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작고 귀여운 공상에 대하여 - 2022 문윤성 SF 문학상 중단편 수상작품집

글 입력 2022.09.15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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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SF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아우르는

“한국 SF 스펙트럼의 매력적인 확장”

 

- 책 소개 中

 

 

〈문윤성 SF 문학상〉은 1965년 한국 최초 SF 장편소설 《완전사회》를 발표한 故 문윤성 작가를 기리기 위해 제정되었다출처; 아작 출판사. 그리고 2022년 중단편 수상작품집에는 이신주 작가의 〈내 뒤편의 북소리〉, 백사혜 작가의 〈궤적 잇기〉, 이경 작가의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 육선민 작가의 〈사어들의 세계〉, 존 프럼 작가의 〈신의 소스코드〉가 실렸다.

 

총 5편의 수상작이 수록된 이 작품집에서 내가 특히 주목한 작품은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였다. 대상을 수상한 〈내 뒤편의 북소리〉 등 여러 작품을 읽어보았지만, 모두 괴랄한 길이의 제목에 그렇지 못한 분량을 뽐내는 이 소설만큼의 임팩트를 가지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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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는 마포 곽산시영아파트 E동 108호에 전세로 살고 있는 한 신혼부부의 이야기다. 이 소설은 태어난 지 한 달 된 딸 '세리'에게 분유를 타주는 게 하루 일과의 전부인 '미주'와 그의 남편이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서 AI로 구현된 스웨덴 배우 '알렉산더 스카스가드'영화 《레전드 오브 타잔의 주인공이다를 맞닥뜨리고 기절초풍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분량이 중단편인지라 이야기를 더 늘어놓게 되면 작품을 읽는 재미가 반감될 것이므로 줄거리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AI와 인간의 유대 관계와 육아의 고단함과 인간의 고립감에 대한 철학적인 농담' 정도로 줄일 수 있겠다. 굳이 '농담'이라고 표현한 것은 이 글이 소설이라기에는 너무 경쾌하고 웃기기 때문이다. 또한 그럼에도 '철학적'이라 평가한 것은 미주와 남편, 그리고 알렉산더 스카스가드의 우당탕탕 육아기 속에 우리 사회의 아픈 단면이 은은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대상보다 임팩트가 큰 수상작이라니, 그 정도야? 라고 묻고 싶겠지만 사실 내가 이 소설을 마음에 들어하는 이유는 매우 역설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경 작가가 그려내는 미래의 세계는 삐까뻔쩍한 히어로의 등장도, 물렁물렁한 외계인 군단도 없이 너무나 조용하다. 사소하다. 그런데, 사소하고 보잘것없기에 강력하다.

 

 

알렉산더는 진짜 사람도 아니고··· 친구? 친구··· 친구라기엔 인공지능이고··· 튜링 테스트 정도는 누워서 통과할 것 같긴 한데··· 전기도 많이 먹고···.

 

꺼어어어어어어억!

 

그리고 세리가 굉장한 트림을 했다.

 

-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 中


 

나는 페이지를 한 장 넘길 때마다 유머와 투덜거림 그 사이에 있는 문장들 탓에 속절없이 웃음을 허락해야 했다. 심지어 이경 작가는 이러한 시트콤 급의 즐거움 속에서 부모의 고독감, 친구를 떠나보내는 인간의 우울감, 그리고 부동산 문제 및 한국의 조직 문화 등 사회적 이슈까지도 짚어내 독자들에게 생각하는 재미까지 선사한다. 덧붙여 작품의 주된 배경이 전형적인 한국 사회 그 자체라 특별히 힘을 들이지 않아도 작품에 쉽게 몰입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이 작품의 장점 중 하나다.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를 읽은 직후 나의 감상은 대충 이랬다 ─ 노골적인 표현 없이도, '개같이 멸망'한 인류 없이도, 거창하고 거대한 세계관과 설정 없이도 이렇게 큰 재미와 교훈을 주는 SF 작품도 존재하는구나. 어쩌면, SF는 Science Fiction이 아니라 Social Fiction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끝으로 내게 제일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유능한 AI와 위대한 엄마 사이의 한 대화를 인용한다.

 

 

"미주.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난 이제 그 답도 얻었어."

"뭐로 사는데?"

"사랑."

"그건 원작에 나온 답이잖아."

"그래. 나는 그 답을 다시 확인했지. 사람은 사랑으로 사는구나."

"틀렸어. 사람은 분유로 살아."

 

