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익숙한 스토리의 시각적 구현 - 춘향 : 날개를 뜯긴 새

글 입력 2023.05.2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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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무용이라는 장르는 여러 장르가 결합한 종합 공연 일부로 보았던 무대가 내가 접한 전부였다. 그래서 무용을 주 장르로 하는 공연을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으며, 이번 작품에 대한 상당한 기대감을 품고 있었다.


무용은 비언어적인 표현 수단이다. 그러나 비언어적이기에 오히려 동작 하나하나가 수많은 의미와 해석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또 다른 국가의 사람들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무용은 대사를 내뱉거나 노래를 부르는 것과는 또 다른 예술의 형태이다.

 

오직 시각적인 형태로 구현되는 예술. 그것이 무용이라고 생각한다.


<춘향전>은 한국인에게는 매우 익숙한 이야기이다. 고난과 역경을 딛고 해피엔딩을 향해 가는 사랑 이야기, 누구에게나 무난하게 소화되는 클리셰 같은 레퍼토리이다.

 

게다가 판소리 <춘향가> 또한 사람들에게 제법 익숙할 것이다. ‘사랑가’, ‘쑥대머리’ 등의 대목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그 유명한 <춘향전>을 어떻게 신선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해석할 것인지가 이 작품의 관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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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정동극장에서 진행되었던 이전작 <비밀의 화원>과 다르게, 극장에 들어가자 객석 너머 끝을 알 수 없는 어둠이 먼저 호기심을 끌었다. 그리고 공연이 시작되고 극장 전체가 암전되자, 바닥에 화려한 스크린이 나타나며 상당히 광활한 공간이 펼쳐져 그 거대함에 압도당했다.

 

아마도 이 순간이 무용 장르 작품을 처음 접한 나의 첫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춘향 : 날개를 뜯긴 새>에서는 이야기의 주인공인 춘향과 몽룡을 ‘새’로 해석한다. 두 팔이 날개가 되어, 권력과 제도에 속박되어 뜯긴 날개를 힘없이 떨어지는 팔로 표현한다. 두 사람의 하늘하늘한 의상이 공기를 가르며 펄럭이는 모습도 새가 날아다니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소품을 사용하는 장면도 인상 깊었다. 특히 긴 천이 그네가 되어 춘향의 대표적인 이미지인 그네를 타는 모습을 보여줄 때는 자유로움이 느껴지지만, 관아로 끌려간 춘향을 구속하는 도구로 사용될 때는 오히려 그 자유로움을 철저히 억누른다.

 

그 외에도 감옥을 다방면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춘향과 몽룡이 창살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을 다양한 시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연출 또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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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점은 춘향이 변학도 앞에 끌려갔을 때를 현재로 설정하고, 춘향과 몽룡이 만나 사랑에 빠지는 장면은 플래시백으로 중간중간 삽입하여 시간순으로 전개되는 원작의 흐름을 깬다는 것이다.

 

그래서 날개를 뜯긴 춘향의 현 상황을 더욱 비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장면이 끝날 때마다 암전이 되어 장면 간 단절감과 지루함이 강하게 느껴졌다. 각 장면의 시간대를 옮기는 더 기발한 연출이 있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또 다른 아쉬운 점은 오히려 중간에 삽입되는 나레이션이 무용이 주는 감동을 떨어뜨리는 것 같았다는 점이다.

 

이미 익숙한 스토리이기에 아름다운 무용으로도 충분히 그 의미와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무용 장르에 다소 소극적으로 접근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혹은 전달하고자 하는 텍스트를 시각적으로 구현했다면 무용과 함께 감상하기 더욱 편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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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무용 공연을 처음 관람한 나에게 꽤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이었다. 단순히 무용 그 자체뿐만 아니라 무용수들의 표정, 다양한 소품, 바닥에 펼쳐지는 생동감 넘치는 스크린 등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최대치로 구현한 공연이다.

 

내용도 매우 쉽게 이해할 수 있어 나처럼 무용 장르 입문자에게는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작품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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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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