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경계에 선 사람들 - 디아스포라 기행

글 입력 2022.03.09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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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diaspora).

 

흩어진 사람들. 안과 밖 그 어디에도 속해 있지 못한 존재, 안과 밖을 가르는 경계선 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존재. (중략) 디아스포라에게 그것은 어쩔 수 없이 '기행'일 수밖에 없다. 길 위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겪은 것을 기록(기억)하는 행위이므로 '기행(起行)'이며, 일반인 다수자들과는 달리 경계 위에 서 있는 예외적 위치에서 발생하는 말과 행동이기 때문에 '기행(奇行)'이다.

 

- '디아스포라 기행' 프로그램북 중

 

*

 

두산백과에 따르면 본래는 팔레스타인을 고향으로 두고 다른 지역에 흩어져 사는 유대인을 일컫는 말이었으나 후에 의미가 확장되어 본토에 살지 않으면서도 자신들의 문화를 유지하며 사는 집단 혹은 그들의 거주지를 일컫는 말이 되었다고 한다.

 

연극 '디아스포라 기행'은 '디아스포라'의 모어와 모국어의 차이를 설명하며 극을 시작한다.

 

그들에게 모어는 살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말, 부모로부터 자식에게 전달된 말이다. 반대로 모국어는 한 사람이 어떤 국가 안에 존재하면서 국가의 존속을 위해 사용하도록 강요된 말이다.

 

같은 제일 교포라고 해도 수업 시간에 잘못 내뱉은 조선어 때문에 혼이 나고 일본어를 하라고 강요받으면 그 일본어가 모국어가 되고, 잠시 방문한 한국의 친척 집에서 인사 정도는 한국어로 하라고 강요받으면 그 한국어가 모국어가 된다고 설명한다.

 

기존에 사전적으로만 알고 있던 모국어의 개념과는 사뭇 달랐지만, 당사자가 아닌 내가 당사자의 언어를 판단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는 가운데에 위치한 낮은 단상과 관객을 기준으로 오른쪽에 위치한 책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단상과 책상을 둘러싸고 있는 벽은 공간 혹은 소리가 된다. 오른쪽 벽은 군중의 함성, 뒤쪽 벽은 관객들의 박수 소리. 단상의 앞부분은 오른쪽부터 차례로 뱃고동, 마차, 비행기, 뒷부분은 기차이다. (기억에 의존하여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이렇게 공간을 나누어 진행되는 극은 기행의 안내자 S와 디아스포라 D들이 경계에 위치한 사람들, 어느 공간에 안정적으로 위치한 것이 아닌 사람들의 상황을 강조하여 보여준다.

 

 

20220309124055_hkowtaxi.jpg

 

 

공간뿐만 아니라 카메라를 사용하여 뒤쪽 벽에 동시에 장면이 송출되기도 하였는데, 연극에서 이런 연출은 처음 경험하여 정말 신선했다. 또, 사진을 잘 보면 가운데에 인형으로 보이는 물체도 사람처럼 같이 가족사진을 찍는다. 인형에 사람 서너 명이 붙어 정말 살아있는 사람처럼 움직이도록 하는 연출도 파격적이었다.

 

사진의 인형은 재외 동포 가정의 아빠를 담당하는 캐릭터였다. 중간에 인형을 공중에 띄우는 연출이 나오는데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둥둥 떠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인형을 사용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연출은 정말 기행(奇行)처럼 보였다.

 

마지막 즈음에 나온 택시 기사 캐릭터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그는 교포처럼 보이는 S를 반가워하며 계속 일본어로 말을 건다. 어렸을 적 살았던 일본 동네의 아름다운 경치를 그리워한다. S에게 아직도 차별이 존재하냐고 물으며 힘들었던 자신의 기억을 말한다. S는 의문이 생긴다. 그렇게 힘들었으면서 왜 일본을 그리워하는지.

 

택시 기사가 한국으로 돌아와서 더 큰 차별과 폭력을 겪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분명 저마다 경계에 놓인 지점이 있다. 그들은 그 지점이 단지 국가일 뿐이다. 다양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시대에서 '디아스포라'들을 더는 차별로 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보도자료]디아스포라 기행_포스터.jpg

 

 

[정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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