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 [문화 전반]

삶과 죽음을 다룬 작품들
글 입력 2022.06.10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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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어릴 적부터 철학적인 고민들을 자주 했다. 나는 어떤 존재인가, 어디에서 왔는가 같은 존재론적인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곤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 그리고 죽음이란 무엇일까, 죽으면 나는 어떻게 될까 같은 물음들. 어찌 보면 답이 없는 추상적인 고민들이다.

 

최근에 우연히도, 나만 하는 줄 알았던 죽음에 대한 고민들을 다른 누군가에게서도 접할 일이 많았다. 삶과 죽음에 대해 다루는 교양 강의에서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을 다뤘는데, 눈물이 날 정도로 좋았던 수업이었다. 그리고 일주일 후, 또 다른 강의에서 노베르트 엘리아스의 <죽어가는 자의 고독>을 읽으며 죽음과 노년에 대해 공부했다. 그러던 와중 우연히 예전에 즐겨 듣던 My Chemical Romance의 Welcome To The Black Parade라는 노래를 다시 듣게 됐다. 이 세 일들이 우연히도 너무 비슷한 시간대에 이루어졌는데, 그 일련의 경험들이 너무 좋아서 마치 운명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사람들은 죽음에 대한 고민을 잘 하지 않는다. 아무도 죽음이 어떤 것인지 모를 뿐더러, 아직 죽음은 내게서 먼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잘 모르기에 괜히 두려운 것도 있다. 실제로 고등학생 때 철학 선생님께 죽음에 대해 관심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아직 나이도 어린 애가 벌써 죽을 걸 생각하냐며 핀잔을 들은 적도 있다.

 

강의도 듣고 혼자 깊이 고민해보면서, 삶과 죽음은 맞닿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죽어가는 자의 고독>에서 이런 구절이 나온다. '죽음은 살아 있는 사람의 문제이다. 죽은 사람에게는 더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 사회에서 죽음은 터부시되곤 하지만, 죽음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건 오직 살아있는 사람들뿐이다. 그리고 죽음을 생각한다는 건 결국 삶에 대해 생각하는 일이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며 삶의 의미와 방향성을 찾을 수 있고,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할 수 있다. 

 

죽음과 삶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와 노래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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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게 삶이 힘들 때 보면 좋을 영화를 물어봤을 때, 이 영화를 추천해준 적이 있다. 주인공 해리엇이 자신의 부고 기사를 쓰기 위해 부고 기사 전문기자인 앤을 고용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다. 힘들 때 보면 와닿는 대사들이 참 많다.

 

훌륭한 사망 기사에서 필요한 요소들 중 하나를 '와일드 카드'라고 한다. 와일드 카드는 사망 기사의 헤드라인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했던 해리엇, 어젯밤 사망하다' 같은 식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의 부고 기사가 쓰인다면 나는 와일드 카드를 어떻게 쓰고 싶은가 고민했다. 내가 살아온 몇십 년의 인생을 전부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대표할 수 있는 문구여야 하기 때문이다. 단 한 줄의 언어로 나의 길고 소중한 인생이 대변되는 것이 아쉬웠지만, 나의 와일드 카드가 어떻게 쓰여질지 생각해보는 건 좋은 경험이었다.

 

부고 기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이고 해리엇도 결국 죽게 되지만, 오히려 죽음보다는 앞으로 내가 살아갈 삶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영화여서 기억에 오래 남았다. 아마 엔딩 때문인 것 같다. 앤이 마지막에 회사를 그만두고 보고싶었던 아빠와 함께 여행을 가면서 하는 대사가 있다.

 

 

"이건 제 사직서가 아니라 제 사망 기사입니다. 그녀를 위해 슬퍼하거나 애도하지 않을 겁니다. 진짜로 살았던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시작됩니다. 그녀의 삶이 눈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그 삶이 가득 채워지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몇 년 간 다른 사람의 사망 기사만 써오던 앤이, 사망 기사의 방식으로 사직서를 제출하는 형식이 좋았다. 진짜로 살았던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 것은, 회사 생활을 하면서 진정으로 삶의 의미와 행복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나의 삶은 끝이 났지만, 앞으로 더 기대되는 삶이 앤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죽음을 다룬다고 해서 마냥 우울한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 삶을 어떻게 꾸려나갈지 생각해볼 수 있으니 살면서 꼭 한 번쯤은 보길 추천하는 작품이다.

 

 

 

소울,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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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애니메이션은 죽음을 다루는 것은 아닌데, 삶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기에 선택했다. 처음에는 그냥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다루는 가벼운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했는데, 다 보고 나니 인생에 관한 묵직한 울림을 주는 작품이어서 좋았다.

