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를 만든 당신에게 [음악]

글 입력 2023.06.2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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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무심코 듣게 된 앨범 한 장 혹은 노래 한 곡이 우리네 인생의 커다란 일부로 자리잡는 사례는 생각보다 드물지 않다. 음악과 처음으로 마주한 순간의 전율을 잊지 못해 일생 동안 특정 뮤지션의 팬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동경하는 뮤지션의 발자취를 따르기 위해 자신 또한 음악인의 길에 과감히 뛰어드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일부 뮤지션들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우상으로 삼았던 아티스트들에 대한 헌사를 자신들의 음악 속에 자연스레 녹여내며 그들에 대한 존경심을 보다 직접적인 형태로 드러내기도 한다. '내게 음악의 세계를 선물해 주어서 감사하다', '당신의 노래를 듣고 자라던 꼬맹이가 어느새 어엿한 뮤지션이 되었다', '앞으로는 나도 당신들처럼 누군가의 우상이 되고 싶다' 등 그 음악들이 담고 있는 주된 메시지들은 약간씩 상이한 형태를 띠고 있을 수 있겠으나, 대개 그러한 음악들은 결국 '음악을 향한 변치 않는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청자들에게 일련의 감격적 흥취를 선사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리버풀 키드의 생애 - 러브홀릭



 

 

나 꼬마 적 무심코 듣게 된 하얀 자켓 엘피 한 장

인생을 온통 바꿔버릴 마법을 걸어 놓았죠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밴드로 일컬어지는 비틀즈의 근원지 리버풀. 러브홀릭의 멤버 이재학은 해당 곡에서 어린 시절 비틀즈의 음악을 들으며 뮤지션의 꿈을 키웠던 자신을 '리버풀 키드'로 칭하며 비틀즈가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 진술하고 있다.

 

가사를 통해 짐작해 보건대 당시 누나에게 조르고 졸라 골목 어귀 작은 레코드점에서 어렵사리 구한 비틀즈의 앨범들은 밤잠조차 제대로 이루지 못하게 만들 정도로 그에게 크나큰 설렘과 감흥을 선사해 주었던 모양이다. 이내 '어린 시절 좋은 친구 돼주고 철학이 되었던 영원한 내 우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까지 비틀즈를 향한 직접적인 헌사를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을 보아하니 말이다.

 

'I Want to Hold Your Hand', 'Yellow Submarine',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등 비틀즈의 명곡 제목들로 구성된 후렴구는 단연코 비틀즈를 향한 그의 존경과 애정을 가장 가감 없이 느껴볼 수 있는 이 노래의 백미와 같은 부분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비틀즈의 음악을 듣고 자란 그 역시 이후 러브홀릭을 결성함으로써 'Loveholic', '화분', 'Butterfly'와 같은 다양한 명곡들을 남기며 수많은 이들의 학창 시절을 빛내 주었는데, 한편으로 이는 마치 음악이라는 매체가 지닌 감동이 만들어낸 거대한 선순환처럼 다가와 청자들로 하여금 또 다른 차원의 감흥을 자아내기도 한다.

 



1219 Epiphany - 버벌진트



 

 

아직 기억하네, 1988년 MJ의 Moon Walker

어떤 의미에선 그때 처음 음악에 눈을 떴어

 

 

유년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하기까지 본인의 자전적인 일생을 그리고 있는 해당 곡에서 버벌진트는 자신이 음악에 눈을 뜬 계기가 1988년에 개봉한 마이클 잭슨 주연의 영화 <문워커>였다는 사실을 회고하고 있다. 사실 조악한 만듦새 때문에 영화로서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문워커>지만, 영화 속 등장하는 마이클 잭슨의 현란한 음악과 춤사위는 유년 시절 그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던 모양이다.

 

자신의 일생을 총망라하고 있는 곡인 만큼 '1219 Epiphany'에는 마이클 잭슨 외에도 버벌진트에게 영향을 준 수많은 아티스트들이나 작품들이 계속해서 언급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뉴 키즈 온 더 블록, 김현철, 푸지스와 같은 뮤지션들을 비롯하여, <대부>, <스카페이스>, <박하사탕>과 같은 영화, '드래곤볼'이나 '스트리트 파이터 2'와 같은 만화 혹은 게임까지.

 

버벌진트는 해당 곡을 통해 현재의 자신을 만드는 데 기여한 인물이나 작품들을 쉴 틈 없이 열거하며 그만의 방식으로 그네들에게 일종의 감사와 존경심을 표하고 있다. 해당 곡의 가사를 음미하며 그의 인생을 찬찬히 되짚어 볼수록, 그가 얼마나 문화예술 전반을 깊이 사랑하는 인물인지 능히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Music Makes Me High - 피노다인 (feat. 이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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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잘 나지 않는 유년 시절 중

흐린 기억 속에 남은 현진영 춤

엄마 앞에서, 아빠 앞에서 추다가 동작을 자주 깜빡했어

 


'Music Makes Me High'는 피노다인의 프론트맨이라 할 수 있는 래퍼 허클베리피가 자신의 성장기에 밝은 빛을 비추어준 뮤지션들에게 바치는 열렬한 헌사를 담은 곡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유년 시절 자신에게 음악의 매력을 깨닫게 해준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패닉과 같은 우상들을 비롯하여, 학창 시절 본인을 힙합에 본격적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던 김진표, 드렁큰 타이거, 가리온 등의 뮤지션들을 차례로 언급함으로써 그들에게 직접적으로 감사를 표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 역시 책갈피로 살겠어 꼭. 누군가의 페이지 사이에서 빛나는 한 구절로 남겠어.'라는 가사에서 짐작해볼 수 있듯이 'Music Makes Me High'는 그가 우상으로 삼았던 이들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내기 위한 곡일 뿐 아니라, 그 자신 또한 한 명의 훌륭한 뮤지션으로서 누군가의 우상이 되고자 한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기 위해 만들어진 곡이다.

 

매년 엄청난 규모의 단독 공연을 빠른 속도로 매진시키는 등 한 명의 MC로서 입지전적인 성과를 거두며 수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었던 허클베리피인 만큼, 이러한 그의 포부는 이미 일정 부분 실현되었다고 이야기하더라도 커다란 무리가 없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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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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