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클래식이 어렵다고요? [음악]

당신의 마음에 클래식이 자연스레 스며들길
글 입력 2023.06.1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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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하고 자극적이며 무엇보다 재미있는 다양한 예술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주름이 자글자글한 가장 나이 든 클래식은 점점 작아지며 소외되고 있다. “클래식은 재미없어! 지루해!”라고 말하며 클래식을 어렵게만 생각하고 있다면 아직 당신은 클래식을 제대로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의 마음을 완벽하게 바꾸기는 쉽지 않겠지만 클래식이라는 한 장르에 관한 마음의 문을 살짝 열어주는 것만으로도 성공했다고 본다.


작품을 소개하기에 앞서,

 

당신은 짝사랑을 해본 적이 있는가? 생각만 해도 두근거리는 이와 함께하는 미래를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사랑스러운 이가 내 옆에서 새근새근 자는 모습을 보고 있다면 어떨까?

 

사랑을 단 한 번이라도 해본 당신이라면 오늘 소개할 작품이 자연스럽게 당신에게 스며들 것이다.

 

 

 

R. Schumann : Frauenliebe und leben, Op.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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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할 작품은 로버트 슈만(Robert Schumann)의 여인과 사랑의 생애(Frauenliebe und leben, Op. 42)이다. 이 작품이 쓰였던 1804년은 슈만이 무려 183편의 가곡을 작곡하여 ‘가곡의 해’로 불리는 시기이다. 또한 사랑하는 여인 클라라와의 결혼을 공식적으로 허가를 받아 그에게 있어 매우 큰 의미를 가진 해이다. 이 작품은 프랑스 낭만주의 시인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Adelbert von Chamisso)의 시에 곡을 붙인 총 8곡의 연가곡이며, 사랑에 빠진 여인의 설렘, 결혼과 출산의 기쁨, 그리고 남편의 죽음과 여인의 생애를 이야기하고 있다.

 

작곡가와 시인이 남성임에 반해 이 곡의 화자는 여성이라는 점이 의문을 자아내는데, 이는 이 연가곡에서 남성의 목소리와 여성의 목소리가 공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의 목소리는 남성 작가가 부여한 것으로, 남성에 대한 여성의 헌신과 복종의 자세가 그 당시에는 당연한 것으로 치부한다는 점에서 이를 이해해 볼 수 있다. 연가곡 가사의 작자인 샤미소는 여성 화자에게 당시 여성에게 요구되었던 덕목인 헌신적인 사랑과 모성애라는 의무를 투영하고 있다. 오늘날의 시선으로 그 점을 바라본다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슈만의 아름다운 정서와 그만의 섬세한 감정 표현이 이를 사랑스럽게 보이도록 만들어 준다.

 

 

 

사랑으로 가득찬 한 여인의 생애



이제 본격적으로 여덟 곡을 하나씩 소개하려고 한다. 설명을 다 듣고 음악과 함께 설명 창을 열어 같이 장면을 상상하며 듣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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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el Rieder의 작품

 

 

1곡, Seit ich ihn gesehen (그이를 본 후로부터)

 

첫 번째 곡은 첫눈에 반한 여인의 설렘과 한편으로는 감히 그를 꿈꿀 수 없다는 현실에 부딪힌 여성의 조심스럽고 차분한 분위기가 그려진다. 반복되는 부점과 2박에 들어가는 강세는 그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망설이고 이내 다시 돌아오고 마는 여인의 모습이 그려진다.

 

우리가 상상해 볼 장면은 “그를 본 순간 눈이 멀어버린 것 같아요. 어디를 가든지 그 사람만 보여요” 라고 말하며 사랑하는 이를 찬미하고,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설레는 여인의 모습. 하지만 그의 모습에 비해 보잘것없는 자신을 한탄하며 먹먹한 가슴을 부여잡고 있는 여인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2곡, Er, der Herrlichste von allen (누구보다도 뛰어난 그)

 

이 곡은 선량함과 온화함, 고운 입술, 맑고 투명한 눈동자, 명료한 의지와 확고한 용기를 가진 빛나는 별과 같은 존재인 그를 칭송하며 겸손한 마음으로 그에게 어울리는 연인이 나타나길 기도하고 축복한다는 여인의 마음을 노래하고 있다.

