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에게로 향하는 노래 [음악]

사랑 노래 속에서 피어오르는 나에 대한 노래
글 입력 2023.04.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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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정말 많은 노래가 있다. 케이팝, 제이팝, 알앤비, 힙합, 인디, 발라드 등. 그리고 그 노래 대부분의 주제는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 대학 수업에서 들었던 대중문화 수업에 의하면 이것은 사랑이 ‘인류가 가장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노래에서 말하는 사랑은 대개 연인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랑이지만, 우리 인간에게 있는 사랑은 그뿐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 자신에 대한 사랑, 가족 사이의 사랑, 친구 사이의 사랑, 반려동물(가족)과의 사랑…. 더불어 이러한 사랑 노래들이 또 마냥 달달하고 행복한 것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이별 노래, 짝사랑 노래, 사랑을 갈구하는 노래 등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의 눈과 귀를 유영한다.


나는 요즘 그런 사랑 노래 사이에서 조금은 다른 형태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노래에 빠져 있다. 나대로의 삶, 나 그 자체의 나 등을 이야기하는 노래 말이다. 이러한 노래들을 ‘나에게로 향하는 노래’라고 명명해 보았다. 그리고 지금부터 내가 즐겨 듣고 있는 ‘나에게로 향하는 노래’를 몇 가지 소개해 볼까 한다.

 

 

 

1, 비비지 - So Special


 

 

 

'So Special'은 2023년 1월 31일 발매된 앨범 'VarioUS'의 수록곡이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아주 특별한' 정도인 이 곡의 제목은 바로 자기 자신을 칭하는 말이다. 이 곡의 곡 소개와 가사를 보겠다.


 
‘So Special’은 미드템포의 누 디스크 장르 곡으로, 스스로를 향한 위로와 격려를 해주는 희망적인 가사와 캐치한 베이스라인, 복고풍의 신스사운드가 더해진 따뜻한 감성의 트랙이다.
 

 

Yeah 모든 일들이 Stress일 땐 매일 지루한 Everyday

고민하다가 그냥 안 할래 셀 수 없이 또 반복해

What should I do What should I say

내일로 또 미룬 채 계속 날 의심하는 중

갈수록 기분은 Blue 자꾸만 작아진 View

반복되는 Deja-vu I've got a rule

셀 수도 없이 많이 되새긴 단어는 다시

마음속에 크게 그리는 Circle Yeah yeah yeah

Girl 거울 속에 비친 그대로

지금도 충분히 Good enough 말해봐 Good

날 위로 하는 것도 나인걸

의심하지 않아도 Good enough 말해봐 Good Oh na na

 

나도 모르게 점점 쌓여가는 Mistakes

알게 되는 순간 더 움츠린 어깨 눈치만 보일 때 Yeah

한숨을 크게 쉰 후에 새롭게 다시 시작해 언젠가 해결될 일들

이제는 희미한 Blue 확신을 가지고 Do

마지막일 Deja-vu I've got a rule

때로는 지친 맘이 꿈을 꾸는 동안 Shining

나를 향해 크게 그리는 Circle

Girl 거울 속에 비친 그대로

지금도 충분히 Good enough 말해봐 Good

날 위로 하는 것도 나인걸

의심하지 않아도 Good enough 말해봐 Good Oh na na

Why are you so suspicious

그럴 필요 없지 Yeah yeah yeah yeah yeah

I am so special 가장 빛이 나지 Yeah yeah yeah Oh na na

Girl 거울 속에 비친 그대로

지금도 충분히 Good enough 말해봐 Good

날 위로 하는 것도 나인걸

의심하지 않아도 Good enough 말해봐 Good Oh na na

Why are you so suspicious

그럴 필요 없지 Yeah yeah yeah yeah yeah

I am so special 가장 빛이 나지 Yeah yeah yeah

 

 

보면 알 수 있듯 이 노래는 ‘사랑’을 논하고 있지 않다. ‘거울 속에 비친 그대로 지금도 충분히 Good enough 말해봐 Good’과 같은 가사를 통해 지금의 나라는 존재가 충분하다고, 충분히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다.

 

바로 이어지는 ‘날 위로하는 것도 나인걸’이라는 가사는 다른 누군가로부터 위로 받지 않아도, 혹은 인정받지 않아도 됨을 예측하게 한다. 후렴으로 함께 등장하는 ‘I am so special’을 통해서는 우리 각자가 얼마나 특별한 존재이고, 빛나는 존재인지를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


이렇듯 'So Special'은 계속 더 나아져야만 할 것 같은 마음을 조금은 경쾌하면서도 잔잔한 멜로디로 위로하고 있다.

