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lage를 따라서] 일랑일랑 향 추천기

글 입력 2023.10.3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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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는 일랑일랑을 소개했다.

 

햇빛을 듬뿍 머금은 따뜻함이 연상되는 일랑일랑은 그 매력만큼 정말 다양한 향에 쓰인다. 특히 따뜻하고 여성스러운 플로럴 노트의 향에는 정말 높은 확률로 일랑일랑이 들어있고는 한다. 유명한 향으로는 샤넬의 No.5나 디올의 자도르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런 향들을 일랑일랑 향으로 소개하기는 조금 무리가 있다. 다양한 향 안에서 조화롭게 일랑일랑이 존재하지만, 일랑일랑을 확연히 느끼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의외로 일랑일랑을 메인으로 두는 향은 일랑일랑이 향에서 자주 쓰이는 빈도를 생각하면 의아할 정도로 적은 편이다.

 

또 일랑일랑의 이국적인 달콤함은 꽤나 호불호가 강하다. 어떤 이들은 크림 같이 화사한 꽃향을 너무나 사랑할 테지만, 다른 이들은 느끼하고 익숙지 않은 향으로 느낄 수도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 인근 나라를 여행하고 온 사람들은 일랑일랑을 몸에 뿌리는 향수의 향긋함으로 느끼기보다는 ‘동남아 마사지’ 향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동남아시아에서 일랑일랑이 잘 자라기도 하고, 특유의 몸과 마음 모두 노곤해지는 향 또한 마사지에 어울리기에 자주 사용해서 인 듯하다.

 

그럼에도 일랑일랑의 향은 그 어떤 향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독특하고 개성 있는 향이다. 이러한 일랑일랑이 잘 드러나는 향을 소개해 본다.

 

 

 

1. 차갑고 세련된 일랑일랑


 

[크기변환]일랑일랑추천1.jpg

 

 

앞서서 일랑일랑은 아주 따뜻한 태양의 기운을 지닌 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차가운 일랑일랑이라니 무슨 소리일까 의아했을지도 모른다.

 

첫 번째로 소개할 향인 르라보의 ‘일랑49(Ylang 49)’는 일랑일랑이 메인인 향임에도 서늘하고 시크한 인상을 풍긴다. 일반적으로 화사하고 긍정적인 기운을 내뿜는 일랑일랑의 이미지와는 다소 다르다. 그 이유는 함께 구성된 노트를 살펴보면 알 수 있는데, 습습한 숲의 기운을 가진 오크모스, 패츌리, 베티버 등이 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시프레(Chypre) 일랑일랑’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시프레는 오크모스 글에서도 설명했듯이 시프러스 섬에서 영감을 얻어 녹색의 숲속 이끼와 나무 등을 연상시키는 향이다.

 

일랑49의 일랑일랑은 평소처럼 따뜻한 기운을 주진 않지만, 침침하고 습한 노트의 구성 속에서 대조적으로 깨끗하고 강단 있는 느낌을 준다. 자칫하면 따뜻하다 못해 텁텁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일랑일랑과 시원하고 그을은 느낌을 주는 시프레 계열이 만나 깨끗하고 우아한 일랑일랑 향이 탄생한다.

 

특유의 이국적인 느낌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현대적인 여성에게 어울리는 향이다. 마냥 여성스럽거나 시크하기만 하지 않다. 깔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와중에도 여성스러움이 느껴지는 도시 속 커리어우먼이 떠오른다.

 

일상생활에서 일랑일랑의 풍성한 크리미함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면 이 향을 추천한다. 세련되게 일랑일랑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2. 뜨거운 해변가의 일랑일랑


 

[크기변환]일랑일랑추천2.jpg

 

 

두 번째로 소개할 향은 앞의 일랑49와는 정반대의 향을 지니고 있다. 일랑일랑에 기대하는 이국적인 적도의 느낌과 황금빛 태양이 느껴지는 향이랄까. 바로 겔랑의 ‘앙브뤵스 디 일랑(Embruns D’ylang)’이다.

 

겔랑의 향 설명을 읽어보면 코모로 제도의 눈부신 해변과 머나먼 이국을 꿈꾸게 하는 향이라고 적혀있는데, 정말 향기에 꼭 들어맞는 설명이다. 일랑일랑의 빛나는 햇빛 같은 화사함을 잘 표현해낸 향이다.

 

앙브뤵스 디 일랑의 특별한 점이라면, 일랑일랑의 이국적인 느낌을 바다의 향기와 합쳐 더욱 아름다운 해안 휴양지의 모습을 그려냈다는 점이다. 온화한 해풍과 시원한 소리를 내며 철썩이는 파도의 시원함이 함께 느껴진다.

 

이 향을 처음 접했을 때의 감상은 ‘오감으로 느끼고 싶은 향’이었다. 굳이 향조를 분석하며 따지기보다는 향이 그려내는 풍경과 분위기를 상상하며 즐기는 것이 더 어울리는 향이었달까.

 

참고로 이름의 Embruns는 영어로 Sea spray, 즉 바다 비말을 뜻한다. 파도가 칠 때마다 생기는 에어로졸 형태의 물보라를 뜻한다. 파도 근처에 있으면 자잘한 파도의 방울이 안개처럼 얼굴에 내려앉는 것을 상상하면 된다. Ylang Sea spray라, 이 향에 꼭 들어맞는 이름이다.

 

태양의 뜨거움과 파도의 시원함이 공존하는 향이 바로 앙브뤵스 디 일랑이다. 일랑일랑의 분위기를 잘 살린 향을 찾는다면 이 향을 추천한다.


 

[김유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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