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예술은 진실을 말하는 거짓말이다 - 기울어진 미술관

글 입력 2022.10.1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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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진실을 말하는 거짓말이다.’

 

파블로 피카소가 말한 이 문장은 책 ‘기울어진 미술관’을 관통하는 문장이다. 예술은 결국 거짓말을 통해 진실을 보여준다. ‘기울어진 미술관’에서 밝힌 거짓말과 진실은 무엇일까?

 

‘기울어진 미술관’에서는 예술작품의 속, 겉, 주변에 숨겨진 권력관계와 그 안에 가려진 소수자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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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미술관’을 읽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에피소드는 바로 ‘올랭피아’와 ‘로르’ 이야기였다.

 

에두아르 마네는 거짓만을 말하는 당대의 예술가들을 비판하기 위해 자신이 직시한 진실을 이야기하고자 한 작품을 제작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올랭피아’이다.

 

마네는 당시 부르주아 남성들의 위선적인 성 윤리를 고발하기 위해 ‘올랭피아’를 그려냈다. 마네는 성매매 여성임을 나타내는 모든 장치를 활용하여 ‘올랭피아’를 그렸다. 심지어는 서늘한 표정으로 그림 밖의 감상자들을 쳐다보는 듯하다.

 

그 감상자 중 대부분이 은밀하게 성매매하길 원하는 당대의 남성들이었고, 그들은 이 그림을 보고 발칵 뒤집혔다. 마네가 직시한 진실은 어지럽고 가식적인 성 윤리였다. 마네의 그림을 극찬했던 에밀 졸라는 이렇게 말했다. “다른 화가들이 비너스의 거짓만을 표현할 때, 마네는 스스로 물었다. 왜 거짓말을 해야 하는지, 왜 진실을 얘기하지 않는지.”

 

그런데 이 그림을 보면, 올랭피아 옆 흑인 하녀가 있다. 마네는 왜 흑인을 하녀로 그려냈을까? 성매매 여성임을 나타낼 수 있는 상징에는 하녀가 굳이 포함되지 않아도 되었다. 팔찌, 올랭피아라는 이름 자체(당시 성매매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예명이었다.), 비단 슬리퍼, 초커 등. 굳이 ‘흑인’ 하녀를 그려 넣어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

 

혹자는 이렇게 마네를 변론한다. 마네가 흑백의 대비를 좋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터무니 없는 변명에 불과하다. 다양한 근거 및 자료에 의하면 올랭피아의 미모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수단이나 재료로서 못생긴 여자가 필요하다고 여겨져 흑인을 올랭피아 옆 하녀로 묘사하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마네가 본 진실에는 부도덕한 성 윤리만이 존재했고, 인종차별 문제나 다른 소수자에 대한 진실은 포함되지 않았다. 예술은 이렇게 당시의 숨겨진 진실을 말하는 ‘거짓말’이라는 피카소의 말에 한 번 더 수긍이 가는 지점이다.

 

흥미로운 것은 마네의 ‘올랭피아’를 보고 장 미셸 바스키아가 그린 ‘올랭피아의 하녀’이다. 그는 흑인이 그림의 장치로 쓰인 것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올랭피아의 하녀’가 그 자체로 주체적인 그림의 모델이자 목적이 되는 그림을 그려낸 것이다. 이에 후속 연구로 하녀로 묘사된 흑인의 이름이 ‘로르’임이 밝혀지고, 오르세미술관의 기획전 ‘흑인 모델: 제리코부터 마티스까지’에서 ‘올랭피아’의 작품명을 ‘로르’로 바꿔 달기도 했다.

 

이 책은 이렇게 우리에게 익숙한 그림을 ‘낯설게 보기’ 기법을 통해 그 안에 숨겨진 반전의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풀어내는 속도감이 읽는 이로 하여금 책에 몰입하게 하며, 어쩌면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교훈을 주기도 한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미술관의 시소 반대편을 완전히 짓누르는 책이다. 이 책은 미술관의 기울어진 판도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다 읽고 난 후에는 미술관 밖 세상의 기울어짐도 함께 바라보게 된다. 아름다움이라는 아름다운 포장으로 소수자를 익명화하며 박제하고, 동정이라는 비겁한 변명으로 ‘마이너들’을 불평등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되묻는다.

 

우리는 이제 예술은 진실을 말하는 거짓말임을 염두에 두고, 그 안에서 끊임없이 저항하고 나아가는 진실을 제대로 직시해야 한다. ‘기울어진 미술관’은 그렇게 말한다.

 

 

 

[장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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