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간강사입니다 배민 합니다 [도서/문학]

글 입력 2024.04.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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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장 핫한 이슈를 고른다면 배달 앱들의 배달 팁 무료 선언일 것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배달 앱 시장은 급격히 성장했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면 배달 앱이 무조건 깔려있을 정도로 배달 앱은 우리에게 편리하고 신속하게 집에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2023년 코로나가 점점 종식되어가고, 물가가 오르며 배달 앱의 인기는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점점 높아지는 배달 팁에 사람들은 배달앱을 지우기 시작했고, 배달 앱은 이러한 민심을 돌리고자 최근 무료 배달 팁을 선언했다. 배달 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문득 배달원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그때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시간강사입니다 배민 합니다? 시간강사인데 배달을 한다는 건가. 생각해 보니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책은 읽어본 적 있지만 배달원의 이야기를 담은 책은 읽어 본 경험이 없었다. 제목에 이끌려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 <시간강사입니다. 배민 합니다>는 시와 문학평론을 쓰며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기도 하는 이병철 시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볍게 읽기 시작한 한 배달원의 분투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던 그가 배달을 하게 된 이유부터 인상 깊었던 내용 몇 가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시간강사, 배민합니다


 

이병철 시인은 실업계 고등학교부터 전문대, 4년제 대학교, 세 번의 석사 도전을 거쳐 18년 만에 박사 학위를 수여받았다. 그는 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연구재단의 연구원으로 선정되었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자신의 앞날은 장밋빛이 펼쳐질 줄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2년의 계약이 끝나고 그는 장애물을 마주하게 된다.  한순간에 월 고정 수입의 60퍼센트가 없어진 것이다.


이때부터 그는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새로운 걸 하자니 박사학위까지 받기도 했고 30대 중후반이라는 늦은 나이가 걸림돌이 되었다. 그때쯤 배달 대행 아르바이트가 핫하다는 뉴스를 보게 된다. 고등학교 2학년 시절 배달을 해 본 경험이 있었던 그는 긴 고민 없이 배달 일을 시작하기로 한다.


18년에 걸쳐 박사학위를 땄는데도 불구하고 생활비 걱정으로 배달 일을 하는 그의 상황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하지만 좌절하고 현실에 낙담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그는 기죽지 않고 유쾌함을 가지고 하루를 살아간다. 미디어의 발전으로 하루에도 수십 번씩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접하며 나도 모르게 기가 죽을 때가 있다. 시선 따위 신경 쓰고 싶지 않지만 무의식적으로 신경 쓰게 되는 요즘, 저자처럼 기죽지 않는 유쾌함을 가지고 싶다.

 

 

 

차단기


 

 

배달 오토바이 지상 출입 제한이 안전과 소음 문제 때문이라면 백 번 이해하지만, 배달 라이더들은 똑같은 '사람'이 아니라 '흉물'이나 '천민'으로 보는 차별과 혐오로 느껴질 때가 있어 속상하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차별을 겪으면 고민이 깊어진다. 그저 피해의식만은 아니다. - P.127

 

 

저자는 배달을 하며 음식의 냄새가 밴다는 이유로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타라고 면박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배달원의 설움을 몸소 느낀 저자는 비 오거나 눈 오는 날에는 배달 음식을 주문하지 않고, 더운 날에는 배달원분들께 음료수 한 캔을 드리는 등 배달원분들께 감사함을 전한다.


배달 관련 사연을 접한 적이 있었다. 사연의 내용은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서 배달원은 조금만 걸어내려와 달라고 손님에게 부탁했지만 거절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내용을 두고 많은 의견들이 오고 갔다.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다면 손님도 조금은 내려와야 한다는 의견과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어도 배달을 끝까지 하는 것이 배달원의 일이라는 의견이 부딪혔다.


두 입장 모두 이해가 가지만 배달원은 우리의 생활을 편리해 주는 사람이 아닌가. 서로 서로 배려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을까. 저자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로막는 차단기가 활짝 열렸으면 좋겠다고 한다. 동의하는 바이다. 세상이 점점 각박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사소한 것마저도 각박해진다면 미래의 한국 사회에서는 '정'이라는 단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렇게 멀어지나 봐


 

배달 라이더 일을 하게 되며 어느 순간 배달은 저자의 주 수입원이 되었다. 수입으로 치자면 배달이 주업, 대학 강의가 부업이 되었다는 것이다. 18년간 달려온 그의 꿈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렇게 멀어지는 거겠지. 다들 이렇게 멀어졌겠지. 사거리에서 정지 신호 앞에 멈춰 선 수십 대의 배달 오토바이들, 저 라이더들도 처음부터 라이더는 아니었을 것이다. - P.158

 


위문장을 보고 생각이 많아졌다. 도로 위를 달리는 배달원들도 처음부터 배달원은 아니었을 텐데. 현실적인 문장이다.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 글 쓰는 것을 그만 둘 수도 있는 것인데 그는 포기하지 않고 낮에는 가르치고, 저녁에는 배달을 하고, 새벽에는 시를 쓴다.


저자의 마음속에서 말고 수입적으로도 그의 주업이 배달이 아닌 작가가 되는 순간이 되기를 응원한다. 포기하지 않는 저자의 모습은 현실에 부딪혀 꿈에서 멀어져 가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건넨다. 이 세상 모든 이들이 자신의 꿈으로부터 멀어지지 않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나는 행복한 배달 라이더입니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 챕터에서 지난해 떨어진 학술연구교수에도 지원하고, 더 열심히 쓰고 읽어서 강의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힌다. 마지막까지도 그의 기죽지 않는 유쾌함이 전해진다. 저자는 곳곳을 누비며 누군가의 행복을 배달한다. 많은 이에게 행복을 배달하는 그에게도 강사가 주업이 되는 행복한 그날이 오기를 바란다.


책을 통해 무의식에 내재되어 있던 배달원에 대한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배달원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도 기죽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는 그의 모습을 통해 동기부여받고 싶다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지금 당신에게 행복과 설렘을 배달하러 가는 중입니다.

 

 

[임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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