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완벽해지는 건 어렵고 완벽을 포기하는 건 더 어려워요 [사람]

글 입력 2023.05.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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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은 저마다의 일을 하며 살아간다. 공부를 하기고, 노래를 하기도, 운동을 하기도, 봉사를 하기도 하는 등으로 말이다. 각자가 하는 일이 어느 정도 잘 이루어지면 만족하며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드시 완벽하게 끝나야 하고, 완벽하게 진행되어야만 마음이 편해지는 부류가 있다. 우리는 그것을 ‘완벽주의자’라고 명명하고, 나는 그들 중 하나다.

 

‘완벽하다’와 ‘완벽주의자’를 사전에서는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 가장 먼저 그것부터 확인해 보았다.


 

완벽하다

결함이 없이 완전하다. 흠이 없는 구슬이라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완벽주의자

결함이 없이 완전함을 추구하려는 태도를 지닌 사람.

 

 

정의를 보고 나자 무슨 생각이 드는가? 내가 가장 먼저 하게 된 생각은 ‘결함이 없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은가?’하는 것이었다. 모두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은 각자의 부족함을 가지고 있고, 실수를 하기도, 잘못을 하기도 한다. 세상 모든 이치를 알고 있을 수 없다는 것도 결함의 하나일 것이다.


그것을 다 알면서도 나는 왜 완벽함을 추구하는가.


당연한 것이겠지만 나의 삶을 내가 너무나도 사랑해서가 아닐까 한다. 내가 사랑하는 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큰 사람이 되고 싶고, 사람들에게 좋게 보이고 싶고……. 그런 생각들로 나를 가꾸기 바쁜 것이다. 완벽해지는 것은 너무나 어렵지만 그것을 포기하는 것은 더 어렵다는 것이 요즘의 내가 많이 하는 고민이다.


내 주변 사람들은 나를 보며 무엇이든 다 잘하려고 할 필요는 없다, 틀릴 수도 있는 것이다, 정해진 틀에 스스로를 너무 가두지 마라 같은 조언을 많이 해 준다. 사실 그들이 해 주는 말은 대개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인간은 완벽해질 수 없다’라는 명제를 이해하고 있고 말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완벽해지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완벽함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이 내게는 더 어렵다. 완벽하지 않은 나를 대면하는 것이 때때로는 고달프기 때문이다. 나는 왜 안 될까, 하며 나의 무능력함이 너무 서글프게 느껴진다.

 

나와 비슷한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두 그 서글픔을 견뎌내거나 이겨내는 각자의 방법이 있을 테지만, 나는 그들을 위해서 내가 완벽하지 못함을 감당하는 방법을 나누어볼까 한다.


내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죽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노력해도 되지 않는 것이 있지만, 그럼에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노력뿐일 때가 많다. 나는 그저 묵묵히 그것을 해낼 수 있을 때까지 부딪힌다. 가령 직접 연주해내고 싶은 곡이 있을 때 틀리는 구간을 몇 번이고 반복한다. 그러다 보면 나는 어느샌가 그 구간을 지나 다른 부분에 당도해 또 새롭게 연습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꾸준하게 그 일에 몰두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다. 그러나 이것은 대개 힘이 많이 들고, 혼자의 일이라 포기해버리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되기도 한다.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다는 것도 흠이라면 흠이다.


두 번째 방법은 주변에 의지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완벽할 수 없지만 누구나 잘하는 것이 하나쯤은 있는 법이었다. 스스로 잘하는 게 없다고 말하는 사람마저도,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 그만의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이들을 찾아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나는 그런 이들로 하여금 더 나은 것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흔히 협업이라는 것이 이런 의도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더불어 나도 내가 가진 것들을 남들과 나누는 방법도 있다. 꼭 대단한 재능이 아니더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에는 결코 무시하지 못하는 즐거움이 있다. 남을 돕다 보면 그 사람에게만이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된다. 나의 경우에는 내가 알지 못했던 나의 부족함을 발견하게 될 때가 많았다. 그렇게 나는 점점 더 (내가 바라는) 완벽과 비슷해지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내가 요즘 가장 시도 중인 방법이다. ‘완벽함’의 기준을 낮추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침 일찍 일어나 일찍 잠드는 부지런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 중이라고 하자. 나는 여덟 시 반에 일어나는 것이 완벽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보다 일찍 일어나서는 안 되고, 그렇다고 늦게 일어나서도 안 된다. 하지만 때에 따라 눈이 일찍 떠질 수 있고, 너무 피곤한 날은 조금 더 자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일 내가 여덟 시 반에 정확히 일어나는 삶을 추구한다면 이 시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을 때 (극단적으로는) 하루를 망쳤다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과거의 나는 그런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완벽’의 기준을 낮추어 버렸다. 8시 10분에서 8시 50분 사이를 기준으로, 융통적으로 일어나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완벽함의 기준을 낮추고 나니 나 스스로에게 만족할 수 있는 순간이 많아졌고, 전보다 기분을 덜 망칠 수 있는 날들이 많아졌다. 시간이 많이 들지도 않고, 크게 에너지를 쓸 필요도 없다. 또 이 방법은 나를 조금은 낙천적일 수 있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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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을 규정하기 시작하는 것부터 이미 ‘완벽’과 멀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애초에 완벽이라는 것은 없고, 우리는 계속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맞는 말일 테고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완벽해지고 싶고, 무언가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강박은 머리를 아프게 만들어 버린다. 마음 먹은 대로 되는 것보다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는 일이 더 많지 않은가.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기에 나아지고 싶다는 마음'을 조금은 돌려서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일 줄도 아는 마음'을 가져 보았으면 한다. 우리는 우리다울 때 가장 완벽해지는 것일지 모른다고 나부터 감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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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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