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클래식 애호가는 무엇에 집중할까 [음악]

클래식의 진입장벽인 지휘자와 연주자
글 입력 2023.07.0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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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애호가들이 클래식에 대해 대화하는 것을 들을 기회가 있다면 한번 자세히 들어보자. 그들이 하는 말 중에 얼마나 이해할 수 있는지 말이다. 아마 대부분은 이해하지 못 할 말들이다. 당연히 어떤 분야에 능통한 '덕후'들의 대화를 이해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기대했던 느낌이 아닐 수 있다. 적어도 필자는 그랬던 경험이 있기에 함께 나누어 보고자 한다.


필자가 예상했던 대화는 작곡가에 대한 평가일 줄 알았다. 예를 들면, 모차르트나 베토벤과 같이 유명한 작곡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들을 비교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러나 너무 구체적이지 않았던 탓일까? 클래식 애호가들을 만난 후 다른 방향의 이야기를 접하고 깜짝 놀랐다. 생각보다 작곡가에 대한 이야기는 자주 하지 않는다. 그럼 무슨 이야기가 오가는가?


바로 작곡가를 제외한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연주를 들으러 가면 연주자, 연주 환경, 연주 환경의 잔향, 연주를 듣는 관객의 태도와 같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만약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러 간다면 지휘자, 악단의 역량, 악기 수, 협연자(협연자가 있다면 말이다) 등 음악을 표현하는 대부분에 대해 논한다. 폭넓게는 앨범에 대해 녹음 환경, 음반사, 녹음 당시 시대상 등 앨범의 음향에 영향을 준 배경에 대해 서로의 취향이나 의견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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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대화 속에서 작곡가에 대한 이야기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다. 이런 맥락을 통해 클래식을 접하게 된다면 아쉽게도 그들의 대화에 끼지도 못하고 이해하지도 못하게 된다. 이런 상황은 클래식에 입문하게 될 사람들에게 큰 장벽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작곡가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잘 아는 것


 

그렇다면 왜 작곡가에 대해 크게 다루지 않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본론부터 말하자면 "작곡가에 대해서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클래식에 깊은 애정을 가진 사람들은 클래식 음악에 대한 뼈대를 관심 있게 찾아 듣는다. 이들의 목적은 음악을 그 자체로 즐기는 것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미학적 관점을 확립하는 것 또한 있다. 어려운 말이지만 한마디로 음악적 취향이 확고해진다는 뜻이다. 클래식 음악은 그 길이와 숨겨진 구조 등 즐길 거리가 많기 때문에 자신의 취향이 정해질 부분이 많다. 그런 복합적인 요소들을 고르고 골라 음악적 가치관을 형성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작곡가에 대한 이해는 필수이다. 만약 바흐의 한 곡이 마음에 들었다면 같은 곡을 듣다가 바흐의 다른 곡도 들어보기 마련이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바흐에 관해 관심이 계속 이어가 일종의 팬심이 생기게 된다. 마치 요즘 아이돌을 좋아하는 팬덤 문화와 다를 바가 없다. 계속해서 그들의 음악을 찾아 들어보고 관심을 가지고 내가 이 작곡가를 왜 좋아하는지 생각도 해본다. 아이돌 팬덤 문화와 차이점이라면 작곡가는 끌리는 외향적 특징은 없고, 오로지 음악성으로만 승부를 보기 때문에 음악성이 겹치는 다른 작곡가에게도 관심을 가질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위 과정을 거치면서 다양한 자료들을 읽어보기도 하고, 다양한 곡들을 들어보게 된다. 중요한 점은 한 곡이라도 다양한 앨범으로 들어볼 수 있다는 점이다. 각 연주자의 연주 방식이나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곡도 전혀 다른 곡처럼 느껴질 수 있다. 애호가는 여러 앨범 중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앨범을 찾게 되면 이를 '명반'이라 생각하고 더 깊은 팬 활동을 시작한다.

 

 

  

지휘자, 연주자는 작곡가의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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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를 잘 이해한 클래식 애호가는 이제 실제 연주에 대해서 논하기 시작한다. 아무리 작곡가들이 뛰어나도, 연주가 되지 않으면 한낱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다. 그래서 작곡가나 곡을 잘 표현하는 지휘자 혹은 연주자들에 대해 논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기왕이면 좋은 연주를 듣고 싶으니 어떤 방향이 좋은지 논하게 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아이돌을 좋아한다면, 그 아이돌의 매력 포인트를 잘 살리는 코디가 있기 마련이다. 그 코디를 만드는 코디네이터를 팬들이 원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만약 괴상한 코디가 올라온다면 곧바로 인터넷에서 "이번 코디가 누구냐"며 분개한다. 코디 외에도 다양한 요인이 아이돌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처럼 클래식도 다양한 요소들이 개입하여 하나의 연주를 만들어 낸다.


연주도 마찬가지로 이 세상에 없는 작곡가보다 세상에 음악을 드러내는 연출가에 더 주목할 수밖에 없다. 만약 연출가가 작곡가를 잘 표현하지 못한다면 작곡가의 변명을 들을 수 없으니 오해가 생길 여지가 있다. 애호가는 그들이 왜 기억돼야 하는지, 왜 그들의 음악이 훌륭한지에 주목하기 때문에 이미 논의가 완료된 작곡가보다 현재에서 연주를 만들어내는 이들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입문자에게 느껴지는 장벽


 

하지만 클래식에 입문하는 사람들은 여기에 당황할 수 있다. 입문자는 다양한 계기로 입문하게 된다. 최근 'K-클래식'이라며 한국인의 콩쿠르 수상으로 클래식이 화제가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조성진이나 임윤찬과 같은 콩쿠르 우승자들은 클래식 입문에 큰 역할을 한다. 이들을 통해 입문한 사람들은 클래식을 즐기는 방식이 클래식 애호가들과 다른 방향으로 진행된다. 연주자가 표현하는 곡보다 연주자 자체에 집중한다. 그들이 음악에 몰입하여 연주하는 모습에 매료되어 그들의 영상을 시청하고, 직접 연주를 보러 가기도 한다. 클래식 애호가 공연을 보거나 음악을 들을 때에 비해 훨씬 좁은 폭의 음악을 접하게 된다. 여기에 대부분의 클래식 애호가들은 클래식 소비문화가 아쉽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에 불만을 표하기엔 무리가 있다. 클래식 애호가 입장에서 클래식을 대중문화와 분리해서 우월하다 느끼기도 한다. 그러니 클래식을 전통적으로 소비하는 방식이 아니라면 반발한다. 그러나 과거에도 이런 문화가 지속되어 왔다. 작곡가들은 그 당시의 최고의 예술가이거나 인지도를 이용해 예술을 하는 일종의 사업가라고도 할 수 있었다. 리스트와 같은 피아노 연주자나 로시니 같은 오페라 작곡가들은 사업가나 엔터테이너의 면모가 잘 드러난 작곡가이다. 이제 와서 그들의 음악을 고귀하고 신성하게 다루는 것은 정답이라 보기 어렵다.


클래식 애호가와 대중에게 가장 큰 간극이 있는 부분이 앞서 언급한 지휘자와 연주자, 더 크게는 앨범에 관한 사항이다. 클래식 문화가 더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입장에서 위 사항은 중요한 측면이면서도 강요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만 클래식을 좋아하게 된다면 이 부분에 대해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아주었으면 하며 글을 마친다.

 

 

[윤지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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