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상징을 통해 전하는 가치 [문학]

오늘날의 우리는 과연 이 진정한 가치를 기억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글 입력 2022.06.07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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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청소년 소설로 분류된다면 그 이유는 아마 이 세상을 순수하고 직접적인 아이의 시각으로 그려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결코 아이들만을 위한 소설이라고는 할 수 없다. 게임기, 숲, 신체장애, 거래와 같은 크고 작은 상징들은 일상적이고 단순해 보이지만, 그것들이 담고 있는 의미는 꽤 복잡하고 심오하다. 다양한 상징들이 독자들에게 여러 이야기를 건넬수록, 로이스 로리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 책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첫 번째 상징은 바로 ‘이름’이다. 주인공인 ‘맷티’는 맹인 아저씨 ‘보는 자’와 함께 살고 있다. 맹인의 이름이 ‘보는 자’라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마치 「오이디푸스 왕」에서 맹인이 앞을 내다보는 능력을 갖춘 예언자로 등장한 것처럼, ‘보는 자’라는 이름은 그에게 무언가 특별한 능력이 있음을 암시한다.

 

실제로 그는 저 멀리에 있는 사람들이 몇 명이며 누구인지 목소리만 듣고 정확하게 맞추기도 한다. 이처럼 ‘맷티’가 사는 마을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각자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으며, 이에 맞는 진짜 이름을 갖고 있다. 선생님이자 ‘진’의 아버지인 ‘조언자’, 숲에서 약초를 캐러 다니는 ‘채집자’ 등등이 그 예시이다.

 

이는 마을 사람들이 모두 장애, 신체적 결함 등에 상관없이 평등하게 존중받고 있음을 나타낸다. 저마다 각자의 이름에 맞는 역할을 담당하며, 이 사이에 소외자는 없다. 아직 무슨 재능을 가졌는지 정확히 모르는 ‘맷티’는 자신의 이름이 무엇일지 종종 추측해보며, 빨리 이름을 받기를 고대한다.

 

주인공인 ‘맷티’가 자신의 이름을 궁금해하면 할수록 그 이름이 상징하는 바는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갖게 된다. 그가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주된 역할을 다 할 때에서야 마침내 그 이름이 부여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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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두 번째 상징은 바로 ‘거래’ 혹은 ‘거래장’이다. ‘거래’는 ‘맷티’가 살아가는 평화로운 마을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어두운 면이자, 사람들이 이기적으로 변화하는 계기이다.

 

거래장은 무언가를 ‘소유’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나눈다. 모두를 동등하게 대우하고, 숲에서 넘어온 이주민들을 환영해주는 따스한 공동체적 의식을 가졌던 마을 사람들은 점차 ‘우리’라는 경계를 짓고 ‘우리의 소유’라는 개념을 만들어낸다.

 

대가 없는 베풂, 대가 없는 친절과 배려는 거래장에서 가치가 없다. 한 아줌마는 거래장이 끝난 후 장애가 있는 남편을 구박한다. 사람들은 서로 나누는 따뜻한 대화를 포기하고 물질적인 가치로 상징되는 ‘게임기’나 ‘모피코트’를 갖고 싶어했다. 그들은 ‘거래장’에서 물건뿐만 아니라 사람을 거래 대상으로 삼으며, 소유욕과 이기심 앞에서 인간적인 존엄성을 내던졌다.

 

이에 더해 그들은 ‘거래장’에서 ‘자아’를 포기했다. 거래하는 행위가 공동체적 가치를 무시하고 이익을 추종하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잃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이들은 거래를 통해 가장 중요한 가치를 버렸다. 그렇기에 자아를 포기해버린 이들은 시름시름 앓는다.

 

소설에서는 이야기의 중간에 「맥베스」 대사를 통해 욕망이 집어삼킨 비참한 결과를 드러내기도 한다. 자아가 없다면, 상대방을 존중할 줄 모른다면, 욕심을 부린다면 그것은 살아도 인간다운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작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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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 소설에서 가장 거대한 존재이자 중요한 상징은 ‘숲’이다. 우선 숲은 두 마을을 나누는 역할을 한다. 한 마을은 주인공 ‘맷티’가 과거에 살던 마을이다. 그곳에서는 전염병, 방화, 거짓말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결점을 가진 이는 엄격하게 처벌된다. 그리고 ‘맷티’가 그곳에서 숲을 넘어 도망쳐 온 또 다른 마을은 이와 반대로 서로 돕고 배려하는 이상적인 마을이다.

