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짊어지는 삶이 아닌, 선택하는 삶에 관하여 [영화]

글 입력 2023.06.17 12:1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나는 언제 가장 행복할까', '나는 뭘 좋아하는 사람이더라' 가끔 이런 질문에 대답하기 힘든 순간들이 있다. 어느 순간부터 너무나 당연하게 인식된 삶의 목표들(우수한 성적, 좋은 대학, 좋은 회사, 내 집 마련, 결혼 등등)을 달성하기 위해 달려오면서 나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이 너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또 그렇게 사회가 주입해 온 이상향대로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또 일부 이룬 것도 있지만 그렇다고 마냥 행복한 것도 아니다. 이는 나 개인에게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닐 거라 생각한다. 실제로 오늘날 대다수의 사람들이 정상이라 일컬어지는 그 기준들을 달성하기 위해 매 순간 경쟁하는 과정 속에서 극심한 불안감, 스트레스, 회의감을 경험하고 또 표출하니까. '소공녀'는 주인공 미소와 그의 친구들의 삶을 대비해 보여주며 우리가 놓쳐왔던 것들을 마주 보게 하고, 짊어지는 삶이 아닌 선택하는 삶의 가치와 행복을 보여주는 영화다.


 

소공녀3.jpg



주인공 미소는 일당 45000원의 시급을 받고 간간이 생계를 유지하는 가사도우미다. 미소는 가정도, 번듯한 집도, 안정적인 직장도 없지만 그는 그 누구보다 현재 삶에 만족하고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인물이다. 담배, 위스키, 그리고 남자친구가 그의 삶을 풍요롭게 채워주기 때문이다. 심지어 담뱃값이 인상되어 재정에 타격이 발생했을 때에도 미소는 월세방을 포기하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머물 곳이 없어진 미소는 대학 시절 친구들을 찾아가고, 그들과 하나둘 조우한다. 오랜만에 재회한 친구들은 많이 변해 있었고, 그중 일부는 많이 불행하기도 했다.


안정적인 직장을 얻었지만 야근에 시달려 식사 대신 포도당 주사를 맞는 친구, 집은 얻었지만 이혼 후 빚 탕감에 허덕이며 알코올 중독에 빠진 친구, 고된 시댁 살이에 외로움과 괴로움을 참지 못하고 울분을 터뜨리는 친구 등등.. 사실 그 외에도 극 중 미소를 둘러싼 모든 인물들이 다 비슷비슷한 사연의 사람들이다. 그 안에서 진정한 행복과 내적 풍요를 누리는 유일한 인물은 '미소'지만, 그의 친구들은 대부분 그를 안타까워하거나, 무시하거나, 한심하게 바라본다.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진 미소는 결국 한강 숲 속에 텐트를 치고 살게 되었다는 내용을 암시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행복해지고자 노력했지만 정작 진정한 나 자신 그리고 행복과는 유리된, 짊어지는 삶을 살아가는 친구들을 보며 많은 생각들이 스쳤다. 그런 것들이 우리의 행복을 보장해 줄 수 없고, 오히려 심적으로 더 가난하게 만든다면 과연 우린 어디, 무엇에서 이를 채울 수 있을까? 나는 미소의 가치관, 삶의 방식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본인에게 행복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그걸 채울 수 있는지 스스로 알고 있는 인물이다. 그렇기에 타인의 평가에도 굴하지 않고, 평범한 사람들의 시각에서 비상식적이라 여기는 선택에 후회도 없다. 미소는 주체적으로 행복을 선택하고, 쟁취할 줄 아는 인물인 것이다.


물론 영화의 결말(한강 숲에 텐트를 치고 사는 모습)에서는 멈칫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좀 더 가벼운 자세로 이를 바라본다면 어떨까? <소공녀>는 사회가 규정한 방향대로 수동적으로 사는 삶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른 삶의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거라고 말이다.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려온 이들을 무조건 멈춰 세우는 것이 아니라, 눈가리개를 치워 옆, 위, 뒤 다양한 곳을 보고 각자에게 맞는 삶을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할 자유를 주는 것 아닐까. 글을 맺으며 오늘 하루는 내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행복 세 가지에 대해 고민해보려 한다.

 

 

[김민서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