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들의 열기를 되찾을 수 있을까? [문화 전반]

과열된 K-POP 팬 문화, 과연 자정이 답일까?
글 입력 2023.07.0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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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뻗어 나가는 K-POP’, ‘K-POP 열풍’. 10년은 된 듯한 이 말은 언제까지 회자할까?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지날 때까지 열풍은 끝나지 않는다. 다른 양상을 띠며 언제나 새로운 열기를 불러오는 K-POP. 우리는 그 열기가 지나치지 않은지, 그것에 데지 않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밀리언셀러’, 흔히 보는 단어가 아니었던 이 수식어는 최근 들어 음반 판매 시장에서 자주 등장하고 있다. 10만 장만 팔아도 성공한다던 말은 옛말이 되었다. 음원 성적이 좋지 않아도 음반 판매량은 10만 장을 훌쩍 넘는다. 디지털 음원 형태로 음악을 소비하던 시장에 레트로 열풍이라도 불어 닥친 것일까? 흔히 ‘피지컬 앨범’으로 불리는 음반 소비량이 증가했다. 죽어가던 음반 시장에 활기가 찾아왔다는 사실에 기뻐해야 할까? 이 활기는 과도한 열기라고 명명함이 맞을 것이다.


밀리언셀러라는 수식어를 보유한 K-POP 아티스트의 음반은 쉽게 구할 수 있다. 교내 복도나 음반 판매점 앞, 혹은 쓰레기통에서 무료로 가져올 수 있다. CD를 포함해 구성품도 대부분 그대로다. SNS에 검색하면 미개봉 음반을 정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백만 장이 넘는 판매 음반이 헐값에 떠돌거나 버려지고 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중 두 가지 이유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먼저, 팬덤 내 많은 이들에게 음반은 음악 소비 매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음반 구매에 수반되는 여러 기회의 가능성을 이유로 대량 소비를 진행한다.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팬 사인회 응모부터 팬 미팅 응모, 미공개 포토 카드 증정 등 음반 구매를 통해 여러 이벤트를 진행한다. 팬들은 그런 이벤트의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음반을 되도록 많이 구매한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음반과 그것을 이루는 CD, 가사집이 아닌 ‘음반 구매 내용’인 것이다. 그렇게 개봉되지도 못한 음반이 쉽게 방치되는 구조가 되었다.


두 번째는 과열된 ‘포토 카드’ 소비 시장 때문이다. 개봉되었지만 버려지거나 외면당하는 음반의 구성품 중에서 유일하게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은 ‘포토 카드’이다. 대부분 아티스트가 직접 찍은 본인 사진으로 인쇄되며 음반에 무작위로 수록되는 구성품이다. 그 무작위성 때문에 팬덤 내에서 많은 교환이 이루어지며 심지어 이 포토 카드만을 사고파는 시장이 형성되었다.


코로나19가 창궐하고 비대면 거래가 확산함에 따라 포토 카드 거래 시장의 규모도 급격히 커졌다. 음반 구매는 음악 소비가 아닌 ‘포토 카드 뽑기’로 전락해 버리고 음반은 처치 곤란한 물품이 되어버렸다. 미공개 포토 카드 같은 경우 그 희귀성 때문에 포토 카드 한 장이 음반값을 넘어서는 일이 다반사다. 과연 이러한 구조를 가진 소비 시장이 옳다고 말할 수 있을까? 처치할 수 없는 물건은 결국 쓰레기가 되어버린다. 많은 쓰레기 배출을 동반하는 포토 카드 소비 과열을 식힐 필요가 있다.


지난 5월에 작성된 기사에 따르면 한국음악콘텐츠협회는 이달부터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만들어진 앨범만 차트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환경 문제에 내세울 수 있는 대책이 제도화라는 것이 안타까우면서도 불가피한 현 상황에 조금 더 강력한 방안은 없을까 하는 양가적 감정이 든다.

 

음반 소비 시장뿐만 아니라 K-POP 아티스트의 공연 예매에서도 과열된 팬 문화를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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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EVENTEEN Weverse

 

 

최근 SEVENTEEN(이하 ‘세븐틴’)의 콘서트 예매가 시작되었다. 이달 21일과 22일에 진행되는 [SEVENTEEN TOUR ‘FOLLOW’ TO SEOUL]은 팬클럽 추첨제를 통해 예매 시작을 알렸다. 추첨제는 유료 멤버십에 가입한 사람들에게만 응모할 기회가 주어지는 구조다. 이 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이용하는 사람과 그를 소비하는 사람으로부터 구조적 문제가 발생한다.


세븐틴의 팬클럽은 상시 가입이 가능하다. 주로 1년에 한 번꼴로 모집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언제나 가입할 수 있도록 변화했다. 팬클럽 가입 시기를 놓쳐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불상사가 사라졌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 상시 가입 시스템은 정말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구조다. 그 말은 이를 악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조차 언제고 쉽게 가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세븐틴의 콘서트 공지가 뜬 후 유료 멤버십을 여러 개 가입할 것이라는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그런 방식으로 추첨 가능성을 높이는 것까지는 왈가왈부할 수 없다. 하지만 공지 이후 멤버십 가입자가 늘어난 점, 추첨제 이후 진행된 선 예매 절차에서 풀린 좌석이 많지 않은 점, 커뮤니티에서 티켓이 본래 값의 두 배가 넘는 가격에 양도되고 있는 점 등 애초에 되파는 것을 목적으로 멤버십 가입을 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사정이 생겨서 양도하는 것이 아니다. 흔히 ‘플미’라고 말하는 프리미엄 가격을 얹어서 이익을 취하기 위해 멤버십에 가입하고 양도를 진행하는 것이다. 일반석의 정가는 154,000원이지만 그중 제일 먼 구역인 4층 좌석이 350,000원이 넘는 가격에도 팔리고 있다. 프리미엄 가격을 제시하는 이와 그것을 기꺼이 소비하는 이가 만든 해괴한 상황이다.


처음으로 추첨제를 시도하며 많은 원성을 산 이번 콘서트 예매 방식에 문제가 없었다고 단언할 수 없다. 한 개인이 가타부타 말을 얹기 조심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이런 방식을 택한 주최사인 기획사는 책임을 피해 갈 수 없다고 말하고 싶다. 충분히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리라 예측할 수 있는 상황에서 아무런 제지 없이 예매를 진행하고 팬들의 목소리에도 그 어떠한 피드백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정가의 2.5배에 달하는 티켓을 사고파는 시장이 형성되었다. 비단 팬덤 내부에서만의 문제라고는 할 수 없다.


이렇듯 과열된 팬 문화는 오직 팬덤만의 책임은 아니다. 과한 소비를 조장하는 구조, 그리고 그 구조를 만드는 기획사의 마케팅 방안과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자 하는 제삼자의 개입이 함께 만들어 낸 문제다. 조금 더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 확립 및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팬덤 내의 자정은 정답이 아니다. 프리미엄 양도 좌석을 신고할 경우 해당 좌석을 취소시키고 신고자에게 선 예매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이나 오로지 포토 카드로만 구성된 음반을 발매하거나 애초에 구성품을 사전에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도 있다. 과열의 근원인 문제의 소비 구조를 바꿀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환경을 지키고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모두 함께 힘을 합치는 것이 어떨까. 과열되어 언젠가 폭발할 듯한 열풍이 아니라 우리가 사랑했던 그 열기를 되찾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렇게 바람직한 예술 분야로 굳건할 수 있길 소망한다.

 

 

[박서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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