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만과 이기심이 낳은 결과 : 인류세 - 우리에게 남은 시간 [도서]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경고음에 주목하고 행동해야 하는 이유
글 입력 2023.12.30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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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이기심이 낳은 재앙


 

지구가 아프다는 이야기는 이전부터 꾸준히 들어왔다. 특히 90년대 생이라면, 학교에서 한 번 쯤 환경 문제를 주제로 한 다양한 활동을 경험했을 것이다. 필자 역시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환경 그리기 대회에서 상장을 탔던 기억이 있다. 지구를 중심에 둔 그림으로, 분리수거의 중요성과 수많은 생명이 살아 숨쉬는 아름다운 별이라는 점을 강조하여 환경을 생각해 행동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이 불현듯 떠오른다.

 

환경 문제 중에서도 특히 잘 알려진 지구 온난화를 생각해 보자. 20세기 말에서 21세기로 넘어오던 시점에 지구 온난화는 우리에게 주요한 아젠다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 지구는 어떠한가? 불편한 진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변화를 떠들면서도 그 상태는 훨씬 심각해졌다. 지구 곳곳이 어떻게 병들었다고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어도, 환경 문제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알 것이다. 살갗으로 느껴지는 기후 변화,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지구 곳곳의 재난 사고 등 명확한 증거들을 한 번이라도 접했을 테니 말이다.

 

환경 문제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자 머리를 싸매던 시절이 있었고 지금도 종종 환경 문제를 다룬 기사나 영상을 찾아보지만, 부끄럽게도 여전히 지구 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환경 문제들이 필자 삶에서의 화두는 아니다. 늘 그렇듯 산다는 것은 답이 없는 문제들이 줄지어 찾아오는 것이기에, 그것들을 푸는 데에만 힘을 쏟아도 모자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다음 세대는 커녕, 우리 세대도 온전히 살아남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이처럼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 계기는 너무나 많지만 정확히 어떤 상황이며,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 것인지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 필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현실일 것이다. 


인류세를 살아가는 지금, 지구의 현주소는 어디에 그리고 어떻게 있는 것일까?

 

 

 

‘인류세’라는 절벽 앞에 선 인류 -『우리에게 남은 시간』



우리가 지구와 함께 오래오래 잘 살아가기 위해,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우선적으로 가장 중요하며 필요하다. 사실 이런 말만으로는 와닿지 않을 수 있다. ‘현재의 상황을 직시한다고 달라지는 게 있을까? 과연 해결은 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이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수억 만 년 전 탄생한 밝고 아름다운 별 지구. 아름답던 별이 빛을 잃어가게 된 이유와 그 별이 직면한 위기를 책과 함께 짚어보고자 한다.

 

 

우리에게남은시간표1.jpg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최평순 PD가 집필했다. 그는 환경・생태 전문 PD로, EBS에서 <하나뿐인 지구>, 다큐 프라임 - <여섯 번째 대멸종> 등 유명한 환경 다큐멘터리들을 제작하고 연출하였다. 그런 그가 쓴 책이기에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기후 변화를 사실적으로 전달하겠구나 하는 생각에 곧장 읽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우리 지구는 생각보다 오랫동안 건강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구에겐 자기조절능력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때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회복이 가능했다. 인류세로 접어들기 이전까지는 말이다.

 

인류세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유감스럽게도 필자는 이번 도서를 통해 처음 접했다. 인류세란 인류의 활동으로 인해 생겨난 지질시대로, 인간에 의한 지구 시스템의 변화를 설명한다. 학계에서는 1950년대를 시작점으로 보고 있다.


 

인류세는 그런 단어다.
당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문제들의 우선순위를 뒤바꿀 수 있는 소행성 같은 존재.

 

- p. 16, 『우리에게 남은 시간』

 

 

단어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인류세로 인한 기후 변화가 시작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 뿐만 아니라, 멸종 및 개체수 감소 등 지구 전체의 변화가 지질학적으로 기록되고 있다. 실시간으로 이어지는 그 기록은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과 성장을 지탄하는 거울이다. 이것이 개인의 삶과는 조금 동떨어진, 너무 크고 지난한 주제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먹고 살기도 힘든데 어떻게 이런 것까지 신경쓰겠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 삶의 터전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결코 개인적이지 않다고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인류세는 우리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다. 인간은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며, 세상 모든 것은 결코 홀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함을 알면서도 왜 우리는 지구의 아픔을 무시하고 있는 걸까? 필자의 이유는 저자의 생각과 비슷하다. 피해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개인의 삶에 끼치는 영향이 아직까지는 경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점점 명징해지는 지구의 위기가

우리에게 갈급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언어다.

