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읽는 그림'의 즐거움 찾기 : 이야기 미술관

그림·미술·작품에 담긴 서사를 만나다.
글 입력 2024.04.2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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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아가는 데 미술이 꼭 필요할까? 라는 의문의 들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저는 확고하게 "네"라고 답하겠습니다. 자신의 예술 취향을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삶은 다채로워지고, 미술 작품과 화가를 알수록 시야는 넓어집니다. 그림을 안다는 것은 그 시대의 삶과 문화, 역사를 아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예술은 슬픔과 고통에서 나오기도 하고, 기쁨과 간절함에서 샘솟기도 합니다. 우리의 모든 감정에서 예술이 탄생하는 것이죠. 마르크 샤갈이 "예술에 대한 사랑은 삶의 본질 그 자체다"라고 했듯 우리의 삶에도 예술이 자연스레 스며드는 순간이 왔으면 합니다.

 

이 책은 실제 존재하는 '이야기' 미술관이 아닙니다. 영감, 고독, 사랑, 영원의 방이 존재하는 이곳에서 아주 오래된 그리스 고전주의부터 현재 우리와 함께 살아 숨 쉬는 동시대 미술까지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미술관에서 아름답고 경이로운 명화 속 이야기를 읽고 미술과 더 가까워지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_ "들어가며" 중에서

 

 

<이야기 미술관>에서 소개하는 영감, 고독, 사랑, 영원의 방은 여러 작품의 이야기를 한데 묶을 수 있는 각각의 중요한 키워드를 제시한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스토리텔링과 화가가 그림에 남긴 서사가 맞닿은 지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서 독자에게는 새로운 관점의 해석을 제공하기도 한다. 마치 어느 미술관에 온 것처럼, 때로는 각 방의 문을 넘나들며 탐독하고 나름의 해독을 정립하여 '읽는 그림' 목록을 채워보려고 한다.

 

 

 

고독과 사랑, 쓸쓸하고도 아름다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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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시각적인 감각에 의해서 피어나는 감정, 즉 작품이 자아내는 분위기이다. 작품을 보자마자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심상이 있는가 하면, 스토리텔링을 통해서 추측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슬픔과 기쁨, 밝고 어두운 분위기는 보다 잘 느껴지며 이를 토대로 작품의 주제를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의 눈앞에 보이는 그림이 정말 이미 보편적으로 알려진 상징과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또는 '그림 속 인물의 감정이 과연 단편적일까?'

 

이중섭의 《달과 까마귀》와 장 프랑수아 밀레 《기다림》 그림에 내포된 또 다른 정서와 의미를 살펴보기에 좋은 작품으로 소개하고 싶다. 먼저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달은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밤이라는 시간적 배경을 의미한다. 밤은 무언가 쓸쓸하고, 해가 져서 어두워지는 심상을 자아낸다. 또한 '기다림'이라는 단어를 떠올려보면 누군가 오기를 기다리는, 또는 때가 오기를 바란다는 의미로 애틋한 감정이 피어난다.

 

그러나 저자가 남긴 이야기를 토대로 시선을 조금 달리하면, 두 그림에서 쓸쓸함과 동시에 아름다움이 묻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흉조를 의미하는 까마귀와 달리보면, 이중섭의 가족이 있었던 일본에서는 까마귀를 길조로 여긴다는 점과 고구려 고군벽화에서 즐겨봤던, 훗날 화풍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평양에서의 유년 시절를 미루어 보아 그가 그린 까마귀는 길조에 가까웠을 것이다. 가족과 함께 하고 싶은 그의 마음에는 외로움을 일컫는 외로움뿐만 아니라 사랑이 담겨있었으리라.

 

이어서 《만종》, 《이삭 줍는 여인들》로 널리 알려진 밀레의 작품 중에서도 앞으로는 《기다림》을 가장 먼저 떠올릴 거 같다. 밀레의 그림을 풍부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생애와 가족 이야기를 함께 보는 것을 추천한다. 화가의 꿈을 응원해줬던 할머니와 어머니의 죽음, 뒤늦게 알게된 죽음과 미처 여비를 마련하지 못해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던 그 시간은 밀레에게 큰 고통으로 다가왔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 고향을 찾은 그에게 기다림이란 사랑의 또다른 이름이 아니었을까. 마찬가지로 오랜 기다림 끝에 다시 밀레와 만난 가족들에게도 더 이상 쓸쓸함이 아닌 아름다운 이야기로 기억될 것이다.

