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끼니를 때우면서 관찰한 보통 사람들의 별난 이야기 - 끼니

하루 세끼 세가지 이야기
글 입력 2022.10.08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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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께 한 가지 여쭙겠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맛있게 드셨던 음식이 뭐였나요? 한번 떠올려 보세요.

 

이 책이 처음 시작하는 문장이다. '끼니'는 단순히 먹었던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밥을 먹으면서 생겼던 이야기와 추억이 담겨있다. 거창하고 비싼 음식이 아닌 소소한 음식과 그 속에 담겨있는 이야기가 공감이 가 피식 웃기도 그리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책이다.

 

다양한 음식에 관한 에피소드가 있지만 그중 가장 기억에 남던 부분을 기록하도록 하겠다.

 

너흰 모를 걸! 빠에야의 깊은 맛을_ 스페인 바르셀로나 여행 도중 지인의 추천으로 우연히 먹은 빠에야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에피소드다. 빠에야는 스페인식 볶음밥으로 각종 해물과 채소가 들어있어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다고 알려진 음식이라고 한다.

 

기대하고 처음 먹은 빠에야의 맛은 오래 뜸 들이지 않아서인지 쌀도 딱딱하고 짰다고 적혀있다. 그럼에도 작가는 그 식당의 빠에야 맛을 다시 느끼고 싶어 한국에서도 그 빠에야 맛을 그리워했다고 적혀있다. 왜일까?

 

작가가 방문한 식당은 스페인 민속 무용공연을 함께하는 특별한 장소였다. 그곳의 공연은 감동적이었다고 한다. 젊은 댄서 앨리자베스가 특히 기억에 남았다고 서술되어 있는데 열정적인 그녀의 공연은 공연 후 바닥에 머리핀이 우수수 떨어져 있을 정도라고...

 

작가는 그 당시 먹은 끼니가 그리워 한국에서 같은 메뉴를 주문했지만 기대한 맛을 느끼진 못했다. 그가 기대했던 건 스페인식 빠에야였기 때문이다. 쌀이 딱딱하고 간이 센 투박한 그 빠에야 말이다. 아마 그것을 먹으며 그때의 열정적인 플라멩코를 다시금 떠올리고 싶은 것이 아닐까?

 

이 책의 빠에야처럼 나에게도 특별한 추억이 담긴 음식이 있다. 바로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이온 음료 '포카리 스웨트'다. 내가 아주 어린 아이였을 때 여름밤이 되면 동네 친구들고 함께 자전거를 타곤 했다. 그때마다 마트에서 포카리 스웨이트 하나를 사서 자전거 앞 바구니에 넣어 다니곤 했다.

 

여름밤 밤공기를 피부로 느끼며 꿀꺽꿀꺽 마시던 밍밍하면서 단 포카리의 맛에는 어린 시절 추억이 담겨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한강에서 자전거를 탈 때면 포카리를 하나 사들곤 한다. 기억에 남는 추억에 포카리라는 하나의 매개체가 있어 행복하다. 여름밤의 추억을 회상하고 싶을 때 마트로 곧장 달려가면 되니깐.

 

나에게 그리운 추억이 담긴 끼니가 스페인 빠에야가 아닌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음료라 참 다행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치회 먹는 법을 몰라_ 작가가 큰 마음을 먹고 간 참치회 식당에 관한 이야기다. 오랜만에 간 참치횟집이지만 주방장의 훈수로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고 나온다. 작가는 참치를 김에 싸서 간장을 찍어먹는 방법을 가장 선호한다. 하지만 책 속 횟집 사장이 초장이나 김에 싸서 먹는 건 향이 강해 참치의 고유의 맛을 해친다고 앞에서 열띤 강의를 해 결국 자신만의 방법으로 참치를 못 즐겨 피곤했다고 한다.

 

이건 이렇게 먹어야 해

저건 저렇게 먹어야 해

 

생각해 보면 나 또한 종종 이런 경험을 했다. 이것은 비단 음식 뿐만 아니라 생각으로도 강요되었다. 우리는 계속 동일한 생각을 하도록 무언의 압박을 받는다. 각자 살아온 환경이 다르기에 같은 대상을 보더라도 다르게 말하는게 당연한 일 아닌가? 자신과 의견이 다르면 이상한 취급을 하며 매도하기 일쑤다. 그래서 나 또한 공신력있는 사람이 한 말에 더 기대고 있는 경우가 있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는 말을 생각보다 많이 듣는다. 하지만 굳이 나와 다른 모든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저 다른 무언가가 있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만드로도 마음이 편온해진다.

 

'우리는 모두 맛에 관한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이연복 셰프나 최현석 셰프의 혀가 초등학생의 혀보다 더 전문적이라는 보장을 없다. 그들은 음식을 만드는 전문가 일 뿐이다. 어떤 음식이든 내가 맛있으면 된 거고 내 입맛에 안 맞으면 고개를 돌리면 그만이다. 내 입맛은 내가 더 전문가니깐.'

 

먹는 것과 겹쳐져 이야기가 더 몰입되고 흥미롭게 읽혔다. 그리고 한 끼 식사 마다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음을 느꼈다. 보통 사람은 하루에 세끼를 먹으니 무려 하루에 세 가지 에피소드가 나오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하루에 세 가지 이야기를 만들며 살아가고 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야기지만 소소한 에피소드가 담겨 공감이 많이 갔다. 개인적으로 사람냄새 나고 공감가는 이야기로 후속작이 또 나왔으면 좋겠는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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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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