-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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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나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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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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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문장에는 SF를 좋아하지 않는다 해놓고, 뒤에 가서는 SF의 전형적인 장르적 특성을 논하면 글의 신뢰도가 확 떨어진단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뭐야 자기가 좋아하지도 않는 장르에 대해 뭘 얼마나 안다고 전형을 논해'란 생각이 드는 전개 방식이잖아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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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IRO
    • 1안녕하세요, 에디터입니다. 제가 해당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것은 어디까지나 그동안 제가 SF 작품들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고백하고자 함이었습니다. 그러나 1님의 코멘트를 확인한 후 다시 읽어보니 해당 언급이 SF 장르 전반에 대한 공격으로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퇴고를 꼼꼼히 하지 못한 저의 불찰에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 다만 제가 SF 장르를 잘 모르더라도 Science Fiction의 정의 자체가 '과학을 소재로 한 소설'인 것은 자명하므로, SF물은 자연히 현재보다 과학이 더 발달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는 것은 오류가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제가 접한 SF 영화 및 소설(매트릭스, 스타워즈, 메이즈러너, 인터스텔라, 1984, 이퀄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더 기버)들은 일관적으로 과학이 발달한 미래의 비관적인 전망을 표현하고 있었는데, 혹시 제가 글에서 소개한 작품 외에 반례로 참고할 만한 SF작품이 있다면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1님의 코멘트가 본 글 뿐 아니라 앞으로의 글쓰기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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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IRO일단 본문도 그렇고 댓글에서 말씀하신 SF의 장르 전제 자체가 매우 협소하다는 문제가 있어요. 가령 '현재보다 과학이 더 발달한 미래'가 배경이 아닌 이야기로 SF의 유명한 서브장르인 대체역사물과 시간여행물이 있다는 걸 간과하신 모양이네요(코니 윌리스의 <화재감시원>이라던지, 폴 앤더슨의 <타임 패트롤> 시리즈라던지). 그래도 굳이 그 전제를 받아들여 협소한 틀 안에서만 반례를 들어보자면 가장 유명하고 전형적인 영상물로 스타트렉이 있습니다. 시작부터 인류 문명은 빈부격차를 퇴치했고, 화폐도 안 쓰고, 인류끼리는 전쟁을 하지 않을 정도로 발전한 것으로 나오죠. 여기에 소설도 추가하자면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시리즈가 있는데, 주인공의 예측에 따라 파운데이션이 은하계를 지배하는 강대한 제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다른 예시는 한번 직접 찾아보세요. SF의 서브장르와 융합장르들도 좀 훑어보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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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IRO1988년에 나왔던 제프리 랜디스의 <디랙의 바다 속 잔물결Ripples in the Dirac Sea> 같은 소품은 "노골적인 표현 없이도, '개같이 멸망'한 인류 없이도, 거창하고 거대한 세계관과 설정 없이도" 양자역학과 시간여행에 대한 한 가지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흘러간 시대에 대한 추억, 그리고 인간성에 대한 감동적인 통찰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미래/과학/기술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그것들을 렌즈 삼아 인간 그 자체를 들여다보려 하는 건 랜디스 말고도 아주 많은 작가들이 시도하는 것이죠. SF는 원래부터 쭉 그런 장르였어요. 그동안 꾸준히 읽어오지 않은 사람들한테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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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IRO
    • 1최근에 본 작품들만 떠올린 탓에 시간여행물이 SF 장르에 포함된다는 것을 전혀 고려하지 못했네요! 말씀대로 시간 여행물의 경우 인류의 멸망과는 그다지 관계가 없을 듯합니다. <화재감시원>과 <타임 패트롤>, <스타 트렉>, <디랙의 바다 속 잔물결> 도 모두 잠깐 줄거리만 훑어보았음에도 매우 흥미로운 작품들인 것 같습니다. 다만 <파운데이션> 시리즈의 경우엔 인류의 멸망을 소재로 삼고 있는 듯한데, 과학 기술로 인한 것은 아닌 것 같아서 조금 애매하긴 합니다.

      제가 <매트릭스>, <더 기버> 외에 1900년대의 작품은 살펴본 적이 없어 2000년대 이전의 SF가 어땠는지에 대해서 무지했던 것 같습니다. 예로 들어주신 작품들이 대부분 1900년대 작품인 것을 보아 어쩌면 제가 생각한 SF의 이미지(인류의 멸망)는 장르 자체의 특성이라기보다는 최근에 두드러진 유행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해당 내용 반영하여 기사문 수정하겠습니다. 제 글에 시간과 노력을 들여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덧붙여 본 기사 말미에 추천해주신 작품들을 함께 싣고자 하는데, 정보를 제공해주신 1님께 허락을 먼저 구하고 싶습니다. 제가 추천해주신 도서 목록을 사용해도 괜찮으실까요? (원하신다면 출처 표시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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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IRO일단 파운데이션 시리즈에서도 인류는 '멸망'하지 않고요(결말은 스포일러라서 말하지 않겠습니다). 인류의 종착점이 중요한 게 아니라 거기에 이르기까지 발전해 나가는 모습이 핵심이고 현명하게 대처한다면 위기를 이겨낼 수 있다는 발상을 전제로 위기-위기 극복 과정을 시리즈 내내 반복해서 보여줍니다. 작품 목록은 사용하셔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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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IRO
    • 1내부 규정상 세세한 수정이 불가하다고 하여 우선 짚어주신 내용 반영을 위해 관련 부분 일괄삭제 처리했습니다! 사실 수정보다도 작품 목록을 꼭 공유하고 싶었는데, 수정 가능한 분량이 초과되어 부득이하게 댓글로 대체한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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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냥 님이 잘 모르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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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IRO
    • 안녕하세요, 에디터입니다. 다른 분께서 작성해주신 코멘트에도 언급하였지만 제가 해당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것은 제 자신의 편견을 고백하기 위해서였지 SF 장르 자체를 공격하려는 의도가 아니었음을 말씀드립니다. 디스토피아/아포칼립스물을 선호하거나 선호하지 않는 것은 순전히 취향의 문제라는 것을 저도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SF'는 아닐지언정 최근 좀비 등 아포칼립스물의 인기가 이미 매우 크지요.) 본의 아니게 여러 분의 기분을 언짢게 해드린 듯하여 마음이 편치 않네요^^;

      코멘트 감사드립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풋님도 제가 모르고 있었던 다른 좋은 SF작품들을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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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IRO
    • ** 안녕하세요, 에디터입니다.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처럼 아포칼립스/디스토피아 세계관이 없는 SF 작품들에 흥미가 있는 독자분들을 위해, 익명의 조언자에게 추천받은 SF 작품 목록을 공유합니다.

      영화 《스타트렉》 시리즈
      코니 윌리스 《화재감시원》
      폴 앤더슨 《타임 패트롤》
      아이작 아시모프 《파운데이션》 시리즈
      제프리 랜디스 《디랙의 바다 속 잔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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