 

나는 다소 인정 욕구가 강한 편이다. '세상 사람들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다'라는 말을 아주 많이 들어 보았고, 그 말이 어떤 뜻인지도 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난 여전히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고, 모두에게 좋게 보이고 싶은 마음 또한 지운다는 것이 쉽지가 않다.


그런데 이 노래를 듣고 있자면 타인이 나에게 하는 말을 덜 신경 쓸 수 있는 작은 힘이 생기곤 한다. 곡 소개처럼 나 스스로를 향한 위로와 격려를 받게 되는가 보다. 전에는 특별하지 않아도 된다는 노래나 말이 많았는데, 이 노래는 조금 다르게 지금 그대로도 충분하고 특별하다고 말하는 것이 달라서, 마음에 더 와닿는 노래가 아닌가 싶다.

 

 

 

2, 강민희 - 걸음마


 

 

 

'걸음마'는 2018년 2월 14일 발매된 곡이다. 잔잔하게 시작해서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는 이 노래는 곡의 제목과 잘 어울린다. 이번에도 역시 곡 소개와 가사를 보겠다.


 

이번 새 싱글 [걸음마]는 그동안 강민희가 그룹 '미스에스(Miss $)' 활동 및 솔로 보컬리스트로서의 활동, 그리고 '산이', '버벌진트'. '칸토', '양다일' 등 동료 아티스트들의 피처링 활동까지 다양한 음악적 행보를 이어오면서 겪어온 자신의 진솔한 감정들을 담은 노래이다. ‘넘어지고 일어서고 다시 넘어지고 일어서고’라는 노랫말처럼 쉽지만은 않았던 지난 시간들을 거름 삼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자전적인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웅장해지는 코러스 라인과 스트링이 인상적인 곡으로, 마음을 저릿하게 만드는 피아노 선율 위에 얹어진 강민희의 진심 어린 목소리가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큰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서툴던 날도 있었지

바로 앞도 너무 멀게 느껴지고

처음엔 발도 뗄 수 없었지

일어설 힘도 없었지

하지만 하나둘씩

걸음을 옮기다 보면

언젠가 나도 달릴 수 있을 거라

난 믿고 있어 나 할 수 있다고

몇 번을 넘어지고 일어서고

다시 넘어지고 일어서다 보면

느낄 수가 있어

더디던 걸음들이 점점 빨라져 가고

이곳을 자유롭게 달릴 수 있어

또 넘어지고 일어서고

다시 넘어지고 일어서다 보면

이해할 수 있어

서툴던 시간들이 차곡히 모여서

언젠간 저 끝까지 닿게 될 수 있다는 걸

그만하면 됐어 내려놓으라고

위로라며 건넨 그 말 다 견뎌내

꼭 믿고 있어 정말 할 수 있다고

몇 번을 넘어지고 일어서고

다시 넘어지고 일어서다 보면

느낄 수가 있어

더디던 걸음들이 점점 빨라져 가고

언젠간 저 끝까지 닿게 될 수 있다는 걸

같은 곳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게 쉬울지 몰라

아픔 같은 건 없겠지

하지만 멈출 수 없어

뒷걸음칠 수 없어

난 끝내 해낼 거라고 믿고 있기에

몇 번을 넘어지고 일어서고

다시 넘어지고 또 일어서다 보면

느낄 수가 있어

더디던 걸음들이 점점 빨라져 가고

이곳을 자유롭게 달릴 수 있어

또 넘어지고 일어서고

다시 넘어지고 또 일어서다 보면

이해할 수 있어

서툴던 시간들이 차곡히 모여서

언젠간 저 끝까지 닿게 될 수 있다는 걸

그래 잘 하고 있어

 

 

'걸음마' 역시 'So Special'와 마찬가지로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지 않다.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나'에 집중하여, 더 나아갈 수 있는 자신에 대한 믿음과 기대를 보여주고 있다. '나 믿고 있어 나 할 수 있다고', '자유롭게 달릴 수 있어' 등의 가사는 어떤 강한 의지와 정신을 드러낸다. '넘어지고 일어서고 다시 넘어지고 또 일어서다 보며'라는 가사는 꼭 김수영의 시 <풀>이 생각나게 만들기도 한다. 눕게 되어도 일어나고, 넘어져도 일어나면 되고, 언젠간 해낼 것이라는 강한 신념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So Special'이 잔잔하게 나에 대한 믿음을 보여 주고 있다면 '걸음마'는 조금 더 강하고 조금 더 격정적이게 '끝내 무엇이든 이룰 나'에 대해 노래하고 있는 듯한 차이가 있다.

