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언어의 한계를 넘어서 [문화 전반]

글 입력 2022.12.22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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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OO 하다



어렸을 때는 ‘저리다’는 게 뭔지 몰랐다. 다리가 찌릿찌릿하고 걸을 수가 없는데, 아프다고 표현하기에는 ‘아픔’과는 달랐다. 다리가 찌릿한 원인도 모르겠고 이 느낌이 싫긴 한데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낫는 이상한 현상이었다.


어머니께서는 내 얘기를 듣더니 그건 다리가 ‘저리다’고 하는 거라고 알려주셨다. 나는 그전에도 ‘저리다’는 말을 알고 있었지만 내 다리가 저린 게 맞는지 확신하지 못했다. 어머니의 말을 듣고 난 후에도 몇 번은 더 다리가 저렸지만 끝내 확신을 못 했다.


이 현상이 다리가 저린 것이라고 확신하게 된 건 다리 저림의 원인을 알게 됐을 때다. 다리가 저린 원인이 피가 안 통해서라는 걸 알게 됐고 다른 사람의 다리 저림도 피가 안 통했을 때 발생한다는 걸 알고 나서 나는 비로소 다리가 저리다는 것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됐다.


내가 다리 저림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게 되기까지 꽤 고난했다. 실체가 없는 것에 대해 말할 때 그걸 이해하기도, 이해시키기도 너무 어렵다. 타인이 내가 될 수 없고 내가 타인이 될 수 없으므로 인간은 고독하지 않은가?

 

 

 

언어의 한계를 넘어서



말, 글, 표정, 몸짓 등 언어는 소통을 위한 도구다. 전달하고, 이해하기 위해 발견되고 발명됐다. 하지만 요즘 따라 말의 한계를 느낀다. 점점 나의 감정, 생각, 느낌을 말하기가 어려워진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과 비슷한 단어는 많지만, 정확히 일치하는 단어가 없는 경우가 생긴다.


문제는 비슷하기만 해서는 종국에 의미가 아예 달라져 버린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일은 보통 번뜩이는 아이디어, 특별한 감정인 경우가 많다. 말로 적립하지 못한 그 영감은 순식간에 휘발되어 버린다. 엄청난 꿈을 꿔도 꿈에서 깨면 5분도 안 돼서 잊어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말로 정리할 수 없어 휘발되어버린 영감은 큰 아쉬움을 남긴다.


말은 사고의 탑을 쌓을 수 있게 도와주는 동시에 그 체계 밖으로는 나가기 어렵게 만든다. 말은 현실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체계다. 말이 현실 세계를 다 표현하지 못하니 그 너머를 표현하려 하면 한계에 봉착하는 것이다.

 

소통이라는 관점에서 예술은 언어의 한계를 넘어서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오늘날 예술은 굉장히 개인적이다. 과거의 예술은 종교적인 주제거나 사조에 따라 어느 정도 일정한 줄기가 있었다. 하지만 현대에 예술은 굉장히 자유롭다.

 

개인적인 감정, 경험, 생각은 물론 사물에 대한 탐구, 사회 비판 등 모든 걸 다룬다. 형식도 제한이 없으며 세상이 바뀌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존에는 없던 다양한 예술이 끊임없이 생기고 있다.

 

자유로움과 기술의 발전이 만나 현대의 예술은 '언어'의 하나로서 작용한다. 예술가는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한다. 예술적 표현은 말로 설명하는 것 이상의 감정이나 감각을 전달 하며 감상자는 특별한 작품 경험을 내면의 영감으로 승화시킨다. 예술이 소통이라는 관점에서 특별할 수 있는 이유이다.

 

예술은 말이 닿지 못하는 영역을 긁어줄 수 있으며 상호 보완하여 소통의 영역을 넓혀준다. 생소한 예술을 접할 때 이 또한 언어이며 말로 대화하는 것과 근본적으로 같다는 것을 상기하며 감상하면 작품을 보는 마음이 아주 살짝은 더 편하고 아주 살짝은 더 열린다.

 

 

[김윤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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