 

주인공 조가 우연히 '태어나기 전 세상'에 떨어지고, 그곳에서 유일하게 지구에 가고 싶어하지 않는 소울 22의 멘토가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내가 느끼기에 이 영화는 그냥 살아가라, 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던 것 같다. 다만, 매 순간을 사랑하고 즐기며 말이다. 지구 통행권은 특별한 삶의 목적이나 이루고 싶은 꿈이 없어도 살 준비만 된다면 얻을 수 있다.

 

마지막에 조는 깨닫는다. 자신이 평생 삶의 목적이라고 여기며 살아왔던 음악이 아니라, 자신의 피아노, 사랑하는 가족, 하늘을 보며 걷는 것, 가을날에 떨어지는 낙엽을 보는 것. 그런 사소한 삶의 순간순간들이 조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었던 거다.

 

나는 항상 무엇이 내 삶의 낙일까, 나는 무엇을 이뤄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 항상 내가 사는 이유를 찾으려고 했던 것 같다. 내가 사는 이유가 잘 보이지 않을 때면 인생에 대해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꿈이나 목적이 없어도 괜찮으니 그냥 매 순간을 즐기며 살아가라고 말해준다. 그전까지는 너무 익숙해서 잘 모르고 넘겼던 일상의 순간들이, 사실은 나를 살게 해준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음을 깨달았다.

 

 

 

코코,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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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에는 '죽은 자의 날'을 기념하는 문화가 있다. 해마다 제단을 차리고 죽은 자들을 기리는 명절인데, 멕시코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말하기를 꺼려하지 않으며 오히려 죽음을 축하한다고 한다.

 

<코코>는 미구엘이라는 소년이 죽은 자들의 세상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만난 헥터와 여러 모험을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죽은 이가 죽은 자들의 세상 속에 계속 남아 있기 위해서는 이승에서 그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어야 한다. 이승에서 모든 사람들이 죽은 이에 대해 잊어버린다면, 죽은 자들의 세상 속에서도 사라지게 된다.

 

 

 

 

영화를 보고 나서는 ost인 'Remeber Me'의 멜로디가 머릿속에서 계속 맴돈다. 이 영화를 통해서는 죽음과 기억에 대해 많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이승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죽은 이를 잊게 되면, 그는 죽은 자들의 세상에서도 사라져 영원히 소멸된다는 게 무서웠다. 시간이 지나면 누구든 죽음에 무뎌지기 마련이고, 서서히 잊혀가는 게 너무나도 당연한 섭리라는 걸 안다. 그러나 내가 죽고 나면 언젠가는, 소중했던 사람들이 나를 잊는다는 것이 두려운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죽음을 마냥 무겁고 우울하게만 그리지 않고, 오히려 죽은 자들의 세상을 활기차고 화려하게 그림으로써 멕시코인들이 생각하는 죽음의 가치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어찌 보면 무겁고 누군가는 꺼려할 수도 있는 주제를 애니메이션 속에 의미 있게 녹여냈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My Chemical Romance - Welcome To The Black Parade


 

 

 

위에서 언급했던 My Chemical Romance라는 미국 밴드의 Welcome To The Black Parade라는 곡이다. My Chemical Romance의 대표 앨범인 The Black Parade에 수록되어 있다. 앨범 전체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곡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환자가 죽기 직전, 죽음, 나아가 희망까지 다룬다. 이 곡은 멜로디도 희망차고 좋지만, 가사에서 느낄 것들이 참 많다. 죽음 뒤에도 나와 내 기억들은 계속 될 거라는 희망을 노래하고, 살아갈 의지를 가지게 해준다.

 

 

We'll carry on, We'll carry on

우린 계속 나아갈 거야, 우린 계속 살아갈 거야 

 

And though you're dead and gone, believe me

비록 너가 죽고 사라진다 해도 믿어줘

 

Your memory will carry on

너의 기억이 계속될 거라는 걸

 

We'll carry on

우린 계속 나아갈 거라는 걸

 

Do or die, you'll never make me

죽기 아니면 살기야, 넌 날 어찌할 수 없어

 

Because the world will never take my heart

이 세상은 내 심장을 절대 앗아갈 수 없거든

 

Go an try, you'll never break me

계속 해봐, 넌 날 무너뜨릴 수 없어

 

We want it all, we wanna play this part

우리는 모두 원하거든, 우리가 주인공이 되는 것을

 

I won't explain or say I'm sorry

나는 변명하거나 사과하지 않을 거야

 

I'm unshamed, I'm gonna show my scar

난 부끄럽지 않아, 내 상처들을 전부 보여주겠어

 

Give a cheer for all the broken

상처받은 모든 이들에게 위로를 보내줘

 

Listen here, because it's who we are

들어봐, 이게 바로 우리니까


 

[최지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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