 

 


영감과 영원, 삶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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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볼 때면 늘 따라다니는 질문이 있다. '창작에 있어서 영감의 원천은 무엇일까?'


프란시스코 고야의 작품을 볼 때면 당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화폭에 담아낸 듯한 느낌을 받는다. 책에서 소개된 《1808년 5월 2일》은 스페인 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를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전쟁과 내전의 고통, 그리고 학살의 잔혹함을 전하고 있다. 이처럼 누군가 기록하지 않았다면, 또한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았다면 볼 수 없었을 많은 이야기가 떠오른다.

 

고야에게 있어서 영감의 원천은 바로 삶의 '현실'과 일상을 함께 살아가는 가족, 친구, 이웃이었다. 그의 눈에서 손으로, 그리고 훗날 이 작품에 영감을 받은 화가들은 또 다른 그림을 그려냈다. 대표적으로 마네의 《막시밀리안 황제의 처형》, 피카소의 《한국에서의 학살》 등이 있다.

 

한편 16세기 영국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한스 홀바인의 《대사들》은 당시 영국에서 벌어지던 역사적 사건과 함께 화가의 생각도 그림 속에 담겨있다. 헨리 8세와 영국의 종교개혁에 대한 배경, 그리고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파견한 두 대사의 모습을 작품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두 인물 주변에는 천구의, 휴대용 해시계, 사분의, 다면 해시계, 토르카툼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과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그 시대상을 보여준다. 이어서 줄이 끊어진 류트로와 고전주의 회화에서 죽음을 뜻하는 두 개골은 홀바인이 그림에 남긴 자기 생각, 또는 영감의 상징이 아닐까 싶다.

 

최근에 우연히 읽고 싶은 책을 고르면서 헨리 제임스의 소설 『대사들』 표지 이미지로 위 작품을 보았다. 마지막으로 영감과 영원이라는 두 단어를 떠올려보니, 동명의 그림과 소설 사이에는 어떤 연결고리가 존재하는지 궁금해졌다.

 

이처럼 삶으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어떻게 영감의 원천과 영원의 뿌리가 될 수 있을까? 우리는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 미술관>으로, 그리고 마음속에 들어온 하나의 그림에서 삶의 서사를 만나고 인생을 배운다.

 

*


전시를 관람하면서 어느 작품과 마주했을 때, 우리가 부여하는 '서사'와 그 이전에 모든 화가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신의 그림에 남긴 '서사'는 어떤 모습일까?

 

언젠가 미술을 접하고, 그림을 보면서 유독 기억에 남는 스토리텔링이 있다. 그날은 잊어버리지 않고 관람할 전시와 참여한 작가에 대한 정보가 담긴 책자를 챙기고, 섹션마다 소개된 글을 좀 더 꼼꼼하게 읽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쯤에, 이른바 '읽는 그림'으로서의 미술을 점차 이해할 수 있었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른 뒤에는 어느 전시회를 가든지, 한쪽 벽면에 써진 기획 의도와 함께 작가 및 작품에 대한 설명을 보다 빠르게 훝어보는 습관이 생겼다.

 

한편 매번 마주하는 그림을 보는 것을 넘어서 때때로 '읽는 그림'의 즐거움을 찾기에 이르렀다. 단순히 취향에 따라서 풍경화와 인물화로 구분하여 관람하는 것 이외에도 고전 미술과 현대 미술을 아우르는 탐색, 그리고 이어서 그림과 관련된 일화 또는 화가의 생애, 시대적 배경 및 당시의 사회상 등을 살펴봄으로써 《이야기 미술관》은 더욱 풍성해졌다.

 

이처럼 기억의 공간에 축적된 조각들이 마치 하나의 연결된 이야기를 만들어 내듯이, 이미 보거나 들었던 내용과 새롭게 접한 정보 감각 사이에는 일종의 중첩되는 서사가 겹겹이 쌓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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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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