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박자의 미학 [음악]

글 입력 2023.04.29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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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K-POP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며 4세대 걸그룹을 대표하는 세 팀(뉴진스, 아이브, 르세라핌)의 활약은 해가 바뀐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뉴진스는 새해와 함께 싱글 ‘OMG’를 발매하며 데뷔 때부터 시작된 ‘뉴진스 신드롬’을 그 어떤 공백 없이 이어 나가는 모습을 보인다.


아이브는 지난 10일, 정규앨범 ‘I’ve IVE’를 발매했다. 데뷔곡 ‘ELEVEN’을 비롯하여 지난해 ‘LOVE DIVE’와 ‘After LIKE’까지 연이은 히트를 하며 대중들의 수많은 기대 속에서 발매된 첫 정규앨범이다.

 

선공개 곡 ‘Kitsch’와 타이틀곡 ‘I AM’, 이 두 곡을 ‘더블 타이틀’ 형식으로 이번 앨범 활동을 진행 중이다.

 

 

IVE 'I AM' MV

 

 

아이브의 음악이 그동안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 중 하나로는 최근 유행하는 해외 EDM 시장의 스타일을 K-POP 스타일에 조화시키며 새로우면서도 친숙한 이미지를 음악에 담아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기존의 K-POP 팬부터 새로 유입된 10대 팬층과 해외 팬까지 사로잡을 수 있었다.


이번 타이틀곡 ‘I AM’을 처음 들었을 때 역시 이와 유사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가장 두드러지는 요소는 바로 템포. 공식적인 템포는 122 BPM으로, 여느 댄스곡과 마찬가지로 빠른 템포임을 확인했지만, 상당히 차분하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한 마디라고 느끼는 네 번의 박자 구분이 이 곡에서는 두 마디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이 곡에서 두드러지는 베이스라인의 흐름이 네 번 바뀌는 시점에서 노래의 가사도 한 구절이 되는데, 이러한 점이 두 마디를 한 마디로 인지하게 만드는 주요 요소이다.

 

사실상 우리에게 들려지는 체감은 61 BPM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고, 그래서 실제로는 빠른 템포를 갖고 있음에도 이보다는 느리고 무게감 있게 들려지는 것이다.


이러한 요소는 뉴진스의 곡에서도 두드러진다. 최근 활동 곡인 ‘OMG’의 템포 또한 127 BPM으로, 빠른 편에 속하지만 그렇게 빠르지 않다. 작년에 발매한 ‘Cookie’는 무려 157 BPM이다. 빠른 리듬과 현란한 사운드, 하지만 가벼운 세션 편곡에 단순한 보컬 멜로디를 사용하여 전반적으로 차분한 느낌을 주는 것이 현재 유행하는 ‘세련된 음악’의 대표적인 예시로 자리잡혀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뉴진스 'Hype Boy' MV

 

 

반면 ‘Hype Boy’는 100 BPM으로, 전형적인 댄스곡의 템포보다는 다소 느리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이 곡은 차분한 느낌보다는 신나는 느낌을 우선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인트로부터 8분음표 단위로 짧지만 일정하게 쪼개지는 리듬과 이에 맞추어 진행되는 현란한 신스 라인, ‘Cause I~’로 시작되는 강렬한 코러스와 ‘we can go Hi-i-i-i-i-igh’로 이어지는 훅 파트 등 다양한 요소가 리듬감 있는 느낌을 주면서도, 그다지 빠르지 않은 BPM은 신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분위기를 제공한다.


느린 템포로 빠른 느낌을 주는 것, 혹은 빠른 템포로 차분한 느낌을 주는 것. 음표와 마디에 의해 나눠지고, Beat Per Minute이라는 계산 하에 내려진 수치로 음악이 주는 느낌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음악은 이처럼 설명할 수 없는 요소를 통해 전율을 주는 예술이다.


최근 해외에서는 앞서 언급한 대로 리듬이나 멜로디 라인을 통해 실제 템포와는 다른 느낌을 주어 이중적인 매력을 담아내는 유능한 DJ 및 프로듀서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모호한 매력을 K-POP에서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국내 대중음악의 퀄리티 역시 계속해서 성장 중에 있다.

 

K-POP 대표 주자들의 이러한 활약이 해외 시장 쪽으로 등을 돌린 국내 EDM 애호가들의 발걸음을 다시 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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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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