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해피엔딩, 맘마미아! [공연]

글 입력 2023.04.07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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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있음에 난 정말 감사해”

 

오랜만에 뮤지컬이 보고 싶었다. 그렇다고 내 기분이 침체되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극이 다소 무거운 소재를 사용하는데, 그렇지 않아도 주변에 진지하게 몰입해야 하는 일 천지였다. 이런 나에게 다가온 <맘마미아!>, 깨끗하고 청량한 포스터부터 나를 잡아 끌었다.

 

 


익숙해서 편안하고, 편안해서 즐거운!


 

익히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는 소위 ‘머글극’으로 소문이 나 있다. 뮤지컬을 많이 접하지 않은 관객들도 부담스럽지 않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매니악하지 않은 작품이라는 뜻이다. 그 이유는 막이 오른 지 얼마되지 않아 바로 체감할 수 있다.

 

ABBA의 “Mammamia!”가 연주되면서 입꼬리는 스멀스멀 올라가기 시작한다. 노래방에 끌려가서도 친구가 아는 노래를 부르면 흥이 오르는 것처럼, 너무나도 많이 들어본 멜로디에 이미 기분이 좋아진다.

 

주크박스 뮤지컬의 대표답게 “Mammamia!”를 시작으로 소녀시대가 리메이크하기도 했던 “Dancing queen”, “Honey, Honey”, “I have a dream” 등 ABBA의 히트곡들이 쉴 틈 없이 엉덩이를 들썩이게 한다.

 

모든 노래를 알지 못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지리스닝을 표방한 ABBA 덕분에 넘버들을 미리 예습하고 가야 하는 부담감이 적다. 매 장면이 편안하게 흘러간다. 나는 극장에 도착한 이후에서야 눈코뜰새 없이 바빴던 터에 뮤지컬에 등장하는 음악들을 미리 들어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아 못내 탄식을 했었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참 부질없었다.

 

그리고 또 중간중간 웃음이 새어 나왔다. 가족들이랑 또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와는 달리 가족들은 문화공연에 큰 관심이 없으면서도 또 극을 잘 선택해서 보여주면 무척 즐거워하는 사람들이다. 5년 전쯤 공연장을 누비고 다녔던 내가 무색하게 최근 극들의 캐스팅 보드를 보면 나조차도 모르는 이름들이 즐비했었으므로 가족들과 함께하기가 조금 애매했달까.

 

반면 <맘마미아!>의 이번 캐스팅을 살펴보면 홍지민, 박준면, 김정민, 이현우, 송일국, 장현성 배우 등 부모님에게도 익숙한 얼굴들이 많다. 아빠가 머신으로 커피를 내려줘도 맥심모카골드를 찾는 엄마에게 부담스럽기도 한 ‘고상하기만하고 지루한’ 뮤지컬에 대한 편견을 한 층 낮춰줄 수 있겠다 싶었다. 오히려 부모님 세대에게 더 익숙한 ABBA는 덤이다.

 

게다가 극의 내용은 한국 사람이라면 익숙한 ‘ㅇㅇ찾기’이다.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남편을 찾아 헤맸다면, <맘마미아!>에서는 아빠를 찾아 나선다. 이 익숙한 클리셰가 주는 안정감이 좋았다. 소피는 자신의 결혼식에 아빠로 추정되는 세 사람을 초대한다. 한부모가정을 무겁지 않게 그리는 것도, 혼자 아이를 키운 여성을 억세다고 표현하지 않는 것도, 결국은 아버지를 찾지 않고 결혼식에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입장하기로 한 것까지도 그 누구도 불편하지 않을 전개까지 가족극으로 완벽했다.

 

 

2019맘마미아_money money money_도나(신영숙).jpg

 

 

 

한국어-원어 장벽이 무너지는 순간!


 

가족들을 차치하고 내가 기꺼이 재관극을 하겠다는 결심은 사실 쉽지 않다. 내가 무언가를 두 번 이상 잘 못보는 사람이기도 하거니와 외국 라이선스 공연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어색한 번역투 때문이다.

 

우선 한국 배우들이 나와서 영어 이름을 사용하는 것에서 이미 약간의 거부감이 든다. 특히 극이 유명하다면, 영화화가 된 적이 있다면, 모든 대사와 넘버들이 어색하게 느껴지기 쉽상이다.

 

<맘마미아!>도 브로드웨이를 종횡했던 최고의 뮤지컬일뿐만 아니라 메릴 스트립, 아만다 사이프리드, 콜린 퍼스, 피어스 브로스넌, 스텔란 스카스가드 등이 출연한 리메이크 영화는 후속작까지 제작되었을 정도로 부담스러운 영화 성적을 가지고 있다. 공연을 보기 전엔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나는 아무런 이질감을 느끼지 못했다. 부질없는 걱정이었음을 깨달은 시점은 가장 좋아하는 곡인 “Slipping through my fingers”가 흘러나오기 시작할 때였다. “내 곁에서 멀어져 갔어, 내 손에서 빠져나갔어”라는 가사를 들었을 때, 그제서야 ‘아, 원래 영어곡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 많이 들었던 곡인지라 떠오르기 시작했을 뿐이다. 공연장을 나와 차 안에서 노래를 흥얼거리는 나는 공연장에서 들은 한국어 가사를 읊고 있었으니까!

 

오늘의 공연이 좋은 공연이었는지 확인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공연 후에 관객에게 잔상이 남았는가’ 이다. (원곡을 찾아 듣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부정하지 못하겠지만) 한국어 버전을 먼저 찾아 틀었다. 불만족스러웠다면 나는 체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기꺼이 영화 <맘마미아!>를 다시 볼 각오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날의 노래들과 해피엔딩의 여운이 나의 온 하루를 감쌌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요즘의 침체되는 즈음에도 나는 ‘맘마미아 노래 모음’을 유튜브에 검색하며 나의 해피엔딩까지 바라보고 있다.

 

 

[박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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