 

이 곡의 반복되는 8분음표는 그를 보고 설레어 힘차게 뛰는 그녀의 심장 소리를 표현한 것 같다. 사랑하는 이가 눈앞에 있다고 상상하며 그의 아름다움을 하나씩 말해주고 그에게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에 행운을 비는 여인. 하지만 그와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다는 슬픔에 흐르는 눈물과 심장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는 모순적인 그녀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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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ard Bergh의 작품

 

  

3곡, Ich kann’s nicht fassen, nicht glauben (저는 이해할 수 없어. 믿을 수 없어)

 

여인은 마침내 그에게 사랑 고백을 받았지만, 이 상황이 현실임을 믿지 못할 만큼 벅찬 그녀의 복합적인 마음을 그려내고 있다. 우리가 상상해 볼 수 있는 장면은 “믿을 수 없어. 이거 꿈 아니지? 어떻게 그가 나를? 그가 나에게 '나는 영원히 당신의 것이에요' 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아...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이건 꿈이야! 아니, 모르겠어. 그렇지만 행복해” 라고 말하며 시시각각 감정의 변화를 보이지만,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반면에 숨길 수 없는 미소가 새어 나오는 여인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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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bert Goeneutte의 작품

 

  

4곡, Du Ring an meinem Finger (이 손가락에 낀 반지)

 

드디어 사랑하는 이와의 결혼을 앞두고 그를 향한 헌신과 사랑을 다짐하는 곡이다. 이제는 완전히 그의 여인이 되었다는 안정감이 음악에서 흐르는 듯하다. 전의 음악과는 달리 차분하게 진행되며 비로소 사랑하는 이의 아내가 된 여인의 성숙함도 보이는 듯하다.

 


5곡, Helft mir, ihr Schwestern (나를 도와다오, 친구들아)

 

이번 곡은 결혼식을 앞두어 친구들에게 치장을 부탁하는 장면이다.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듯한 반주와 성악부는 신부의 설렘과 활기참을 표현하고 있다. 끝부분에 가서는 템포가 느려지며 친구들과의 이별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한다. 하지만 곧이어 다시 그녀의 활기를 되찾으며 나오는 피아노 후주는 웨딩마차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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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i Oleszkiewicz의 작품

 

 

6곡, Süßer Freund, du blickest mich verwundert an (사랑하는 이여, 저를 의아하게 바라시는군요)

 

6번째 곡은 남편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자고 있는 그의 모습만 보아도 설레는 마음을 부점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사랑하는 이의 아이를 가지게 되어 벅찬 그녀의 마음을 노래하고 있다.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감정이지만 이 곡을 들을 때마다 울컥하며 묘한 감정을 느끼곤 하는데, 이는 아름답고 섬세한 슈만의 표현이 마치 내가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어 더한 감동을 주는 것 같다.


 

7곡, An meinem Herzen, an meiner Brust (내 마음에, 내 품에)

 

이 곡은 어머니가 된 기쁨과 그녀의 품에 안긴 아이에게 “너는 나의 행복, 나의 기쁨, 이 행복은 사랑이고 사랑은 행복이어라” 라고 말하며 사랑스러운 아이에 대한 애정을 노래한다. 아이를 가져 성숙하고 풍요로운 마음을 지니게 된 여인의 모습이 음악에서 느껴지며 아이에 대한 크나큰 사랑을 도약하는 음정으로 나타낸다. 그 후 마지막 부분에서는 피아노 후주가 점점 느려지며 앞으로 다가올 비극을 예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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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Collier의 작품

  

 

8곡, Nun hast du mir den ersten Schmerz geten (이제 그대는 제게 처음으로 고통을 주시는군요)

 

8번째 곡은 남편을 잃은 여인의 슬픔과 탄식을 노래한다. 사랑하는 남편의 죽음으로 그녀의 세상도 죽어가는 듯하지만, 첫 곡의 전주부를 마지막 후주에 재현하여 그에 대한 그리움과 흘러가 버린 그와의 시간 속에서 그녀에게 남은 일은 그와의 기억을 추억하고 호명하는 일밖에 없다는 듯이 그와의 사랑을 회고하며 마무리한다.

 

 

> 황수미 소프라노 : 한국어 가사가 있는 여인과 사랑의 생애 전곡

 

 

Renée Fleming :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음원

 

 

 

사랑으로 시작해 사랑으로 끝나는 우리의 삶



슈만의 이 연가곡을 듣고 나면 한 여인의 아름다운 사랑을 그린 고전 수필 한 편을 읽은 것 같다. 이 작품을 다시 들여다보며 ‘한 사람의 생애를 사랑만으로도 가득 채울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게 되었다. 마지막 곡을 듣고 나에게 주어진 삶을 다 살아낸 뒤 눈을 감기 전을 상상해 보았다. 나는 가장 먼저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었던 아름다운 순간들과 애정 어린 그들의 얼굴을 떠올릴 것 같다. 이렇게 보면 우리의 삶은 사랑으로 시작해 사랑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들과 함께한 소중한 순간과 사랑의 감정을 노래로 표현한다는 것이 새삼 감격스러우며 황홀한 것이라 느껴진다. 그저 먼 옛날에 이야기가 아닌 지금의 우리에게도 스며들어 있는 ‘사랑’ 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는 슈만의 이 작품이 우리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져준다. 당신은 어떤 사랑을 하고 어떠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서두에 말한 것처럼 멀게만 느껴졌던 클래식이 당신의 마음에 자연스레 채워졌길 바란다.

 

 

[홍승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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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Daniel
    • i like your writing !
      became interested in classical music. thank you.
    • 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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