 

한 마을에서 다른 마을로 넘어가려면 아주 험난한 숲길을 헤쳐와야 한다. 그런데 숲은 단순히 두 마을 사이의 물리적인 경계선만을 상징하지는 않는다. 숲은 마을 사람들과 더불어 항상 변화한다. 화목하던 마을이 ‘거래’ 때문에 서로 소통하는 마음을 닫고 이주민을 배척하자, 숲 역시 공격적으로 변해 사람들을 위협한다.

 

이런 점에서 숲이란 마을 사람들의 ‘양심의 거울’을 의미할 수도 있다. 사람들이 양심을 버리면 버릴수록 숲은 그대로 마을 사람들에게 그 대가를 돌려준다. 숲은 개인에게는 항상 적당한 선을 유지하며 자만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공동체에는 사람들이 서로 배척하면 결국 그들에게 그 피해가 돌아간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숲은 사람과 사람, 서로를 연결하는 통로이자 공동체적 유대감을 상징할 수도 있다. ‘맷티’가 현재 사는 마을은 점점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회로 변한다. 이는 ‘맷티’의 마을이 숲 너머 포악한 마을의 모습과 동일시되어가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들은 이익의 계산에 따라 숲과 이어진 마을 입구를 막는다. 그런데 숲은 이들이 두 마을 간의 통로를 막기 전에 이미 스스로 길을 닫는다. 좋은 마을이든 좋지 않은 마을이든, 혹은 능력이 많은 사람이든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사람이든 간에 예전에는 어렵더라도 서로 소통할 길이 존재했다면, 숲이 닫힌다는 것은 그 길마저 완전히 닫혀버리는 절망적인 상황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이처럼 숲은 소설에서 여러 가지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복합적인, 그러나 중요한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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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크고 작은, 복합적이고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상징들 사이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중에 드디어 등장하는 ‘맷티’의 진짜 이름은 ‘치유자’이다. 그는 자신을 ‘희생’하며 거래로 인해 파괴된 마을, 병든 마을 사람들, 위협적인 숲을 모두 원래대로 ‘치유’한다. ‘맷티’의 치유를 통해 마을은 공동체적 가치를 회복하고 다시 서로 존중하고 협력할 수 있는 행복한 마을로 돌아간다.

 

‘맷티’는 이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그는 “자신이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을 위해 자기 자신을 거래했다.(p.218)” 그러나 이 거래는 앞의 거래들과는 다른 것이다. ‘맷티’의 거래는 매우 소중하고, 숭고하다. 그 이유는 바로 ‘맷티’의 거래에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욕심이 아닌 사랑으로 거래를 했기에 ‘맷티’는 거래에 속박되지 않고 오히려 자유를 느꼈다. 그의 자아는 시들었지만, 그가 사랑하는 마을에는 다시 꽃이 피었다. 로이스 로리가 소설에서 말하는 ‘공동체 정신’, 혹은 타인과의 소통, 공감, 배려가 있으려면 그 중심에는 바로 ‘사랑’이 있어야 할 것이다. 사랑을 갖고 서로를 배려하는 삶을 산다면 그것은 바로 서로에게 ‘치유’가 될 것이다.

 

로이스 로리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사랑으로 서로를 치유할 수 있는 공동체 정신, 화합이 아니었을까. ‘치유자 맷티’는 바로 이런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마을에, 그리고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메신저’일 것이다. 이 소설은 한 명의 어린 청소년의 시각에서 시작하고 끝을 맺지만, 그 속의 이야기는 절대 단순하지 않다. 오늘날의 우리는 과연 이 진정한 가치를 기억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이런 의미에서 『메신저』는 시대와 세대를 넘어 읽어볼 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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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도서 : 로이스 로리, 『메신저』, 조영학 옮김, 비룡소, 2011.

 

 

[정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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