 

 

 

3, 버즈 -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은 2005년 3월 3일 발매된 'Buzz Effect'의 수록곡이다. 나는 이 노래가 매우 유명하고 여기저기서 들리기도 많이 들려서 타이틀곡인 줄 알았는데, '겁쟁이'를 타이틀곡으로 한 앨범의 수록곡이었다. 수록곡인 이 노래가 타이틀곡만큼 불리고 들리는 것은 '버즈'라는 팀이 지닌 능력도 있겠지만, 노래 자체가 좋은 이유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곡 소개와 가사를 보겠다.

 

 

2집의 수록곡들은 곧 버즈의 대표곡 집합소라 할 수 있을 만큼 그들의 색깔이 가장 잘 묻어나는 록 발라드의 향연이다. 우선 1번 트랙부터 이름과 달리 타이틀곡 "겁쟁이"를 당당하게 내걸었으며, 이에 가려진 숨은 보석 같은 발라드곡 "거짓말"과 여름휴가를 떠올리게 하는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이 이어진다. 또한 2집의 또 다른 타이틀곡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가시"가 엄청난 사랑을 받게 되는데, 이 곡은 기타리스트 윤우현이 작곡한 자작곡으로, 민경훈의 물오른 가창력까지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음원 차트 올킬과 함께 6억 원의 제작비를 들인 뮤직비디오까지 화제가 되면서 승승장구만을 이어간 버즈였지만, 그들은 점점 지쳐갔다. 후에 이 시기가 가장 큰 위기였다고 털어놓을 만큼의 강행군이었다. 하지만 어찌 됐건 2집으로 '버즈 효과'는 발동되었고, 같은 해 11월에 발매된 "사랑은 가슴이 시킨다"는 방송활동 없이도 음원차트 11주 연속 1위를 달성하는 대기록을 세운다. 누구도 알 수 없는 인고의 시간들을 보내면서도 자신들의 영향력을 잊지 않은 버즈의 애환이 이 앨범에 담겨있다.

 

 

저 푸른바다 끝까지 말을 달리면 소금같은 별이 떠있고

사막엔 낙타만이 가는길 무수한 사랑 길이 되어 열어줄거야

낡은 하모니카 손에 익은 기타 your melody (나는 떠날래)

어린왕자 your melody 찾아 떠날래

Far away U're my sunshine we were together

나는 사랑보다 좋은 추억 알게될거야

텀블러 한잔에 널 털어 넘기고

이젠 나를 좀더 사랑할거야

 

저 끓어 넘친 태양은 부글거리고 오랜 꿈은 삐꺽거리고

쿨럭이 자동차를 타고서 꿈의 날개로 구름속을 산책할거야

낡은 하모니카 손에 익은 기타 your melody (나는 떠날래)

어린왕자 your melody 찾아 떠날래

Far away U're my sunshine we were together

나는 사랑보다 좋은 추억 알게될거야

For my life Find my life

찾아 누릴 천국에 지지 않을 너를 안게 될거야

 

 

이 노래는 다른 노래들과 다르게 '사랑'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기는 한다. 다만 자세히 보면 그 쓰임이 사랑 노래들과 조금 다르다. "나는 사랑보다 좋은 추억 알게 될 거야"라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이전의 나는 사랑에 얽매이는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부터의 나는 사랑보다 내가 가꾸는 추억을 알게 될 거고, 나를 조금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한다. 마지막에 가서 나오는 '지지 않을 너'가 누구를 뜻하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나는 이것도 스스로를 뜻하는 것이리라 생각하며 듣곤 한다. '지금의 나와는 다른, 앞으로 찾게 될 새로운 나'를 상징한다고 말이다.

 

수많은 사랑 노래가 쏟아지는 음원 천국에서 이렇게 때때로 사랑과는 조금 거리가 먼 노래들이 빼꼼히 얼굴을 드러내곤 한다. 그 빈도가 잦지는 않지만, 또 마음 억고 찾아보면 아주 많이 찾을 수 있을 만큼 그 수가 적은 것은 아니다. 이러한 노래들은 매일 일에, 관계에 지치는 자신을, 그리고 우리들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들이 담겨 있을 것이다.

 

나의 소개는 세 곡을 끝이 났지만, 위와같이 '자신에게 향하는 노래'를 각자 하나나 두 개 정도 찾아서 가지고 있으면 어떨까 싶다. 어쩌다 한 번씩 꺼내 듣다 보면 틀림없이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누군가에게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에디터 명함.jpg

 

 

[박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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