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콩 심은 데 콩이 나야 할 텐데

멀리서 보면 희극
글 입력 2023.11.1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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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무료하고 특별하지 않아서 무심코 TV를 틀었다. 요즘 내 주위 사람들은 다 본다던 '콩콩팥팥'이 한창 하고 있길래 마구 놀리던 채널 버튼 위 손가락을 잠시 멈췄다.

 

엇, 내가 초등학생 때 런닝맨 보면서 제일 안 좋아했던 이광수-지금은 제일 좋아한다-. 엇, 내가 좋아했던 '상속자들'의 김우빈. 그 외에도 인상이 기억 속에 깊게 남았었던 배우들이 다 함께 농사를 짓고 있었다.


예상치 못했던 조합이 뜻밖의 농사를 짓다니. 그들끼리 친하다는 사실도 몰랐지만, 도시에 있는 게 가장 어울릴 거라 느꼈던 인물들이 시골 마을에 가서 농사일을 하고 있는 풍경은 이렇게 글로만 보아도 흥미진진하다.


대체 제작진들은 이런 예능을 왜 만든 걸까, 보는 나야 즐겁다만. 시청자들의 어떤 부분을 타깃으로 삼은 걸까. 문득 궁금해져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기획의도를 살펴봤다.


 

바쁜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시골로 떠나온 절친 4인방

어느 날 갑자기, 이들에게 땅이 생긴다면?!

난생처음 광활한 빈 밭을 마주한 네 사람은

당황할 새도 없이 농사의 세계로 입성하는데...


초보 농사꾼에겐 땅속 모든 일이 놀라움의 연속!

낫 놓고 기역 자도 몰랐던 ‘농알못’ 에서

농작물에 울고 웃는 ‘찐농사꾼’이 되기까지


무서운 게 너무나 많지만,

추진력 하나는 자신 있는 웃음 치트키 이광수

작업복마저 멋짐으로 무장,

젠틀한 일 처리와 스윗한 목소리는 덤?! 김우빈

형들도 푹 빠진 막내의 리더십!

농사마저 똑소리 나는 황금 막내 도경수

맏형이지만 귀염(?) 폭발,

하이 텐션의 분위기 메이커 김기방


농사에 진심, 노는 것엔 더 진심!

본격 리얼 코믹 다큐 좌충우돌 쌩초보 농사일지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푸르리라!


tvN '콩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공식 홈페이지 中

 

 

기획의도에 유독 '진심'이라는 단어가 많이 보인다. 사실, 기획의도를 보기 전에는 현대인의 '귀농'에 대한 열망에 초점을 맞춘 줄 알았다. '귀농'이든, '진심'이든.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느끼는 것은 같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생각하다 보니 포인트가 다른 것 같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농촌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이유는 각박한 세상을 외면하고 싶어서다. 그런데, '진심'으로 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은 그 반대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도시의 삶에 진심으로 임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그들은 농촌을 머릿속에 담아두지 않았을 것이다.


어릴 적에 보았던 '런닝맨'이라는 예능에서 이광수를 가장 싫어했던 이유를 고민해 봤다. 가장 제작진의 의도에 충실하기 때문이었다. 1등에 대한 열망이라든지, 상품에 대한 소유욕이라든지. 얻고 싶은 것을 위해 팀원을 배신하기도 서슴지 않는 모습이, 어린 마음엔 거슬렸던 것 같다.


이제 와서 보니 '런닝맨'도 하나의 방송이고, 프로그램의 포맷이며, 그 안의 모두가 캐릭터였다. 그 안에서 광수는 그나마 가장 '본심'에 가까운 캐릭터가 아니었나 싶다. 광수가 그 시절 런닝맨의 감초였다는 사실은, 그 프로그램의 팬이자 애청자였던 이들이라면 모두가 인정할 것이다.

 

 


 

 

끼리끼리라고 하지 않나, 광수와 어울리는 친구들은 모두 내추럴한 '진심형' 인간인 듯하다. 연예인이거나, 배우라면 방송에서 챙길 법한 이미지를 지키려고 하지 않는다. 보통 배우들이 예능에 출연하기 전에 필모그래피의 결에 맞는 캐릭터를 잡거나, 아예 반전되는 이미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에.


의외로운 곳에 떨어져 하루아침에 농사를 지어야 하고, 생판 모르는 마을 어르신들께 도움을 청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 속에서도 본인들만의 집중력으로 돌파구를 찾아내는 모습이 흥미롭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우여곡절들은 시청자에게 웃음 포인트가 된다. 제작진과 어르신들의 가이드라인에서 살짝 엇나갈 땐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그것조차 재미요소다.


보다 보니, 내가 부모님의 허리쯤 오는 키의 아이였을 때 친구들과 웃고 놀았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언제였는지 시기조차 가늠하기가 아득한데, 새삼 그때는 정말 즐거웠던 것 같다. 싫으면 싫고, 좋으면 좋고. 화나면 화를 내고, 쉽게 토라지기도 하고. 진심을 내비쳐도 아무도 욕하거나 갈라서지 않았던 때가 그립기도 하다.


'콩콩팥팥'은 누군가의 옛날을, 또는 지금을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배우들은 새로운 일을 해 보며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을 보며 어떠한 해석도 없이 순수하게 웃을 수 있다. -아, 저렇게 일을 하면 콩 심은 데 콩이 안날 수도 있지 않을까, 진심으로 걱정도 해 볼 수 있는 것 같다- 제작진들도 편집하면서 꽤나 많이 재밌지 않았을까. '콩콩팥팥' 속 배우들의 모습 또한 페르소나일지라도. 그들의 모습으로부터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이 많이 각박해도, 진심으로 살다 보면 훗날 돌아봤을 때 더없이 재미있는 기억으로 남아있지 않을까. TV를 통해 방영되어 시청자들의 소확행을 책임지는 '콩콩팥팥' 프로그램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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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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