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가 진짜로 원했던 그 순간, 맘마미아!

내가 원하는 걸 깨닫는 순간의 흥을 지켜보는 묘미
글 입력 2023.04.02 00:4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스무 살 새내기 시절,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야 할 것만 같아 매일 약속을 잡은 기억이 있다.

 

누가 시킨 것도 눈치 준 것도 아닌데 나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 알 수 없는 의무감이 생겼다. 나에게 맞지 않는 행동은 오래가지 못했고, 되려 힘들고 기분이 처지기도 했다. 그런 기억이 있기에 이제는 무리해서 약속을 잡지 않는다. 이제는 내 시간을 어떻게 쓰고 싶은지 잘 안다.

 

아이유가 자신의 자작곡 ‘23’에서 나도 날 잘 모르겠다며 자신을 ‘수수께끼’라고 칭하다가, ‘팔레트’에서 ‘이제야 알 것 같아 날’이라고 말한 것처럼 우리는 우리도 몰랐던 자신에 대해 점점 더 많은 면모를 알아간다. 왠지 해야 할 것만 같아서 하던 일을 멈추고 진짜 하고 싶은 걸 알게 되는 순간이 온다.

 

그리고 맘마미아!의 도나와 소피가 경험하는 그 순간을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23_MM!_PST_전기간.jpg

 

맘마미아!는 지중해를 연상시키는 하얀 세트 위에 흥을 더한다. 이야기는 소피가 결혼식 전 날 아빠 후보 샘, 해리, 빌을 섬으로 초대해 아빠를 알아내려는 소동을 벌이면서 시작된다.

 

아빠와 신부 입장을 하는 완벽한 결혼을 하고 싶었던 소피는 결혼이 다가올수록 아빠를 찾기는커녕, 결혼에 대한 확신을 잃어버린다. 그러다 점차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며 소피는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게 아버지를 찾는 게 아니라 무엇인지 깨닫는다.

 

결국 결혼식장에서 엄마 도나가 소피의 아빠가 누구인지 자신도 모른다고 솔직하게 과거를 털어놓자, 소피도 현재 자신이 원하는 것을 털어놓고서는 결혼을 취소하고 스카이와의 여행을 떠난다. 소피가 진심으로 자신에 대해 확신하는 순간이다.

 

 

2019맘마미아_I have a dream_소피(이수빈)_스카이(신현묵).jpg

[2019 <맘마미아!> 공연사진]

 

 

딸을 위해 인생을 희생하며 혼자서 잘 살아온 엄마도, 사회적 기준에 부합하는 완벽한 결혼을 하고 싶었던 딸도 무의식 속에 억눌러왔던 마음에 솔직해진다. 가장 중요한 건 지금 현재 내가 원하는 것이라고 외치며 앙상블과 모두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은 흥이 절로 난다.

 

'Dancing Queen'을 듣고 흥얼거려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스토리보다 노래가 먼저 탄생한 뮤지컬 맘마미아는 넘버의 영향력이 강하다. <맘마미아!>의 넘버는 70년대를 휩쓸었던 ABBA의 히트곡이 22곡이 담겨있다.

 

‘맘마미아!’하면 도나, 타냐, 로지 3인조가 손을 흔들며 Dancing Queen을 부르는 장면이 가장 먼저 머릿속에 그려진다. 그만큼 <맘마미아!>를 논할 때 유명한 넘버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도 유명한 곡들이 어떻게 뮤지컬로 재탄생했는지 살펴보자.

 

 

 

Mamma Mia


 

2019맘마미아_dancing queen_도나(신영숙)_타냐(김영주)_로지(오기쁨).jpg

[2019 <맘마미아!> 공연사진]

 

 

도나가 과거 세 남자를 20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되면서 부르는 넘버다. 혼자서 딸을 기르기 위해 악착같이 돈을 모으고, 굳건하게 살아가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다시 청춘으로 돌아간 도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행복해 보이는 표정의 많은 배우들의 설렘과 흥분이 무대를 압도한다.

 

 

 

Dancing Queen


 

2019맘마미아_도나(최정원)_타냐(홍지민)_로지(박준면).jpg

[2019 <맘마미아!> 공연사진]

 

 

뮤지컬을 대표하는 곡 ‘Dancing Queen’. 미혼모가 되어 혼자 딸을 길러온 도나는 더 이상 옛날의 멋진 도나는 없다고 자신감 없는 모습을 내비친다. 그러자 절친인 타냐와 로지는 도나에게 ‘넌 최고의 댄싱퀸’이라고 노래를 불러주며 유쾌하게 격려한다.

 

현실과 빠르게 흐르는 시간 앞에서 당당하게 춤을 추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격려는 나에게도 한 번 더 힘을 낼 위로가 되어주었다.

 

 

 

The Winner Takes It All


 

이긴 자가 모든 걸 다 갖고, 진 사람은 혼자 남겨진다. 도나는 샘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다 했다고 말한다. 도나를 홀로 두고 떠난 쌤에게 버림받은 상처는 도나에게 꽤 컸었나 보다.

 

이 넘버는 도나가 애써 잊으려고 덮어왔던 과거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장면이다. 혼자서도 잘 지내온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샘을 사랑했던 도나의 마음이 담긴 매력적인 넘버이다.

 

남녀 간의 사랑, 자아를 찾는 여정, 친구들과의 우정을 모두 담은 맘마미아!는 전 세대가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이다.

 

그중에서도 엄마와 딸의 갈등과 화해가 주된 스토리인만큼 유독 도나와 나이대가 비슷한 분들이 많이 보였다. 연인, 친구끼리 오는 일반적인 뮤지컬 관객층과 달리 중년의 친구들이나 가족단위 관객들이 즐기는 모습이 신선했다.

 

뮤지컬이 끝난 후 집에 돌아가는 길, 옆에 있던 모녀가 즐거워하는 배우들과 한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신난다고 대화를 주고받는 걸 우연히 들었다. 이처럼 누군가에게 <맘마미아!>는 가족과 함께 하는 특별한 추억이, 또 누군가에게는 공감과 위로를 받는 하루가 될 것이다.

 

 

[유다연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