가지 기준을 세웠습니다.

 

우선 주제가 제시된 글쓰기이므로 글에서 주제가 명확하게 드러나는지를 보았습니다. 다음으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글이 일관된 논리로 설득력 있게 전개되는지, 글의 내용이 얼마나 참신하고 구체적인지를 체크하며 읽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글은 타인과의 소통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비문이나 맞춤법 오류 없이 잘 읽히는지를 확인했습니다.

 

네 가지 기준에 따라 점수를 매기고 순위가 생기긴 했지만, 점수는 심사의 결과일 뿐입니다. 저에게는 명백히 '극호'인 글이었지만, 기준에 따라 점수를 드리다 보니 감점을 하게 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물론 점수와 상관없이 읽는 동안 저에게 큰 깨달음을 준 글도 있었습니다. 점수보다는 그런 이야기를 이 심사평에서 나누고자 합니다.

 

마흔 편의 글을 읽으며, 공통적으로 문화예술을 향한 애정과 더불어 자기 자신의 존재에 관해 깊이 고민한 흔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문화예술이 카메라 필터 같다던 이도형 에디터님, 문화예술을 다중우주에 비유한 변정현 에디터님, 그리고 문화예술을 자신의 삶에 녹여낸 과정을 진솔하게 써주신 윤지원 에디터님의 글을 읽으며 문화예술이 한 사람에게 어떤 안식처와 이정표가 되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 차원을 넘어서 문화예술의 사회적인 의미를 짚어준 분도 많았습니다. 인간과 인간을 연결하는 문화예술의 힘을 언급한 윤채원 에디터님, 문화예술이란 '굳이'라는 물음에 답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라 정의한 류나윤 에디터님의 글은 최근 예술에 회의감을 느끼는 저에게 새로운 화두를 던졌습니다. "예술의 역사는 부친살해의 역사"라는 인상적인 인용으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양자연 에디터님의 글도 잘 읽었습니다. 다양한 글을 읽으며 문화예술이란 자아를 실현하는 방법이자 삶의 휴식시간이면서, 세상에 균열을 내고 다른 길을 제시하는 것임을 배웠습니다.

 

아트인사이트의 의미에 관해서도 많은 분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아트인사이트가 미지의 수식들이 생겨나는 인생의 함수상자 같다고 비유한 신성은 에디터님, 아트인사이트가 관용과 향수가 있는 곳이라고 한 정해영 에디터님의 글에서 공감되는 대목이 많았습니다. 아트인사이트에서의 글쓰기를 진지하게 고찰하신 이승주 에디터님의 글도 흥미로웠습니다. 아트인사이트에서는 효율과는 거리가 있는 방식으로 무언가를 파고들 수 있다고 하신 황수빈 에디터님과, 이곳에서 나만의 속도와 흐름을 만들어간다는 정해영 에디터님의 글을 읽으면서는 10주년을 맞은 아트인사이트의 존재 의의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이 밖에도 지면에 일일이 언급할 수는 없지만 참가하신 모든 에디터분들이 자신만의 관점을 담은 한 편의 글을 완성해주셨습니다. 모두 잘 읽었고, 고생하셨다는 말씀을 이 글을 통해 전합니다.

 

글이라는 건 쓰는 한 사람의 사소한 생각에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일단 글이 완성되어 형태를 갖추고 나면 다른 독자를 만나며 점점 처음과는 다른 모습이 되어 갑니다. 이번 글들 역시 일단 세상에 태어났으니 그렇게 자기만의 길을 가겠지요. 마흔 편의 글들이 저를 비롯해 어떤 독자를 만나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가능하면 많은 글이 태어나 다양한 독자와 만나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으로서, 모두가 계속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요. 그 글은 분명 쓸 당시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누군가에게 닿을 테니까요. 심사가 아닌 호불호와 취향의 영역에서요.

 

 

* 문화는 소통이다>ART insight>제10회 ART insight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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