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꽃 달고 살아남기 [도서/문학]

글 입력 2023.05.02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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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달고 살아남기


 

요즘 청소년 소설 읽기에 부쩍 재미가 붙었다. 아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마음 반,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는 이유 반으로 시작하게 된 독서였다. 내가 더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좋은 책들을 많이 읽었다면 좋았을 텐데.

 

이번에 읽게 된 책은 다소 무거운 주제들을 다루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가볍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내서 그런지 유독 더 깊게 다가왔던 것 같다. 청소년 소설답게, 성인 독자가 읽기에 단숨에 드르르 읽히는 책이다.

 

<꽃 달고 살아남기>를 몇 가지 키워드로 요약해 보자면, 엄마 찾기 모티프, 출생의 비밀, 정신분열증 등이 되겠다.무거운 주제들이 생각보다 가볍고 유쾌한 흐름 속에 섞여 전개되어서 읽는 내내 부담이 없어서 더욱 좋았다.

 

 

 

진아를 둘러싼 인물들에 대하여


 

(타인의 보편적인 시선으로 정의를 내려 본다면) 어딘가 미쳐 있는 진아, 친구가 없는 인애, 변태 물리 선생님의 관계도 재미있었다. 어디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세 사람이 한데 모여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억압받는 소수자들이 한데 모여 서로 유대감을 형성해 가며 위로해 주는 그림은 여느 장르에서나 흔히 보던 구성이었지만, 진아를 받아들이는 인애와 물리 선생님의 태도 덕분에 이 특이하고 오묘한 관계가 유독 새롭게 다가왔던 것 같다.

 

 

 

인애


 

특히나 인상 깊었던 인물은 인애. 진아는 모두가 이상하게 생각하는 진아의 행동을 멋대로 판단하거나 규정하지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 진아를 받아들이는 인애의 모습이 매우 좋아 보였다.

 

어릴 적의 나로 돌아가 보았을 때, 만약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진아처럼 환영을 보고 혼자 무언가를 중얼중얼 이야기했다면, 청소년 시절의 나는 아마 어린 마음으로 그 친구를 꽤 무서워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인애가 덤덤하게 내지는 정말 아무렇지 않게 진아를 받아들이는 것이 '당연시'되어야 하는 것들을 표현해 낼 때 나는 여전히 인애의 '용감함'이라는 언어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꽤나 씁쓸하기도 했다.

 

인애는 어떠한 마음을 가진 아이였기에 진아를 그렇게 이해해 줄 수 있었을지도 궁금해졌다. 인애의 내막이 더욱 궁금했는데 책 속에서 깊이 다루어지지는 않았다. 그 점이 살짝 아쉽기도 했다.

 

 

 

물리 선생님


 

독특한 취향을 가져 변태로 몰리는 물리 선생님도 진아를 아픈 아이로 취급하지 않았다. 본인도 사회적 통념 아래에서는 비이상적인 행위를 하는 사람으로 보여서 그런 것인가? (별건 아니지만 변태 물리 선생님을 보면서 대학생 때 매 강의마다 코스프레 의상을 입고 수업하시던 교수님이 생각나기도 했다.)

 

뭐가 됐든, 앞으로 나는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는지 더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규정하든 말든, 진아를 진심으로 대하는 선생님의 태도가 인상 깊었다.

 

끈끈한 유대 관계 덕분인지, 종국에는 진아가 물리 선생님을 도와주기 위해 용기를 내는 모습도 꽤 감동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저마다의 꽃에 대해서


 

하교 시간에 우르르 버스 정류장으로 몰리는 청소년들을 보고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저렇게 순수하고 걱정 없어 보이는 아이들은 어떠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까?

 

겉으로 보기에는 다 같은 학생들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다 저마다의 사정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잠시 해 봤던 것 같다.

 

작가는 그렇게 꽃을 달고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 있게 자신의 꽃을 보여 주라고, 자기의 목소리를 내어 보라고 말해 주는 것 같았다.

 

누구나 저마다의 진아의 꽃과 같은 꽃을 달고 살아갈 것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 크고 작은 꽃을 꾸역꾸역 숨긴 채로 살아남기 위해 애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자연스럽게 나에게도 평범하게 가려진 꽃이 있을지 고민해 보게 되었다.

 

 

 

방언의 사용


 

또 소설이 구수한 사투리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도 참 재미있었다. 간만에 경상도 사투리가 심한? 책을 읽은 것 같다.

 

그간 읽어 온 책들을 생각하면, 내가 익숙하지 않은 지역방언으로 된 책들을 읽을 때는 나도 꾸준히 책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정말 힘들었었다. 특히 강원도 사투리로 꽉꽉 채워져 있는 책은 정말이지 사전이 필요할 정도다. 아마 이 책도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읽히기 어려운 책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서도 이것이 청소년문학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지역방언이 두드러진 소설을 청소년 문학교육에서 다루는 것에 대한 의의는 무엇일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지금 교과서에서 다루어지는 작품들만 해도 지역방언의 특색이 잘 드러난 작품이 많은데, 그런 소설들을 교육할 때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사실 뭐,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읽을 것 같기는 하다.

 

나도 그랬다. 그냥 토속적인 단어, 하면서 메모 정도만 달았던 것 같다. 그렇다면 지역방언이 두드러진 소설을 학습하는 것에 의의는 무엇일까? 지역방언의 가치를 알게 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을 수 있겠으나, 만약 자신이 속한 지역이 아닌 전혀 다른 지역의 방언으로 이루어진 소설을 읽는다면? 또 타 지역의 문화와 가치를 이해한다는 것의 의미는? 과연 아이들이 그걸 좋아할까?

 

생각이 제법 복잡해진 채로 책을 덮었다.

 

여러모로 성장기 초중생들에게 읽히고 싶은 책이었다.

 

 

[신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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