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 영화가 그 영화인가? [영화]

글 입력 2023.03.19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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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처음 보는 영화인데 어째서인지 제목만은 익숙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더러 있다. 기존에 이미 많은 사랑을 받아온 유명한 작품과 같은 제목을 공유하는 영화들이 생각보다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비록 제목은 같을지라도 아주 다른 형태의 매력을 지니고 있는 작품들이 많으니, 한번 찬찬히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러나 저러나, <인생은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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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에 개봉한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는 90년대 이탈리아 영화계를 대표하는 걸작이다.

 

운명 같은 사랑에 빠진 '귀도'와 '도라'는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이내 소중한 아들 '조수아'를 얻기에 이르지만, 그들의 행복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조수아'가 다섯 살을 맞이하던 해, 갑작스레 들이닥친 군인들이 막무가내로 '귀도'와 '조수아' 부자를 유대인 수용소행 기차에 실어버렸기 때문이다.

 

'귀도'는 비참한 수용소 생활을 보내는 와중에도 아들 '조수아'가 동심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수용소 생활은 그저 단체 게임일 뿐이라는 둥 황당한 거짓말을 늘어놓기에 이른다.

 

이처럼 아들의 아름다운 인생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린 <인생은 아름다워>는 최초 공개 후 약 26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블랙 코미디 영화계의 명작으로 꾸준히 회자되며 수많은 영화 팬들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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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국내 최초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라는 타이틀로 지난 해 대한민국 극장가에서 화재를 불러모았던 최국희 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는 우리가 잠시 잊고 지냈던 인생의 아름다움에 주목하는 영화이다.

 

생일 선물로 자신의 첫사랑을 찾게 해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들이미는 아내 '세연'과, 그러한 부탁에 마지못해 아내와 함께 전국을 누비며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게 된 남편 '진봉'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간략히 정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본 영화를 연출한 최국희 감독은 해당 영화가 과연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와 같은 제목을 사용해도 되는 것인지 많은 고민을 했다고 밝혔지만, 이내 기자 간담회를 통하여 "찍다 보니까 우리 영화도 이런 제목을 써도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제목이 너무 어울려서" 결국 지금과 같은 제목을 유지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덧붙인 바 있다.

 

 

 

그래서 누구 건데, <복수는 나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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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개봉한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영화 <복수는 나의 것>은 1960년대 일본에서 실제로 활동했던 한 연쇄살인범을 모티브로 한 사키 류조의 소설 '복수는 나의 것'을 원작으로 하여 제작된 작품이다.

 

연쇄살인범으로 체포된 '에노키즈'는 취조실에서 자신의 범행과 삶에 대해 진술한다. <복수는 나의 것>은 이러한 '에노키즈'의 진술을 바탕으로 하여 피도 눈물도 없는 그의 행보를 관객들과 함께 되짚어보는 영화이다.

 

두렵지만 결코 외면할 수 없는 본질적인 질문, '인간의 진정한 본성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고뇌를 관객들의 뇌리에 직접적으로 주입함으로써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파생시킨 작품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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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에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은 청각장애인 '류'가 누나의 수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저지른 유괴극으로부터 파생된 다양한 갈래의 복수극과 비극을 다루고 있는 영화이다.

 

특유의 잔혹한 연출과 강렬한 주제의식을 바탕으로 현재까지도 박찬욱 감독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로 일컬어지고 있는 한국 영화의 클래식과 같은 작품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박찬욱 감독은 앞서 이야기한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을 본인이 굉장히 좋아하는 영화 중 한 편으로 꼽기도 했는데, 다만 <복수는 나의 것>이라는 영화의 제목은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영화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이 아니라 그저 신명기의 구절을 인용한 것일 뿐이라는 일화를 밝힌 바 있다.

 

 

 

우리 모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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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미첼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빅터 플레밍 감독의 1939년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인플레이션 적용 기준 '영화 역사상 최고의 흥행작'이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영화사에서 의미하는 바가 굉장히 커다란 작품이다.

 

남북전쟁의 발발로 인해 혼란에 빠진 사회 속 네 남녀의 로맨스를 그리고 있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특유의 거대한 스케일과 뛰어난 완성도를 바탕으로 개봉 당시 수많은 관객들을 극장에 불러모으며, 그야말로 미국인들의 사랑을 톡톡히 받는 국민 영화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최초 공개 이후 거의 한 세기에 가까운 기나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인생 영화로 손꼽히며 훌륭한 고전으로서의 저력을 과시하고 있으니 가히 위대한 작품이라 평하지 않을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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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2012년에 개봉한 김주호 감독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사극 코미디 영화이다.

 

도굴, 폭탄 제조, 변장 등 다양한 영역에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는 조선 최고의 '꾼'들이 모여, 나라의 얼음을 모두 독차지하려는 좌의정 '조명수'에 맞서는 과정을 담아낸 작품이라고 간략하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 최고의 '꾼'들이 얼음을 훔쳐 바람과 함께 사라지는 작전을 시행하는 것이 영화의 주된 줄거리라는 점에서 영화 또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제목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볼 뿐이다.

 

해당 영화는 개봉 당시 앞서 이야기한 빅터 플레밍 감독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동명의 영화라는 이유로 많은 주목을 받은 바 있는데, 이후 1939년 작품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작품이라는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일부 영화 팬들은 굳이 이 영화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제목을 사용해야 할 이유가 있었냐며 제목을 활용한 본 작품의 마케팅 전략에 부정적인 의견을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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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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