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웹소설의 세계로 뛰어들기 [도서/문학]

글 입력 2023.11.24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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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출퇴근 문학’의 시대가 왔다.

 

시대 상황에 맞추어 문학의 사조가 변한다면 2023년을 대표하는 문학은 바로 출퇴근 문학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는 출퇴근길 비좁고 복잡한 대중교통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읽을 수 있는 웹소설을 뜻한다. 2022년 웹소설 시장 규모가 1조 원을 넘어서며 웹소설은 대중 콘텐츠로서 천천히, 그리고 깊게 자리잡고 있다.

 

더불어 각종 웹툰, 영화, 드라마 등의 원작으로서 웹소설의 IP(지식재산권) 활용도가 주목받는 추세다. 최근 유명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이 영화화 캐스팅을 성료하며 웹소설 영상화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었다. 서브컬처, 그들만의 문화였던 웹소설은 이제 IP 산업의 중추로서 우뚝 선 셈이다.

 

그러나 아직 웹소설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있다. 웹소설 산업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지만, 그에 비해 소비자의 폭이 마냥 넓지만은 않다. 유행이라길래 슬쩍 발을 들였다가도 ‘회귀’니 ‘빙의’니 낯선 설정부터 ‘상태창’이나 ‘스킬’ 등 뜬금없는 게임 용어까지 등장하니 좀체 적응하지 못하고 작품을 이탈하는 경우도 많다.

 

『웹소설 보는 법』은 이들에게 웹소설을 읽기 위해 알아야 할 기초적 구조와 코드를 상세히 설명한다. 모험을 떠나기 전 지도를 챙기는 용사처럼, 비장하게 책을 들고 첫 페이지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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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구성은 크게 웹소설의 탄생 기반과 구성 요소로 나뉜다. 웹소설은 판타지, 무협, SF, 로맨스 등의 장르문학을 기반으로 하며 편당 4000~5000자 분량의 글을 제공한다. 장르문학 특유의 환상성은 세기말 혼란한 대한민국 사회에 새로운 감각을 선사했다. 1980년대 말 등장한 PC 통신과 도서 대여점은 서브컬처로서의 장르문학이 부흥하는 발판이 되었다. 이 시기가 저물고 전자책과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장르문학은 ‘웹소설’이라는 형태로 재기에 성공했다.

 

 

 

웹소설을 읽는 방법


 

웹소설을 읽기 전에 그것의 기본 전제부터 알아야 한다. 고전적인 문학과는 구조나 서사가 다르다. 단권화가 진행되는 경우도 많지만, 웹소설은 기본적으로 다음 화가 제공되기 전 24시간 이내에 한 편의 이야기로 승부를 본다. 전체 작품의 주제가 드러나기도 전에 이야기를 이탈하는 독자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러한 독자의 이탈을 막기 위해 다음 화가 궁금해지도록 사건이나 감정이 극에 달하며 ‘사이다 전개’가 시작될 때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이 구조와 더불어 웹소설을 구성하는 기초적인 ‘코드’는 입문자들의 웹소설 적응을 어렵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그 유명한 ‘회빙환’(회귀・빙의・환생)과 더불어 게임, 천재, 아포칼립스, 초능력 등 코드는 웹소설의 설정에서 나아가 그 세계를 구축하는 뼈대로 기능한다.

 

한편 ‘회빙환’의 무분별한 남발이 웹소설 시장의 다양성을 죽인다는 주장도 등장한다.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 다만 독자가 일반 문학이 아닌 웹소설에 기대하는 바와 웹소설이 그 구조에 근거해 정체성을 유지하는 방법은 이러한 코드의 활용이다. 그러니 보다 옳은 질문은 “왜 회빙환인가?”가 아닌, “회빙환이 아니면 무엇이 필요한가?”여야 한다.

 

저자는 웹소설 입문자를 위해 이러한 코드를 친절하게 알려 준다. 누구나 간편히 접근할 수 있는 웹소설을 읽기 위해 지침서가 필요하다니 얼핏 어불성설 같기도 하다. 그러나 웹소설의 근간을 이루는 게임 시스템과 판타지적 요소에 익숙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먼저 이해하는 것도 좋은 독해 방법이 될 수 있다.

 

 

 

웹소설은 '보는' 것이다


 

다시 책장을 덮어 제목을 들여다보자. 왜 ‘웹소설 읽는 법’이 아닌 ‘웹소설 보는 법’이어야 할까? 저자는 책 안에 그 이유를 밝히고 있다. 웹소설의 독해 방법은 일반 문학과 다르다. 작품을 읽는 독자의 ‘감각’을 최우선으로 한다.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 천천히 몰두하며 결말을 향해 달려나가는 것이 일반 문학이라면, 웹소설 독자는 편당 분절된 이야기를 개별적으로 인식하는 동시에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으로서의 작품을 구상한다.

 

회귀나 빙의, 환생을 통해 새로운 삶을 시작한 주인공의 여정을 따라 순간순간 자신과 주인공의 목표를 동일시하며 그것이 충족될 때 느끼는 짜릿한 감각이 웹소설 독파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된다. 그것이 비로소 웹소설을 ‘보고 느끼는’ 방법이다.

 

 

 

그래서 어떤 웹소설을 읽어야 하나요?


 

서문에서 밝히듯이 저자는 ‘무슨 웹소설을 봐야 한다’고 말해 주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분야든 초심자는 이미 정상에 오른 선구자의 조언을 얻고 싶어 하는 바이다. 나 역시 웹소설을 수두룩하게 접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나름 다양한 작품을 읽어 온 애독자로서 추천해 주고 싶은 입문작이 있다. 카카오페이지에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연재된 백덕수 작가의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일명 ‘데못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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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물 웹소설의 명실상부 1위이자 웹소설 팬들 사이에서도 수작이라 불리는 ‘데못죽’은 웹소설 입문자에게 더할 나위 없이 친절한 구성이다. 여느 판타지물이 그러하듯 회귀와 상태창부터 시작해 다양한 이세계적 요소를 사용하지만,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은 현대인에게 익숙한 구조다.

 

아이돌로 데뷔하지 못하면 죽는 병에 걸린 주인공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도전한다.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한 번이라도 아이돌을 좋아해 본 사람이라면 큰 공감과 탄식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현실적이다. 주인공 ‘박문대’의 데뷔를 응원하며 한 편 한 편 읽어 가다 보면 어느새 웹소설의 코드와 구조에 익숙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또 다른 웹소설 입문법은 플랫폼 추천 탭을 둘러보며 나에게 맞는 작품을 찾는 것이다. 시장 1, 2위를 다투는 웹소설 플랫폼은 전술한 카카오페이지와 네이버 시리즈다. 카카오페이지는 ‘3다무(3시간마다 무료)’ 정책을 통해 초심자의 작품 접근을 용이하게 하고 있다. 네이버 시리즈 역시 ‘매일 10시 무료’ 제도와 더불어 특정 작품을 골라 25화 내외를 무료로 공개한다. 이야기가 어느 정도 전개될 때까지 무료로 감상하며 나와 결이 맞는 작품인지 파악할 수 있다.

 

웹소설의 세계는 넓고 깊은 바다와 같다. 다 알 것 같다가도 아직 파악하지 못한 코드와 구조, 서사와 전개 방식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웹소설이 써지고 업로드되어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있다. 이곳이 당신에게는 아직 미지의 세계라면, 『웹소설 보는 법』과 함께 용기 있게 뛰어들어 봐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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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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