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는 전시를 기획합니다 [미술/전시]

글 입력 2023.05.29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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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대학 4학년, 졸업전시는 당장 다음 주로 다가왔다.


하지만 학생들의 작품은 없을 예정이다. 작가가 아닌 기획자로서 전시를 기획, 제작, 홍보, 출판, 교육한다. 그리하여 ‘졸업기획전시’라고 칭한다.


우리는 공급자 혹은 소비자이기보단 매개자에 속한다. 작가와 작품 그리고 일반 관람객 사이를 이을 연결고리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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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졸업기획전시와 거의 동일하게 진행하는 3학년 전시 실습 과목을 수강했다. 학교에서 지급한 실험실습비를 관리하는 총무였다. 위원장과 함께 전시 전반의 진행을 돕고, 예산과 결산 정리하며, 개인부담금을 정산했다.


올해도 그럼 총무를 맡았나.


아니다. 기획팀으로 활동한다. 총무로 일을 하는 동안 기획팀 글을 피드백하며 나도 글을 쓰고 싶었다.


물론 처음 팀을 고를 때엔 고민했다. 기획팀은 전시 주제를 심화 조사하고, 작가와 작품에 대한 면밀한 파악, 리플릿에 넣을 작품분석문과 마지막으로 도록에 들어갈 글을 작성하는 등 일이 참 많다.


그럼에도 기획자가 되어 마음껏 아이디어도 내고 글을 써보자 마음먹었다. 그렇게 모인 우리 다섯 명의 기획팀은 전시를 며칠 앞둔 오늘도 주어진 업무를 해내고 있다.

 


[크기변환]전시3.jpg

 

 

전시의 주제를 선정하면, 모든 학우가 주제에 맞는 작가와 작품을 조사한다. 기획팀은 그중에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잘 담고 있는 작품을 선정한다. 작가 약력을 살피고 다루는 매체도 고려하며 7명(팀)의 작가와 11점의 작품을 선정했다.


곧바로 작가 섭외용 기획안을 작성한다. 기획 배경, 서문, 작품분석문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한창 바쁜 시기이다.


작가 섭외도 쉽지 않다. 연락할 수단이 마땅치 않아 곤란을 겪기도 하고 작가의 일정 여부에 따라 좌지우지되기 십상이다. 그래도 흔쾌히 전시 참여에 응하며 감사함을 표하는 작가의 메일을 받을 때면 도리어 내가 더 감사했다.


섭외가 얼추 끝나면 다른 팀과의 협업을 진행한다. 전시제작팀과 전시장 도면을 두고 전시 연출을 어떻게 할지, 홍보출판팀과는 리플릿에 넣을 서문 및 작품분석문에 관련해 논의한다.


디데이가 가까워질수록 기획팀, 전시제작팀, 홍보출판팀, 교육팀, 위원장단은 전시를 실제로 구현하는 작업에 돌입한다. 온/오프라인으로 전시를 홍보하고, 작가와 협의하며 전시장에 작품을 설치해야 한다.


지금은 이 지점에 와 있다. 관객을 맞이할 준비에 한창이다.


그래서 다시 기획팀. SNS에 업로드할 작가와 작품 소개 글을 제출했고, 며칠 뒤에는 도록에 넣을 글을 마무리해야 한다.


학우들과 작가님들, 교수님, 전시에 방문할 관객까지 모두를 응원하고 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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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가 심화하면서 그동안 도외시했던 살핌의 의무, 기존의 끈끈한 관계가 아닌 느슨하지만 서로를 존중하는 연대의 방식을 발견하길 바라며 전시를 기획했다.


내일은 우리가 떨어져 걷는다 해도 불안하지 않으며 지나는 이에게도 안부를 묻는 관계가 당연해지는 그날까지.



[지소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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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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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멋집니다!! 전시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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