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주저하지 않는 이들의 전시 - 데이비드 호크니 & 브리티시 팝아트

글 입력 2023.04.11 02:3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호크니 포스터_세로형.jpg

 

 

누군가 팝아트에 대해 아냐고 묻는다면 대부분 비슷한 답을 할 것이다. 팝 아트의 대명사 앤디 워홀, 강렬한 색감에 기묘한 작품 "행복한 눈물"이 대표작인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 어디에선가 팝아트 하면 들어본 사람이 분명 떠오를 것이다. 이처럼 팝아트는 예술 중에선 우리에게 꽤나 익숙하고 친근한 편이다.

 

그러나 때론 이 친근함이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이끌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이 친근함은 앤디 워홀이 미국인이니 팝아트도 당연히 미국에서 시작되었겠거니 하는 확증 편향을 불러일으킨다. 적어도 나는 그런 확증 편향에 빠져 잘못된 정보를 참 뚝심 있게 믿어 왔다. 이번 전시 <데이비드 호크니 & 브리티시 팝아트>를 보기 전까지 말이다.

 

한국과 영국 수교 140주년을 기념한 전시 <데이비드 호크니 & 브리티시 팝아트>가 DDP에서 7월 2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끈 데이비드 호크니를 필두로 영국 팝 아티스트 14인의 판화, 사진, 포스터 등 다채로운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사회적으로 급변화한 1960년대 영국에서 이들은 어떤 관습에 저항하고 어떠한 방식으로 새로운 의견을 표출했는지 살펴보고 싶다면 바로 이 전시를 추천한다.

 

물론, 전시 제목에서도 메인으로 등장하는 호크니의 작품이 60여 점이나 함께 전시되어 있기에 호크니 러버에게도 추천하고 싶지만, 이 글에선 이미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호크니보다 그가 속해있던 인디펜던트 그룹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전시장 초입, 격변하는 시기의 영국을 담은 미디어 아트를 지나면 여러 아티스트와 그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던 전시관으로 이어진다. 이들이 바로 팝아트의 초석을 다졌다고 회자되는 인디펜던트 그룹이다.

 

인디펜던트 그룹은 1950년대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한 예술가, 건축가, 작가 그룹으로 이들은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예술 접근 방식에 불만을 품어 규범에 도전하는 동시에 새로운 예술적 표현을 탐구하고자 노력했다.

 

특히, 2차 세계 대전의 여파에서 벗어나 소비문화가 확산되었던 시기였기에 이들의 예술 활동 범위는 더욱 넓어졌다. 대중 매체, 광고, 심지어 브랜드와의 콜라보 제품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이어가며 예술의 영역을 확장해나갔다.

 

 

tempImageCfeXv9.jpg

 

이들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한 전시로 가장 잘 알려진 'This is tomorrow'에 출품되었던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특히, <오늘날의 가정을 그토록 다르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는 리처드 해밀턴의 작품으로 콜라주 기법을 활용해 현대 시대를 상징하는 여러 요소를 결합했다.

 

좁은 공간에 위치한 각종 가전제품과 창문 밖 안테나, 그리고 이질적인 여성 보디빌더의 조합은 당시 기술 발전으로 어떤 트렌드가 있었는지 보여주는 동시에 기존 관습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준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었다.

 

이 외에도 한 작품 안에서도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활용한 조 틸슨, 기존의 성적 금기에 도전장을 내밀기 위해 다소 노골적이고 불편하게 여성을 작품화 한 앨런 존스의 작품 등 정말 다양한 아티스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tempImagegvPezQ.jpg

 

 

역동적인 작품들 사이를 열심히 왔다 갔다 하니 쓰나미라도 겪은 듯 힘이 빠졌을 때, 비로소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들을 마주했다.

 

물을 통과하는 빛에 따라 달라지는 사물의 모습을 포착하고자 했던 데이비드 호크니는 확실히 물에 집중한 그림이나 사진 작품이 많다. 그가 캘리포니아에서 한 시절을 보내며 따뜻한 날씨, 집집마다 있던 수영장에 익숙해진 탓도 있을 것이다.

 

이는 호크니가 같은 주제나 사물도 항상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해 내고자 시도한다는 점과 맥을 같이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아직 카메라가 대중적이지 않았던 시절부터 직접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며 다시 한번 혁신적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무려 37년생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지금까지도 새로운 방식의 예술을 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지 않는 태도는 비단 호크니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호크니를 비롯한 영국의 팝 아티스트들은 마치 빛에 따라,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물에 비친 모습처럼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오늘날 이렇게 전시관을 가득 메우면서도 저마다의 개성이 살아있는 작품들이 탄생할 수 있었으리라 믿는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옛말처럼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보단 기존의 관습과 그가 주는 안정을 택하는 게 미덕처럼 여겨지는 사회이지만 전시장을 나올 땐 항상 새로운 것을 주저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마음 한편에 품고 나올 수 있었다.


 

 

[이영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