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예술을 바라보며 :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

글 입력 2023.03.31 12:4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포스터_최종_루드비히.jpg

 

한.독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여 쾰른 루드비히 미술관과 마이아트뮤지엄의 긴밀한 협업으로 이루어진 특별 전시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은 20세기 모던아트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주요한 예술 사조와 거장들의 작품들을 아우르는 컬렉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1946년 요셉 하우브리히가 나치 정책의 탄압 속에서 지켜냈던 소중한 독일 표현주의 작품들을 쾰른 시에 기증함을 시작으로, 1976년 페터 루드비히와 이레네 루드비히 부부가 350점의 현대 미술품을 기증하면서 본격적으로 설립된 루드비히 미술관은 쾰른 최초의 현대 미술관으로 피카소, 달리를 비롯해 팝아트의 거장인 앤디 워홀 등의 다수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특히 세계 세 번째 규모의 피카소 컬렉션과 세계 최고 수준의 팝아트 컬렉션은 미술 애호가들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고 있다.

 

총 6개의 테마로 이루어진 이번 전시는 20세기 격변의 시대에서 태동한 예술운동의 배경과 서양 미술사의 발자취를 따라 구성되어 있다. 각 테마마다 예술 사조에 따른 설명과 함께 그 당시 거장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1. 독일 표현주의와 아방가르드

2. 피카소와 동시대 거장들

3. 초현실주의부터 추상표현주의까지

4. 팝아트와 일상

5. 미니멀리즘 경향

6. 독일 현대미술과 새로운 동향

 

 

사실 이번 전시는 피카소와 더불어 흔히 알고 있는 유명한 거장들의 작품을 보러 간 거였지만, 오히려 다른 모습들에 시선을 빼앗겼다. <3장-초현실주의부터 추상표현주의까지> 와 전시 후반부에 있던 두 가지의 영상물이 대표적인 예이다.


20세기 가장 중요한 예술운동인 초현실주의는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몇 년 전 프랑스에서 싹트기 시작했다. 이는 전후 유럽, 미국에서 생겨난 새로운 회화 운동의 토대가 되었다. 새로운 회화를 찾는 예술적 실천 중 하나는 유럽, 특히 프랑스에서 번영한 ‘앵포르멜’ 이 있다. 앵포르멜의 대표적인 선구자로 볼스와 장 뒤뷔페가 있다.

 

1940년 초 유럽의 많은 초현실주의 화가들이 전쟁을 피해 미국으로 갔고 그들은 미국 추상 표현주의를 부흥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3장은 이러한 전후 독일 추상 화가의 대표적 인물인 에른스트 빌엘름 나이, 칼 오토 괴츠, 베르나르트 슐츠 등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황폐화된 인간의 삶과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요소들이 더해져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 작품들이 많았다. 베르나르트 술츠의 <풍경화>에서는 흔히 풍경화라 하면 화사하고 밝은 색감과 다채로움을 떠올리게 되는데, 사막 혹은 낙엽이 썩은 듯한 황폐함으로 가득 차 있었고 콘라드 클라펙의 <병사의 신부들> 은 대포인 듯 재봉틀인 듯 보이는 7대의 동일한 구조물이 만화 같은 모습으로 다양한 색감과 크기로 그려져 있다.

 

<5장 – 미니멀리즘 경향>에서는 마르셍 오덴바흐의 <사진의 사진 찍기>라는 영상물이 있다. 루드비히 부부의 개인 컬렉터로서의 자부심과 자신감 그리고 가치관이 담긴 영상이었다. 미술관이 못하는 역할을 본인들이 하고 있다는 것, 투자나 투기가 아닌 언젠가 공공의 자산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작품들을 볼 수 있게끔 하겠다는 단호한 의지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전시의 마지막은 1861년부터의 루드비히 미술관에 관한 이력, 독일 미술사, 기타 지역 미술사, 독일을 중심으로 한 정치사회사가 도표로 정리되어 한 벽면을 차지하고 있었다. 도표와 관련된 간행물과 도록들이 표 중간 중간 배치되어 있고 실제 관람이 가능하게 오픈되어 있어 전시의 세심함을 엿볼 수 있었다.

 

도표의 맞은편에는 두 대의 소니 텔레비전에서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그중 이번 전시를 통해 가장 큰 감명을 받았던 엔드레아 프레이저의 <공식 환영사>를 끝으로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생략) 저는 4살부터 예술가가 되고 싶었어요. 엄마가 예술가였거든요. 전 창조하는 것을 사랑했어요. 하지만 저는 그 사랑을 잃어버렸어요. 이러한 양면성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하는 일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우리가 하는 일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우리가 하는 일을 충분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 은 매우 중요하고 도움이 돼요. 그게 중요해요.”]

 

예술 작품에 스스로를 담아 기억되는 것, 더 나은 미래에 가치를 두는 것, 예술을 바라봐 주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것. 이 30분가량의 영상은 예술을 창조하고, 예술을 사랑하고, 예술을 소비하는 모든 이들을 관통시키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전시 첫날임에도 불구하고 전시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눈에 담으며 그녀가 온몸으로 토해내듯 말하던 모습을 되새겼다.

 

 

 

송지은.jpg

 

 

[송지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