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원픽이 될 수 있을까, 원픽 페스티벌

4월 마지막 주말의 비 내리던 첫만남
글 입력 2023.05.09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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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행사가 하나 둘 시작되는 4월이다. 그 마지막 주말, 원픽 페스티벌 관람을 앞두고 평일 내내 초조하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날씨가 며칠을 오락가락했기 때문이었다.

 

기대와 달리 토요일의 하늘은 흐렸다. 그래도 이게 봄 페스티벌의 묘미 아니겠어. 날을 원망하는 대신 이것도 다 추억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연세대 노천극장까지 향하는 길은 온통 초록이었다. 나뭇잎에 방울방울 맺힌 물방울들은 바람 한 번에 우수수 떨어졌다. 우리는 차곡이 말아넣은 우산을 도로 펴는 대신 방석을 뒤집어 썼다. 그래도 비가 오면 우비를 준대. 걱정하는 친구를 안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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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른 잔디밭이 아닌 돌계단을 조금은 낯설어하며 자리를 잡았다. 고민하며 돗자리를 펼 자리를 고르긴 했지만, 어느 자리에서나 무대가 잘 보이는 공간이라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공연을 시작하던 2시 무렵에는 오전 내내 옅게 내리던 비가 완전히 멎었다. 이따금 해가 비칠 때마다 봄을 누리며 순간을 남겼다. 쌀쌀한 날씨는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의 따끈한 기대감을 누르지 못했다.

 

공연은 지연 없이 시작되었다. 이지카이트와 92914, 다린의 무대가 순탄히 흘러갔다. 페스티벌에서 당장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하고 싶어지는 초면의 아티스트를 만나는 건 큰 행운이다.

 

좀 낯선 이름이 있는 라인업에도 기꺼이 마음을 걸어보는 이유이다. 원픽 페스티벌이 그 최초를 함께 하고자 한 아티스트들이 제법 만족스러웠다. (92914의 어색한 멘트에 몇 번이나 웃었는지 모른다.)


잔잔한 밴드 음악이 이어지던 한때, 다음으로 바밍타이거의 무대 준비가 시작되었다. 바밍타이거의 음악은 토요일 공연에 참여한 다른 아티스트와 다소 다른 결이었다. 몸을 좌우로 기울이며 음악을 느끼던 관객들은 새 무대를 보며 머리를 앞뒤로 끄덕여야만 할 것 같은 본능을 느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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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의 만족도는 어디에서 갈릴까. 무대에 오르는 아티스트에 실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정성스레 페스티벌을 골라 방문한 관객들은 음악에 한해서는 마음의 문을 한껏 열고 매 순간을 최대치로 즐길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페스티벌 관객들은 보통 무대 밖에서 깐깐해진다.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며, 부스를 구경하며, 스태프들과 소통하며 ’좋은 페스티벌‘을 분간하고 평가한다.


올해 처음 시작된 원픽 페스티벌은 사전 경험이 없다는 당연한 이유 탓인지 운영이 조금 아쉬웠다. 연세대 내부라는 특수한 공간이 혼잡도를 더했다. 평지가 아닌 데다가 줄을 설 공간이 마땅치 않아 웅성이며 혼란해하는 관객이 많았다.


밀폐용기에 한해 외부 음식 반입이 가능한 페스티벌이었으나, 공연장의 위치가 연세대 정문으로부터도 꽤 멀어 음식을 사러 다시 바깥에 다녀오기는 어려울 듯했다. 첫 노천극장 공연이라 잘 대비하지 못한 게 관객으로서의 패착이었다.


공연 시간 문제로 F&B존에 마련된 음식들을 미처 다 먹지 못한 게 아쉽다. 논알콜 칵테일이 맛있어 보이던데. 피자를 들고 자리로 돌아가며 이런저런 메뉴에 입맛을 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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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 가득 음식을 들고 돌아와 스텔라장과 선우정아의 공연을 즐겼다.

 

추운 날씨에 몸을 웅크리고 있다가도 사랑하는 아티스트들의 무대를 보면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우리는 이어지는 폴킴의 따스한 음악을 모닥불 삼아 몸까지 녹였다.


폴킴의 무대 중반 무렵부터 옅은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관객이 웅성거리자 그가 비가 오냐고 물었고, 관객의 끄덕임에 ‘그럼 나도 맞겠다’며 천장이 없는 무대 앞으로 걸어나왔다. 다정한 아티스트와 이 공간의 온도를 함께 느끼며 모두들 기쁜 얼굴로 끝까지 무대를 즐겼다.


날이 추웠고 우비가 소진되어 받지 못했지만, 이 날의 기억은 마지막 순서였던 10cm의 음악을 목청껏 따라부르며 모조리 미화되었다. 4월의 공기는 여즉 냉기를 머금어 괜히 얄미웠어도 이런저런 요소를 더하면 그래도 봄은 봄이었다.

 

일 년 여가 흘러 만나게 될 두 번째 원픽 페스티벌은 더욱 완연한 봄처럼 찾아오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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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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