  

- p. 77, 『우리에게 남은 시간』

 


혹시라도 단어가 주는 생경함 때문에 이 모든 이야기가 어렵게 느껴지는가? 그럼 일단 익숙한 주제서부터 시작해보도록 하자. 앞서 말했던 것처럼, 지구 온난화는 가장 널리 알려진 환경 문제 중 하나다. 그리고 그 시작에는 산업혁명이 있다. 화석 연료 사용량의 증가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및 온실 가스 배출량이 급격히 늘어났고, 그 결과 온실 속에 갇힌 꼴이 되었다. 고작 온도 몇 도 오른다고 뭐가 급속도로 달라지겠냐고 묻는다면, 너무 그렇다고 이야기하겠다. 지난 100년간 변한 환경을 생각해 보자. 얼마나 많은 것들이 좋지 못한 방향으로 변화하였는가? 

 

인간의 체온을 예로 들어보자. 인간 체온의 정상 범위는 36.5℃다. 사람들은 여기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약을 챙겨 먹고, 열이 40도까지 오르면 굉장히 심각하게 여기며 병원에 갈 정도로 자신의 체온은 끔찍하게 생각한다. 지구의 온도 또한 같은 시선으로 봐야 마땅하다. 그런 사람들이 어째서 지구의 온도에는 이리 무관심한 것일까? 생각하면 피곤해지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기에 회피하기를 택한 것일까?

 

파괴의 신 시바도 울고 갈 노릇이다. 반짝이는 지구를 병들게 하는 것은 결국 인류뿐이라는 사실에 자괴감이 든다. 성장에만 눈이 멀어, 우리의 터전을 우리 손으로 망가뜨리고 있다니. 자본주의 사회에서 환경 문제와 개발이 양립할 수 없다는 것도, 그래서 선택이 어렵다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딜레마 속에서 고민하기에는, 책 제목처럼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없다. 정말로 바뀌어야 할 때인 것이다.

 

 

인류세 같은 과학적 단어가 사회적으로 힘이 없다면
이 사회에서 과학이 어떤 위치에 놓였는지 의심해봐야 한다.

 

- p. 24, 『우리에게 남은 시간』

 

 

저자는 지구적 문제가 사람들의 삶에서 자주 배제되는 이유에는 과학에 대한 불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책에서 자주 인용되는 영화인 <돈 룩 업>은 혜성 충돌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과학자의 조언을 무시하고 조롱하는 미국 사회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한국 사회 속에서, 저자가 생각하는 이와 비슷한 사례는 바로 코로나 백신이다.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바이러스로 전 지구가 마비됐다. 보이지 않는 존재의 힘은 실로 대단했다. 쉴새 없이 가동되던 공장을 멈추게 하고, 북적이던 거리에 적막을 가져다 주었으며,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실질적인 피해를 입혔다. 그러나 인류라는 존재는 늘 위기에서 오히려 해결책을 모색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 시대로 접어든지 얼마 되지 않아, 곧바로 백신이 개발되었다. 그러나 왜 우리는 백신을 믿지 못하고 접종하기를 꺼렸을까?

 

  

기후 위기와 관련한 에너지 정책이든 몸에 맞는 백신이든

모두 자신의 건강과 경제적 이해관계와 관련이 있다.

그러면 그것을 수행하는 제도와 정부에 대한 믿음과 의심으로 갈리게 되고,

그와 결부된 과학 지식을 의심하는 데까지 나아갈 가능성이 생기게 된다.

 

- p. 27, 『우리에게 남은 시간』 

 

 

과학에 대한 불신은 정부에 대한 믿음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는 문장에 깊이 공감했다. 책에는 우리나라와 대척점에 있는 반응으로 스웨덴 국민의 대답을 소개했는데, “과학을 신뢰한다.”는 말에서 국가와 사회제도에 대한 신뢰가 백신 접종뿐만 아니라 기후 위기 등 환경 문제에 대한 감수성과 행동을 결정짓는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펜데믹은 인류에게 시각의 변화를 가져다 주는 사건이기도 했다. 다름 아닌 지구의 회복이다. 성장의 시계는 멈췄으나, 오히려 자연의 시계는 바쁘게 돌아갔다. 그동안 대기를 뒤덮은 미세 먼지가 걷히고, 이산화탄소의 양이 감소했다. 쉴 새 없이 잘리던 나무들에도 평화가 찾아왔다. 바다와 땅에 사는 생명에도 마찬가지다. 그간 인간이 행했던 수많은 고통이 멈추자, 지구는 조금씩 자기 자신을 돌보며 이전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다.

