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세르게이 말로프 내한공연

글 입력 2024.03.28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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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세르게이 말로프.jpeg

 

 

전자 바이올린과 루프 스테이션으로

재해석한 요한 세바스찬 바흐


클래식 음악의 고전적 아름다움과

최첨단 현대 기술을 교차하는 시간

 

 

오는 4월 23일 화요일 7시 30분, 세르게이 말로프(Sergey Malov)의 내한공연이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Violoncello da spalla), 일명 '어깨첼로'의 거장 세르게이 말로프가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음악을 연주하고 루프 스테이션으로 재해석해 즉흥연주하는 다채로운 연주를 선보인다.

 

'어깨첼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클래식 음악의 고장 서유럽에서도 여전히 발굴 중인 이색 악기 중 하나다. 바이올린이나 비올라처럼 어깨 위에 얹고 연주하는 '첼로'지만, 이 악기는 첼로 연주자보다 바이올린 연주자가 다루는 경우가 많다. 세르게이 말로프가 바이올린과 비올라 연주자이기도 하다는 점 역시 이러한 점을 증명한다. '어깨첼로'는 말하자면, 낮은 소리를 내는 바이올린에 가까운 악기다. 가슴 안에 품은 자그마한 악기에서 울려 퍼지는 저음 악기의 묵직한 소리는 첼로와는 다른 종류의 무게 있는 소리로 가슴을 울린다.

 

이번 공연이 더욱 특별한 점은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뿐 아니라 전자 바이올린과 전자음향을 사용해 즉흥연주가 가미된다는 점이다. 또한 바흐 모음곡과 말로프의 즉흥연주가 나란히 연주됨으로써 고전과 현대의 경계가 넘나든다. 이처럼 단순히 악보에 따라 연주하는 것이 아닌, 즉흥성이 가미된 연주를 통해 그는 과거의 음악을 가져와 생생한 '현재를 연주'할 것이다.

 

[공연 프로그램]

J. S. Bach - Sonata No. 2 in A minor BWV 1003 III. Andante

J. S. Bach – Suite No. 6 in D Major BWV 1012

*공연 프로그램 및 순서는 변경될 수 있습니다.

 

이번 공연에서 말로프가 선보이는 첫 곡은 바흐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 3악장이다. 바흐의 바이올린 무반주 소나타는 바이올린 독주의 정점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이 곡들에서 바이올린은 단선율이 아닌 풍성한 화성을 연주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악기로 그려진다. 이중 소나타 2번 3악장 '안단테'는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베이스 성부 위에서 느린 선율을 쌓아가는 악장이며, 단 하나의 악기로 작지만 풍성한 현악 앙상블을 만들어낸다.

 

이어지는 곡은 바흐가 비올론첼로를 위해 쓴 모음곡 6번 D장조 작품이다. '첼로 모음곡'이라 불리는 여섯 작품 중 마지막 곡이며 프렐류드와 알르망드, 쿠랑트, 사라방드, 가보트 두 곡, 지그로 이루어져 있다. 통상적으로 바로크 모음곡은 알르망드, 쿠랑트, 사라방드, 지그를 기본으로 하지만 바로크 시대에는 여러 춤곡이 널리 유행했던 만큼 작곡가들은 이 모음곡을 다양한 구성으로 변주해왔다. 이 모음곡에서도 바흐는 통상적인 모음곡 구성을 바탕으로 프렐류드를 앞서 배치하고, 사라방드와 지그 사이에 가보트를 추가했다.

 

한편 이 모음곡에는 특별한 메모가 남겨져 있다. 바흐의 두 번째 아내이자 이 작품을 필사한 것으로 알려진 안나 막달레나 바흐가 이 악보의 첫머리에 '다섯 번째 현'(cinq cordes)을 포함하여 총 다섯 음을 그려놓은 것이다. 오늘날 첼로의 A현보다 5음 위인 E음까지 적혀있는 이 악보는 후대 음악가들에게 수많은 해석의 여지를 남겼고, 그 해석은 이곡을 어떤 악기로 연주하냐는 차원에서부터 시작됐다. 물론 현대의 첼로로는 그 높은 음들을 연주할 수 있어 이 작품은 긴 시간 첼로로 연주되어 왔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 곡이 다리 사이에 끼워 연주하는 첼로가 아니라 어깨에 대고 연주하는 첼로, 즉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로 쓰인 것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비올론첼로 다 스팔라는 다섯 개의 현으로 이루어진 악기다) 그런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제기한 지기스발트 쿠이켄(Sigiswald Kuijken)은 일찍이 이 모음곡을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로 연주한 음반을 발매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바흐의 이 모음곡이 연주자들에 의해 계속해서 '재탄생'되고 있다는 점이다. 첼로 모음곡은 20세기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상점에서 이 작품의 존재를 우연히 알게 된 파블로 카잘스에 의해 재조명받기 전까지는 공개적으로 연주된 적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 이후 바흐의 모음곡은 첼리스트들이 한번씩 깊게 탐구하는 첼로 레퍼토리의 중요한 고전으로 잡았다. 나아가 지기스발트 쿠이켄을 비롯한 여러 연주자의 해석을 통해 이 작품은 첼로를 넘어 비올론첼로 드 스팔라로 연주되기 시작했고, 그의 접근은 바흐 시대의 현악기들을 더욱 입체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했다.

 

세르게이 말로프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말로프는 일반적인 바이올린부터 비올라,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 그리고 전자 바이올린까지, 바이올린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활동해온 독특한 연주자다. 그의 악기가 바이올린 한 대에 국한되지 않는 만큼, 이 모음곡을 연주할 때도 말로프는 여러 현악기를 돌아가며 연주하고 때론 루프 스테이션으로 그라운드 베이스를 형성해 그 위에서 더욱 자유롭고 즉흥적인 선율을 만들어간다.

 

말로프의 연주는 오늘날의 바흐 연주에 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여러 종류의 현악기가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음색, 루프 스테이션을 통해 더욱 선명해지는 앙상블의 감각, 그리고 바로크 시대의 주요한 덕목 중 하나였던 '즉흥성'까지. 세르게이 말로프의 연주를 통해 21세기의 감각으로 다시 한 번 재탄생한 '현재의 바흐'를 만나볼 때다.

 

 

[박형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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