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유니버설발레단 - 코리아 이모션 情

글 입력 2024.01.23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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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국악에 춤추다


유니버설발레단 창단 40주년 개막 공연

 

 

2024년 창단 40주년을 맞이한 유니버설발레단(단장 문훈숙, 예술감독 유병헌)이 창작 발레 [코리아 이모션 情]으로 첫 포문을 연다.

 

'국악 크로스오버'와 '발레'의 세련된 조화로 한국 창작 발레의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은 바로 그 작품. 발레 한류를 꽃피운 [심청]과 [발레 춘향]에 이어 시그니처 레퍼토리로 비상하는 [코리아 이모션 情]은 발레 언어에 한국적인 색채와 선율이 더해진 아홉 개의 보석 같은 작품들이 모여 눈부신 아름다움과 벅찬 울림을 선사한다. 오는 2월 16일(금)부터 18일(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

 

[코리아 이모션 情]은 지난 2021년 제1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공식 초청작 [트리플 빌 Triple Bill]로 초연 당시 한류 드라마 OST의 대가인 지평권의 앨범 [다울 프로젝트](2014)에서 발췌한 [미리내길], [달빛 영], [비연], [강원, 정선아리랑 2014] 네 작품을 선보여 호평을 받은 이후 2023년 국악 연주그룹 앙상블 시나위의 [동해 랩소디], [찬비가], [달빛 유희], 독일 재즈밴드 살타첼로의 [다솜 Ⅰ], [다솜 Ⅱ] 등 5개의 새로운 작품들이 더해져 65분 길이로 확장되었다.

 

올 해 선보이는 [코리아 이모션 情]은 초연 때 보다 더욱 섬세해진 표현력과 성숙한 기량으로 관객들을 찾아온다. 특별히 이번 공연이 주목되는 이유는 첫 번째, 수석 무용수 강미선이 지난 해 발레계의 오스카 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여성무용수상을 수상하며 K-발레의 위상을 드높인 바로 그 작품이기 때문이다. 더욱 깊어진 감성과 연기력 그리고 완벽한 테크닉까지 관객들의 마음을 뜨겁게 적실 [미리내길]이 담긴 [코리아 이모션 情]을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이유다.

 

두 번째, 수석무용수 손유희의 고별 무대라는 점이다. 2004년부터 8년간 유니버설발레단에서 활동 후 2013년 미국 털사발레단에서 4년간 수석무용수로 활약하고 귀국, 2019년부터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로 돌아온 그녀는 풍부한 경험과 노련미로 장르를 넘나들며 감성을 적시는 무용수이다. 작은 체구임에도 특유의 가벼운 몸놀림과 강렬한 에너지로 다양한 배역을 소화해내던 손유희는 [동해 랩소디], [달빛 유희], [미리내길], [강원, 정선 아리랑 2014]에 출연하여 고별 무대를 장식한다.

 

세 번째, 탄탄한 실력과 두터운 팬덤을 겸비한 드미 솔리스트 임선우의 복귀작이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1대 '빌리'에서 18세에 스위스 로잔 콩쿠르 수상으로 '발레계 조성진'이라는 별칭을 가진 그는 한동안 부상으로 휴식을 가지다가 이번 작품으로 무대에 돌아온다. 그의 복귀를 기다리던 많은 팬들의 기대감을 드높이고 있다.

 

안무를 맡은 유병헌 예술감독은 "국악 퓨전 음악과 발레가 함께 하는 공연이 다소 생소한 조합이라고 여겨질 수 있지만,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 아름다움을 표현함에 있어 끊임없이 열린 마음으로 경계를 허물어야 하고 무한히 확장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25년 이상 한국에 살며 느낀 한국만의 정서와 색채를 담고 싶었고, 안팎으로 어려운 요즘 시기에 지치지 않는 한국의 기상과 저력을 관객 여러분과 나누며 희망과 감동을 주고 싶다"라고 전했다.

 

문훈숙 단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발레단으로서 창단 40주년을 맞이하기까지 성원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 [코리아 이모션 情]은 그간 선보였던 [심청], [발레 춘향]과는 다른 결의 한국적 컨템포러리 작품으로 우리 선율과 몸짓이 발레 언어와 농밀한 조화를 이루는, 유니버설발레단의 창작 역량이 밀집된 작품이기에 40주년 시즌 개막작으로 선택했다"라고 말하며 "한국 발레 발전을 견인하는 입장에서 'K 발레'를 빛낼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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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Korea Emotion ⓒUniversal Ballet_Kyoungjin Kim

 

 

[코리아 이모션 情]이 클래식 발레와 다르게 특별한 이유는 한국적인 발레의 움직임을 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이다.