 

슬프고 값비싼 배움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맞바꾼 깨달음이었다. 역지사지가 되어 보니, 기후 위기가 당장 코앞에 닥쳤다는 것을 잠시나마 많은 사람들이 실감했다. 여기서 돌봄과 감수성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된다. 당장 일상에 변화가 크지 않다 하더라도, 우리는 늘 미래를 생각하며 서로를 돌보고 다정히 대해야 할뿐만 아니라, 지구에게도 그러한 태도를 지녀야 한다. 현재를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은 어두컴컴하고 광활한 우주에서 아름다운 별의 역사가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의무가 응당 있기 때문이다.


 

‘무해’는 결국 안전하고 싶은 욕망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된다. 

 

- p. 210, 『우리에게 남은 시간』

 

 

책 말미인 제4장 <인류세 시대를 살아가기>에는 「무해의 욕망」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MZ세대에서 유독 “무해”라는 키워드가 뜬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필자 역시 무해한 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을 자주 사용하는 마음 안에는 안전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고 김홍중 서울대 교수는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태도는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 선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어쩌면 개인적인 바람에서 비롯된,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고자 하는 작은 마음이 전지구적으로 퍼져 나간다면 인류세가 아닌 또 다른 새로운 시대가 열리지 않을까?

 

 

 

딜레마와 싸운 오늘의 선택이 지구의 내일을 만든다



지구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행동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푸른 별에게 미래는 없다는 것을 이번 도서에서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지구의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말로 인류의 종말을 뜻한다. 자연 속에서 위로를 많이 얻고 섬세한 사람이라면, 지구의 아픔에 주목해야 할 때다. 그렇다면 우리가 실제로 할 수 있는 것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꾸준히 관심을 갖는 것이 첫 번째가 될 것이다. 저자는 오랜 시간 환경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왔다. 사람들을 환경 문제에 주목시키기 위해, 비교적 크게 관심 받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목소리를 낸 것이다. 사람들의 조회수로 먹고 사는 직업군일수록 그러한 선택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 주제로 무언가를 만들고 쓰지 않는다고 해서 나쁘다고만 이야기 할 것은 절대 아니지만, 다수가 하지 않는 행동을 소신껏 하는 사람들을 알아주는 것이 어쩌면 변화의 시작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확증편향을 경계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환경이라는 주제의 정보를 수고롭지만 직접 검색하여 접해야 한다. 사람은 믿는 것만 믿게 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알고리즘의 덫이 곳곳에 널려 있는 요즘같은 시대에 이는 더욱 중요한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당연히 행동하는 것이다. 절대적인 공부의 양과 관심도 중요하지만, 그것만큼 중요한 것이 실천이다. 시위를 한다거나, 발언하는 차원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우리의 삶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그것을 해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하나 둘 일상 속에서 변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여러 번 사용이 가능한 제품을 들고 다니며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을 줄이는 것이나 새로운 옷가지 구입하지 않기, 환경 단체의 행동에 주목하기와 같은 작은 단위부터 정부나 기업에서 추진하는 기후 위기 대응 행동에 동참하기와 같은 비교적 활동적인 행동으로 점차 반경을 넓히며 우리 손으로 다시 지구를 가꾸려는 최소한의 노력이 필요하다.


개인적 차원뿐만 아니라, 기업 단위에서도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변화하는 추세다. ESG의 중요성이 부각된 후로, 친환경을 앞세워 경영하는 기업이 많아졌다. 하지만 필자는 이 지점에서 회의감을 느끼곤 한다. 진정 탄소 중립을 원한다면, 지금 그들이 하고 있는 그 모든 노력은 사실상 별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하나의 사업 수완이라고만 생각하기는 싫지만, 지구 입장에서 보자면 그렇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을 중단하고 회복에만 전념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환경에 대한 책임감 있는 태도를 가진 기업을 소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또한 딜레마다. 우리는 늘 사유를 통해 이러한 선택을 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경계하며 현명한 소비를 해야 할 것이다.

 

앞서 말한 두 가지,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행동한다면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많이 바뀔 것이라고 믿는다. 사회란 하나의 유기체이니까. 분위기의 전환은 곧 정치인들의 공약을 변화시킬 것이고, 이는 실제적인 법 제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너무 유토피아적인 소리같지만, 이제는 우리가 이를 향해 나아가야만 하며 그러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 이기심은 접어두고, 지구가 일러주는 경고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류세는 끝나지 않을 것이고 인류는 그 옛날 공룡과 지금 수많은 종들이 멸종하는 것처럼 슬픈 결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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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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