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사랑에 빠지기 좋은 날씨입니다

글 입력 2023.05.04 00:4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789.jpg

 

 

요즘 같은 날씨를 일컬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사랑에 빠지기 좋은 날씨.


특히 해가 짧은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면 포근한 기온과 따뜻한 햇살을 맞이하며 웅크렸던 어깨를 폈다. 다르게 말하자면 이는 내게 겨울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된다. 새벽과도 같은 아침에 출근하여 어두컴컴한 하늘을 보며 퇴근하는 나로선 한줄기 햇빛조차 만끽할 수 없는 겨울을 싫어했다.


때때로 청량한 날씨는 이어지겠으나, 유독 봄이 되면 사람들은 사랑에 빠지기 좋은 날씨니까 조심하라고 말했다. 계절의 변화야말로 기분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급격한 변화이기 때문일 테다.

 

실제로 겨울에는 햇빛의 양과 에너지 부족 등으로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도 있으니 계절적 흐름은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는 바이다. 그러니 어둠이 걷힌 파란 하늘 아래 꽃향기와 생동감이 가득 넘치는 거리를 걷는다면 연애에 철옹성인 나일지언정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날씨가 너무 좋은 나머지 함께 걷던 이와 불시에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의미겠지만 작대기 방향이 굳이 타인을 가리키는 건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 없이 스스로를 채찍 했던 나 자신, 미워했던 아침의 풍경과 좀처럼 정을 붙일 수 없는 업무조차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이번 봄은 조금 빨리 찾아왔다. 꽃샘추위가 만연한 3월부터 여름을 방불케 하는 기온 변화로 들썩이더니 4월이 지나 맞이한 5월에는 만연한 봄 날씨의 연속이다.


점심시간의 짧은 여유를 통해 초록잎이 반짝이는 광화문 거리를 걷는다. 셔츠 소매를 걷어붙이고 손부채질을 하는 사람이 요구르트 판매원을 지나 횡단보도를 향해 빠르게 멀어졌다. 나는 가장 신나는 노래를 선곡하고 나를 스쳐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 틈으로 걸음을 옮긴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나누고 싶은 날씨였다.

 

안녕하세요. 날씨가 참 좋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오늘도 바쁜 하루를 지켜내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이보라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