 

클래식 발레에서는 몸을 정수리 쪽으로 길게 끌어올린 상태로 가장 가늘고 긴 선을 강조하며 움직인다. 절제하되 상체를 활짝 펼치며, 유연하면서도 정형화된 동작으로 테크닉을 보여주는 반면 한국적 정서가 깃든 이 작품에서는 손목은 부드럽게, 팔도 조금 늘어뜨리며 가슴이나 어깨, 팔꿈치 쪽에 집중한다. 팔을 감으며 상체를 안으로 둥글게 말고, 한국 무용의 기초 동작인 굴신과 투 스텝 등의 다리 동작들을 많이 사용한다. 특히, 턴과 리프트처럼 화려한 동작을 하면서도 잃지 않는 상체의 유연하고 부드러운 움직임은 단아함이 느껴져 아름다움이 배가 되는 요소이기도 하다. 정석 그 자체의 클래식 작품과 차별화를 보여주며, 무용수들의 숨은 기량과 매력을 돋보이게 한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한국의 다양한 정을 담은 드라마틱한 안무로 '환상적인 군무의 총집합'이라는 점이다. 국악 크로스오버와 네오클래식 발레의 절묘한 조화 속에서 피어나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각양각색의 군무로 탄생되어 시시각각 변하는 입체적인 영상 배경과 앙상블을 이루며 관객의 오감을 사로잡는다. 또한, 남녀 2인무 외에 자주 볼 수 없었던 남성-남성, 여성-여성 군무도 볼 수 있어 색다른 즐거움과 군무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다.

 

오프닝의 [동해 랩소디]와 클로징의 [강원, 정선 아리랑 2014]는 각각 열 여섯 명, 열 여덟 명의 남녀 무용수들이 호흡에 맞춰 화려하고 파워풀하게 춤춘다. 두 군무는 아홉 개의 작품 중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하여 시종일관 지루할 틈 없이 신명나고 활기차며 박진감 넘치는 에너지와 함께 더욱 웅장하고 뭉클한 감동을 준다. [동해 랩소디]는 자진모리와 드렁갱이 장단 에 선율을 주고받으면서 자유로운 즉흥 연주를 통해 축제를 벌이는 곡으로 [코리아 이모션 情]의 서곡을 담당한다. [강원, 정선아리랑 2014]는 국악, 성악, 클래식과 발레가 함께 어우러지는 대향연으로, 전 이날치 밴드 멤버 국악인 권송희, 소프라노 신델라, 그리고 명창 정주희가 피처링을 맡았다.

 

[달빛 유희]는 화려하고 드라마틱하게 표현한 안무가 특색인 여성 4인무 춤이다. 경기 도당 굿의 6박 도살풀이장단 을 기본 테마로 가야금과 아쟁이 선율을 주고받는 곡으로 통통 튀면서도 깊고 묵직한 소리를 자아내는 오묘한 매력을 갖고 있다. 오로라를 연상시키는 배경과 조명은 등장신부터 무대를 단숨에 압도한다. 깊은 밤을 밝히는 무용수들의 발 빠른 움직임은 가볍지만 묵직한 감정선이 담겨있으며, 차가운 달빛 아래 보여지는 조화와 대비, 절제와 분출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움직일 때마다 하늘거리며 펼쳐지는 치마의 그라데이션과 색조는 한 송이 꽃처럼 아름답다.

 

조선 중기의 문신 임제(1549~1587)가 쓴 시조 '한우가(寒雨歌)'를 소재로 만든 곡으로 평양 기녀의 심성과 마음의 소리를 차가운 비에 비유한 [찬비가]는 클래식 발레에서는 보기 힘든 남성 4인무로 사랑하는 임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형상화한 춤이다. 남성 무용수 4인이 무대에 등장함과 동시에 여심과 남심 모두를 저격했던 작품으로 '한복에 부채는 치트키' 라는 말이 생겨날 만큼 부채를 사용한 움직임은 더욱 멋스럽고, 도포자락 휘날리며 뛰는 점프와 턴, 현란한 스텝이 더해진 안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남성무용수 4인 4색의 매력이 물씬 돋보이는, 힘찬 남성미와 동시에 아름다운 선도 느낄 수 있다.

 

[다솜]은 세련된 선율 위로 2명의 무용수가 데칼코마니처럼 조화를 이루는 춤이다. 여성 2인무 [다솜 Ⅰ]은 가냘프고 부드러운 선 속에서도 강한 에너지를 엿볼 수 있으며, 남성 2인무 [다솜 Ⅱ]은 물 흐르듯 잔잔하게 이어지는 발 스텝과 점프, 턴과 상체를 유연하게 움직이는 모습에서 남성만이 지닌 섬세한 움직임과 춤선 그리고 특유의 묵직함이 느껴진다.

 

[미리내길]과 [달빛 영]은 부부간의 '정(情)'을 애처롭지만 아름답게 담아낸 춤이다. [미리내길]은 죽은 남편에 대한 아내의 그리움을, 반대로 [달빛 영]은 죽은 아내에 대한 남편의 그리움을 형상화하였다. 등장과 마무리 신만으로도 애절한 슬픔이 느껴지며, 처연하고 아련한 두 남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떠나간 이를 그리며 허공을 가르는 팔과 천천히 앞으로 뻗어가는 몸짓, 하늘 위를 걷는 듯한 리프트와 포물선을 그리듯 넘어가는 우아한  백 캄브레, 연이은 리프트는 슬픔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의 무거운 감정이 고조되며 관객들에게 먹먹함을 안겨준다.

 

[비연]은 네 쌍의 남녀 무용수들이 함께 하며 닿을 듯 닿지 않는 애절한 사랑, 남녀 간의 정을 역동적으로 그려낸 춤이다. 어스름한 불빛 아래, 남녀무용수들이 하늘을 향해 뻗어 나가는 지치지 않는 인간의 기상과 의지를 역동적으로 표현한다. 애절함을 머금은 채 손으로 툭툭 칠 때마다 흩날리는 치맛자락과 바짓자락, 팔과 다리를 힘차게 뻗을 때마다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무용수들의 모습에서 강한 감정의 고조가 느껴진다.

 

 

[박형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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