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가 더 이상 SNS마켓에서 옷을 구매하지 않는 이유 [패션]

이 글에는 쉽게 지갑을 열였던 나 자신에 대한 반성이 담겨 있다.
글 입력 2022.03.26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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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으로 설명도 제대로 안 나와 있는데도 사진 몇 장만 보고 옷을 사는 시대가 있다. 서로를 신뢰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덮어놓고 믿어버린 것이다. 교환환불도 안 되니 그냥 중고마켓에 팔고, 그걸 산 사람이 또 마음에 안 들면 다시 판매하면 된다. 일종의 수건돌리기처럼. 판매자만 웃고 나머지는 불편을 감수하는 ‘최대 소수의 최대 행복’의 거래였다. 이 글에는 SNS마켓에 굉장히 쉽게 지갑을 열였던 나 자신에 대한 반성이 담겨 있다.

 

 

 

SNS마켓을 아시나요?



'SNS마켓'은 SNS에서 구독자를 대상으로 일정 기간동안 마켓을 열어 반짝 주문을 받아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대개 따로 사이트가 없거나 결제나 상품 소개만 다른 사이트에 위탁하는 방식을 취한다. 초기 자금이 크게 필요하지 않고 재고가 거의 쌓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진입장벽이 낮다. 구독자에게 판매가 이루어지고 소통을 활발하게 하기 때문에 판매자와 소비자간 거리가 굉장히 가깝다. 어느 정도 믿음과 애정에 기반한 관계라 상대적으로 지갑을 쉽게 여는 편이고, 셀러에 대한 동경이 곧 소비로 이어진다.

 

 

 

좋아했던 이유들



처음 구매한 것이 18년도니까, 벌써 5년 동안이나 SNS마켓을 이용해온 장기 고객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판매자의 분위기와 사진이 좋아서 SNS를 자꾸 찾아보게 되었고 나중에는 사람 자체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취향까지도 닮고 싶어졌다. 직접 알고 지내는 사이는 아니더라도 매체를 통한 느슨하지만 단단한 연결감이 내가 블로그 마켓에서 자꾸만 옷을 샀던 이유가 되었다.

  

막상 몇 번 구매한 이후에는, 다른 판매처와의 차별점 때문에 더 애정하게 되었다. 좋은 제품만 소개할 것 같은 인플루언서의 이미지를 믿은 것이다. 그들은 옷의 길이를 조금 늘리고 핏을 수정해서 고객님들의 니즈를 채워주는 옷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다른 곳에서는 구매하기 어려운 화장품이라고 강조한다. 이런 이야기를 듣다보면 질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구매한 것 같아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마켓 특성상 짧게는 3일에서 일주일 정도의 기간에만 한정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그 상품을 가지고 싶다면 짧게 고민을 마치고 빠르게 구매를 해야 했다. 판매자들의 말솜씨도 한 몫 했다. ‘거래처 사장님께 졸라서 간신히 물량 확보했다’, ‘저도 몇 개 소장했다’ 등 판매하는 상품에 대한 넘치는 자부심에, 속는 셈 치고 산다는 마음으로 구매한 것도 여러 번이다.

 

 

 

이제는 말할 수 있는 단점들


 

이렇게 좋아했던 마켓들이건만 지금 생각해보면 눈을 가리고 구매했었던 것 같다. 분명한 문제점이 몇 가지 보인다. 가장 먼저, SNS마켓은 판매자 친화적인 공간이라는 점이다. SNS에는 소비자가 ‘직접’ 후기를 남길 수 있는 공간이 없다. 그래서 판매자에게 후기를 메세지로 보내고, 판매자가 이를 선별해 공개적으로 SNS에 올리는 방식을 취한다. 따라서 부정적인 피드백은 전부 걸러지고 판매자에게 유리한 정보만이 남는다.

 

또, 타 마켓과 대놓고 비교되지 않는 구조라는 점이 그 폐쇄성을 강화한다. 인터넷 쇼핑몰의 경우 그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고 플랫폼 내에서도 내부 경쟁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비교를 통해 제품을 취사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쇼핑몰 비교 어플 ‘지그재그’에서 어떤 상품에 하트를 누르면 ‘다른 고객이 함께 본 상품’이라고 유사한 제품이 팝업으로 뜨는 식이다. 반면 블로그 마켓은 플랫폼 자체가 굉장히 폐쇄적이고 판매 시기도 제각각이라서, 사진 검색 등의 방법을 동원하지 않는 이상 서로 비교하기가 어렵다.

 

또, 상품을 팔 때 반드시 고지해야 하는 정보들을 누락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옷을 판매하는데 상세 사진이 없는 식이다. 디테일을 파악할 수 없는 분위기 위주의 사진만 올려놓고 판매를 한다. 우리는 그 분위기나 감성을 사려는 것이 아니라, 그 제품을 구매하려는 것인데 목적에 혼동이 온 듯 하다.

 

시각적 자료가 부족하다면 자세한 설명이라도 제공해야 할 터인데 이것 역시 미흡하다. 소재 정보에 딸랑 ‘울 혼방’만 써두는 식이다. 만약 울이 겨우 1% 넣었어도 들어가긴 들어갔으니 이는 울 소재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감성이나 분위기 있는 사진을 보고 덮어놓고 돈을 지불한다. 이는 과연 누구를 위한 소비인지 모르겠다.

 

소비자 서비스도 굉장히 불편하다. 제품을 구매하려 했다가 마음이 변해서 주문을 취소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 놀랍게도 취소가 안 된다. 낙장불입, 이미 한번 구매하기로 했으면 무를 수 없다. 재고를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모습이다. 교환, 환불이 어렵다는 점을 이미 고지했으니 제대로 글을 읽어보지 않은 고객 탓이라며 화살을 돌린다. 법보다 앞서는 판매자의 모습은 놀랍기까지 하다. 주문을 마친 후에도 옷을 받으려면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 달을 기다려야 한다. 지금 생각해보니 우리는 자발적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 외에도 무통장 입금을 선호한다는 말을 대놓고 하는 건 탈세를 하겠다는 선언을 하는 것이고, 그 외에도 CS 불친절에 대한 논란, 제품의 질에 관한 의문 등 이야기할 것은 차고 넘친다.

 

아주 길게 이야기했는데 SNS마켓은 감성이 넘치고 차별성 있는 제품을 판매하지만, 한 편으로는 교환, 환불이 어렵고 구체적인 상품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며 판매자에게 유리한 공간이라는 말이다. 이러한 지점들을 감수하고서라도 구매하고 싶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그렇지만 지난 5년 동안 SNS 마켓을 이용했던 경험이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았기 때문에 꼭 한번 이야기하고 싶었다.

 

 

 

소비의 과정이 공정하고 편안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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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의 본질은 연결인데, 그곳에서는 어디보다도 더 꽉 막힌 상태로 일방적인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판매자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주고 있었던 셈이다. ‘무신사’도 처음에는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다고 대놓고 말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출발했다. 거대 플랫폼의 초창기 모습은 사람들이 모이고 정보가 자유롭게 공유되는 ‘광장’이었다. 피드백이 없는 일방적인 관계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가치 소비와 취향에 돈을 투자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정말로 유쾌하게 소비하고 있었는지 되돌아보자고 말하고 싶다. 제품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들었는지, 구매 이후의 단계에서 불편함은 없었는지, 그리고 서로의 에너지를 필요 이상으로 소모하지 않으면서 거래를 했는지. 소비는 구매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제품을 탐색하고 고르고 받고 사용하면서까지 판매자와 소비자는 연결되어 있다. 그 모든 과정이 공정하고 편안하게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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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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