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국립극단 희극레퍼토리 : 스카팽 [공연]

글 입력 2022.12.2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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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희극작가 몰리에르(1622~1673)는 웃음과 사회 풍자, 언어유희로 가득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걸로 유명하다.

 

그 중 <스카팽의 간계 Les Fourberies de Scapin>라는 작품을 각색해 만든 <스카팽>은 2019년 초연, 2020년 재연에 이어 몰리에르 탄생 400주년이라는 기념비적인 해인 2022년, 다시 한번 무대에 오르며 국립극단 유일무이의 희극레퍼토리로 자리 잡게 되었다.

 

국립극단에서 몰리에르 작품을? 어깨가 저절로 들썩거린다고? 신나게 노래 부르다 나왔다고? 도대체 군함을 왜 탔냐고? 등 근 몇 년간 관극을 마친 주변 이들로부터 다양한 입소문을 들었던 작품이라 큰 궁금증을 안고 무대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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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사진: 국립극단 제공

 

 

극이 시작되기에 앞서 관객이 처음 마주하게 되는 건 몰리에르가 그려진 거대하고 붉은 무대막이다. 이 막을 보는 것부터 연극의 시작이라는 느낌을 줄 정도로 강렬하고 웅장하다. 참고로 원작을 각색해 몰리에르가 작가로서 극을 이끌어 가는 등장인물로 나온다는 점, 아르강뜨를 여성으로 바꿨다는 점은 미리 알고 가면 좋을 정보이다.

 

무대 중앙에 나타난 몰리에르가 긴 독백 (혹은 원맨쇼)를 선보이며 자기 자신과 등장인물들을 설명한다. 뒤이어 등장한 배우들이 다 같이 부르는 주제곡은 <스카팽>이 지금까지 관객들에게 사랑받아온 이유와 이 공연이 가진 색깔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된다.

 

잘 짜인 서커스 오르골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한 명 한 명 너무나 개성 넘치는 모양새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 하나 튀지 않고 적절하게 섞여 있다. 희극적인 분장을 한 모든 등장인물들이 하나로 뭉쳐 행복한 표정과 다양한 몸짓으로 노래도 부르고 소악기도 연주하는 걸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 이후의 장면들도 마찬가지이다. 우스꽝스러운 말투와 특유의 동작들은 오버스럽다고 여겨질 수 있지만 ‘이게 바로 스카팽이니까!’라는 생각으로 즐겁게 넘기게 되고, 딱딱 맞는 호흡을 위해 지난하게 노력했을 배우들과 연주자의 열정에 큰 박수를 보내주고 싶었다.

 

액자식 구조를 이용해 배우가 무대와 무대 밖을 활용하며 웃음을 유발하고 본인이 등장하는 장면이 아닐 때는 소악기를 연주하거나 무대 위 배우를 응원하기도 한다. 실제로 나란히 앉아 대기하던 배우들이 연기를 끝내고 내려올 때마다 서로 조용히 칭찬하고 응원하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희극적인 요소만큼이나 몰리에르 극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날카로운 풍자와 언어유희이다. 사회 풍자와 밈을 이용한 장면들은 모두가 잘 아는 사건이나 그 해를 관통하는 새로운 내용을 추가해 만들어졌다. 반복되는 대사와 행동을 유행어로 만들어 모든 관객이 따라 하게끔 하는 것도 이후 이 공연을 기억하게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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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팽>은 때론 랩으로 때론 몸짓으로, 노래로, 극중극으로 등등... 하나의 공연에서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장면을 풀어낸 연극을 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러한 화려함은 중반부가 지나면서 장점이자 단점으로 다가왔다.

 

12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게끔 계속해서 감탄과 웃음을 유발한다는 점은 좋았으나 대사와 상황 전달이 명확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때도 있었고, 화려한 웃음이 계속되자 살짝 정신없게 느껴지며 무념무상의 눈으로 무대를 바라보게 되는 순간도 생겼다.

 

그러나 희극 작품을 희극이라는 장르로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하게 이끌어 나가는 게 이 작품의 특성이라 이런 사소한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어찌 됐든 <스카팽>만이 보여 줄 수 있는 장점들이 앞서 말한 아쉬운 점들을 다 덮고도 남을 만큼 크다는 건 명백한 사실이니 말이다.


*

 

가장 처음 등장해 관객들이 나가는 순간까지 인사 팻말을 들고 극의 전반적인 모든 음향을 담당했던 김요찬 음악감독의 연주와 무대 위 배우들의 온몸을 바친 연기를 보며 벅찬 행복감을 느낀 것 같다. 관객들은 객석에 앉아 무대를 바라보는 걸로 끝나는 공연이 아닌 그들과 함께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가며 넘치는 박수와 환호 세례를 쏟아냈다.

 

연말만큼은 웃음으로 장식하고 싶은 사람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함과 동시에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준비로 반짝이는 거리와 너무 잘 어울렸던 <스카팽>이 또다시 우리에게 선물 같은 순간으로 찾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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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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