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자본의 욕망은 더 큰 불을 지피고 - 육쌍둥이

글 입력 2023.07.05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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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쌍둥이]를 같이 보러 간 지인이 내게 말했다. “아까 옆에서 엄청 웃던데? 그렇게 재밌었어?”

 

공연을 보고 숨이 넘어갈 듯 웃었던 적은 꽤 오랜만이었다. 옆에서 같이 본 관객들 리액션도 하나같이 박장대소였기에 그 분위기에 취해 더 의미 있게 봤다.

 

사실 이 공연은 아무 생각 없이 웃으며 볼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용산 망루 철거 사건을 각색한 배경 안에 ‘꺼지지 않는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추악스러운지 주목함으로써 어리숙한 인간상을 가감 없이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저 주인공들이 스토리에 맞게 표현하는 몸짓의 기교가 적재적소에 가미되어 극의 매력을 한층 높였다.

 

 

육쌍둥이 공연사진_5.JPG

 

 

2009년 용산 망루에서 타올랐던 불이 현재에도 여전히 타오르고 있다는 가정 하에 이야기는 시작된다. 물을 아무리 부어도 꺼지지 않는 불이 고물을 줍는 사내에게 붙었다. 그 후, 몸이 붉게 달아오른 채 그 사내는 죽음을 맞이했고 가출했던 육쌍둥이가 고물상에 찾아왔다.

 

친아버지의 죽음으로 모인 쌍둥이들은 엄숙한 표정을 보이기는커녕 마치 친구들이랑 하룻밤 파티를 하러 온 옷차림으로 찾아온다. 더 최악인 건 아버지의 죽음을 조롱까지 하며 자식으로서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모습까지 함께 보인다.

 

사실 이 육쌍둥이들의 행동은 아버지의 과거 행실을 알고나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어릴 때부터 폭력성을 보이는 아버지 아래서 방치되어 살아왔다는 사실이 육쌍둥이들의 대화에서 과감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심지어 친어머니인 줄 알았던 여인 또한 누나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육쌍둥이들은 걷잡을 수 없이 혼란스러워한다. 쌍둥이들의 대화가 심오해질수록 인간의 존엄성이 배제된 문명의 세계를 엿보는 듯했다.

 

가족끼리도 누구의 말이 정답인지 믿지 못하며, 인간에 대한 회의감과 불신으로 모든 게 의미 없고 희미해져 갈 때 유일하게 붉은빛을 내미는 것이 하나 있었다.

 

  

‘욕망’

 

 

재개발이 되면서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땅이 폭등했다는 소식에 육쌍둥이의 ‘욕망’은 걷잡을수 없이 커져만 간다. 한 푼이라도 더 많은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한 명씩 무대 앞으로 나와 욕망 가득한 발언을 적극적으로 거든다. 제일 무논리했던 발언권은 그저 첫째로 태어났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었다. 

 

자신의 이익만 챙겼던 쌍둥이들의 난은 결국 비극을 맞이했다. 겉으로 드러난 표면은 단언컨대 자본주의의 실태를 고발하는데 중점이 맞춰줬다. 그리스 비극의 구성 방식을 해석해 다시 재구성한 만큼, 극에서 육쌍둥이는 코러스로 등장해 쌍둥이들은 사건을 겪는 ‘무리’로써 등장한다.

 

같은 얼굴과 비슷한 옷차림새를 한 육쌍둥이들은 자신들만의 집단 안에서 독립된 개체로 존재한다는 걸 인지한 채 그 안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물들지 못한다. 가족이라는, 형제라는 집단 안에서 하루빨리 ‘돈’만 나눠갖고 발 빠르게 멀어지기 위해 노력한다.

 

개인의 욕망을 빠짐없이 챙기겠다는 비굴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육쌍둥이들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간다. 모티프가 된 사건이 제대로 된 진상 규명 없이 철거민에게만 책임을 돌리며 마무리되었던 것처럼, 연극의 안에서 ‘욕망 어린 불’ 도 꺼지지 않고 더 큰불을 불러왔다.

 

불이 활활 타고 잔재가 남을 때의 허탈한 공기와 허무함을 보여주는 붉은빛을 무대 장치로 표현하며 그렇게 연극은 마무리 되었다.

 

 

 

“내 안의 불.. 당장 꺼주세요”

 

 

  

[조우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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