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존중입니다, 취향해 주세요- 아무튼 시리즈 [도서/문학]

'나를 만든 세계, 내가 만든 세계' 아무튼
글 입력 2023.06.28 13:1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세요.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세요.’ 자신의 취향에 대해 좋다 나쁘다 말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존중해달라는 말이다.

 

이 말의 발원지는 불분명하지만, 무분별하게 남용되지 않는 한 이 말은 의미가 있다. 나이에 따라 사회의 요구사항과 당위의 언어가 견고한 우리나라에서, 취향을 마음껏 드러내고 다니기란 어렵다. 어리면 어려서, 나이가 많으면 많아서, 왜 그런 것을 좋아하느냐는, 그 에너지를 다른 곳에 쏟으라는 말을 살아오면서 한 번쯤은 들어봤다.

 

가성비의 시대. 좋아하는 것조차 가성비를 따지는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트로트가 유행을 얻으며 트로트를 향유하던 층은 더 넓어졌고, 젊은 층이 하던 ‘덕질’의 방식을 노년 세대와 함께하기 시작했다.

 

이런 사회에서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세요.’라는 말은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가져야 하는 태도일 것이다.


 

 

‘나를 만든 세계, 내가 만든 세계’ 아무튼, 


  

[크기변환]아무튼 시리즈.jpg

 

 

‘취향 존중’의 시대, ‘취향 존중’하면 단번에 떠오르는 책 시리즈가 있다. 바로, 아무튼 시리즈다. 모든 책의 제목이 ‘아무튼 ○○’으로 이루어진 이 시리즈는 한 손 정도의 크기에 길지 않는 분량의 에세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아무튼’은 ‘의견이나 일의 성질, 형편, 상태 따위가 어떻게 되어있든’이라는 뜻이다. 내가 누구이든, 당신이 누구이든, 당신이 뭐라고 하든, ‘아무튼’, 나는 이걸 좋아한다는 마음을 함의하고 있는 것만 같다.


‘생각만 해도 좋은, 설레는, 피난처가 되는, 당신에게는 그런 한 가지가 있나요?’ 아무튼 시리즈는 이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위고, 제철소, 코난북스 세 출판사가 함께 만드는 시리즈로, 저마다 자기 자리에서 힘쓰며 글을 써온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이 구축한 세계를 책에 담아내었다.

 

피트니스, 망원동, 스릴러, 연필, 발레, 스웨터, 후드티 등 다양한 주제로 쓰인 아무튼 시리즈는 어디서든 읽을 수 있게 작은 가방에도 쏙 들어가는 크기다. 부담 없이 원하는 주제를 골라 읽을 수 있고, 또 관심 있는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에세이를 읽으면 한 대상을 향한 작가의 애정이 어린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존중입니다. 취향해 주세요.



나에게 아무튼 시리즈는,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세요.’ 로 시작해 ‘존중입니다. 취향해 주세요,’로 끝난다. ‘존중’과 ‘취향’의 자리를 바꾼 이 문장은 참 말이 안 되어 보인다. 그러나 나는 이 ‘아무튼’ 시리즈가 마치 ‘존중입니다. 취향해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자신의 세계를 거리낌 없이 허심탄회하게 애정을 담아 털어놓는 이 작업은 꼭 취향을 숨기고 밝히는 걸 힘들어하는 우리에게 자신감을 주는 것만 같다.

 

자신의 세계를 귀중하게 대하는 ‘존중’의 태도를 통해, 독자인 나에게 내 취향과 내 사랑을 존중할 수 있게 해준다. 사랑에 대한 존중을 느끼고 알아가며, 나는 이들의 세계가 담긴 이 책을 통해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것들과 손을 잡아본다. ‘취향해 주세요.’ 내 마음껏, 내가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고 취향해달라는 말을 전하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영업하는 것도 같다. 함께 즐겨보실래요? 눈을 빛내며 마치 그렇게 말하는 듯하다.


실제로 나는 ‘아무튼’ 시리즈를 읽고 더 거리낌 없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말하게 되었다. 또 새로운 취미가 생기게 되었다. 바로, 발레다. 희한하게도 발레 영상이 아니라, 책이, 누군가의 발레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는 발레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되었고 ‘영업’ 당했다! 만약 삶이 무료하고 취미에 대한 영업이 필요하다면, ‘아무튼’ 시리즈를 한번 읽어보는 게 어떨까?


나를 발레의 세계로 이끈 결정적인 문장을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누구나 인생에 ‘플리에’의 순간이 있는 게 아닐까. 낮아지고, 떨어지고, 주저앉는 순간들 말이다. 원하는 일을 얻지 못할 때, 추진하던 프로젝트가 어그러졌을 때, 사랑이 어긋났을 때, 누군가에게 거절당했을 때, 그건 넘어지는 게 아니다. 그저 각자의 ‘플리에’를 하는 거다. 높이 뛰어오르는 순간이 있으려면 플리에를 꼭 거쳐야 하고, 내려와야 할 순간에도 플리에는 꼭 필요한 거니까. 그래서 나는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날에는 ‘오늘은 꽤 깊은 그랑 플리에를 하고 있구나’ 생각하곤 한다. 플리에 같은 그 시기를 잘 지난다면, 인생의 속근육도 자라는 것이겠지.”

 

(최민영, 『아무튼 발레』 中)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태그.jpg

 

 

[박하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