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가 찾아간 봄, 테레사 프레이타스 사진전 : Springtime Delight

글 입력 2022.02.20 13:1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봄이 기대되는 적당한 날씨와 테레사 프레이타스 사진전의 봄


 

한참을 머물다간 겨울의 꼬리만 남은 2월이었다. 이러한 2월에 우리는 봄을 기다린다. 외투 사이로 깊고 시리게 들어오는 바람 대신 외투를 벗기는 잔잔한 따스함이 하루빨리 찾아오기를 바란다. 언제나 우리는 봄이 다가오기를 소망했고 그곳에는 봄을 미리 준비한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프레이타스 1.jpg

 

 

테레사 프레이타스 사진전은 총 6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Section 1, Among the Flowers (꽃 사이 사이)

Section 2, Spring Dreams (봄의 꿈)

Section 3, At Home, In Colour (홈 그리고 컬러)

Section 4, Spring in the City (도시의 봄)

Secntion 5, La Muralla Roja (라 무라야 로하)

Section 6, By the Water (물가에서)

 

섹션 1 ‘꽃 사이 사이’에 들어서자 트인 들판과 화사한 꽃이 나를 반겨주었다. 봄의 기운을 느낀 나는 외투를 자연스럽게 벗었다. 첫 번째 섹션부터 그에게 색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분홍빛 알렌테주 2는 넓은 분홍빛의 자연을 볼 수 있었다. 나는 실제 알렌테주의 모습이 궁금했고 그 자리에서 검색해 그가 표현하고자 했던 알렌테주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생각으로 맺을 수 있었다.

 

 

프레이타스2.jpg

ⓒ Teresa Freitas, Subject Matter Art, and Artémios/CCOC - Rothko Spring, 2018

 

 

모두가 같은 봄이 왔다하지만 누구에겐 분홍빛 누구에겐 초록빛 누구에겐 잿빛이다.

 

이어서 '도심 속의 오아시스 1,2'라는 제목으로 피우지 못한 꽃봉오리와 함께 속속히 만개한 양귀비가 담겨있었다. 한때에 나에게 예술 작품은 그럴싸한 제목만 붙여 넣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어떤 피사체를 담았던 뭔가 있어 보이는 멋진 뜬구름 같은 단어를 나열하면 작가의 예술이며 우리는 또 예술에 한 발자국 멀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테레사 프레이타스의 ‘도심 속의 오아시스’처럼 제목과 작품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작품은 오랜만이었다. 실제로 생활에서도 우리의 눈길이 잠시 머무는 곳이 있다. 이름 모를 작은 꽃, 주인과 산책 나온 강아지,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대게 이러한 것들은 순수함이 무더 난다. 테레사가 ‘도심 속의 오아시스’라고 제목을 붙인 이유와 그의 감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 모두 작지만 하나씩은 오아시스가 있으니 말이다.

 

사진전에서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작품은‘은둔자의 꽃다발’이다. 테레사 프레이타스의 작품을 보면 의를 가지고 사람을 피사체로 세운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자연스러운 상황을 담아냈으면 구상한 작품은 소수이다. 그 소수의 작품 중 ‘은둔자의 꽃다발’은 어색하고 자연스러웠다.

 

우선 언어의 낯선 나열로 어색했다. 은둔자의 캄캄한 어두움과 와 꽃다발이라는 다채로움의 밝음이 만났다. 두 단어의 만남과 작품 속 소라와 꽃의 만남이 왜인지 낭만적으로 다가왔다. 마치 두 단어가 항상 붙어 다니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은둔자의 꽃다발’을 머릿속으로 되뇌며 꽃다발을 잡고 있는 은둔자에게 빠져들었다.

 

내가 이 작품을 확장하여 겨울이 봄에게 꽃다발을 수줍게 건네는 의미로 해석했다. 테레사 프레이타스에게 있어 봄은 그가 사랑하는 여행을 하기에 좋은 계절이며 모든 생명이 싹트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생물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카메라의 담을 피사체는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어쩌면 나의 해석은 테라사 프레이타스의 다가올 봄을 기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건물을 촬영한 그의 작품을 보며 불현듯 떠오른 생각이 있다. 단 하루도 같은 건물은 없다는 것이다. 매일 다른 날씨에 건물은 매일 다른 옷을 입고 있었다. 햇빛을 받고 그림자가 생기고 비에 젖고 건물의 색은 달라진다. 테레사 프레이타스의 작품들은 색에 대한 나의 묵은 틀을 깨고 있었다. 이를 깨달은 순간, 그동안 무엇을 보며 살았는지에 대한 회의감이 잠시 들어다. 세상을 바라보는 것에 있어 어쩌면 나는 하루만큼이나 짧은 시간 동안 변하는 것들을 같다고 치부하는 것은 아닐지 반성하게 되었다.

 

‘리허설’이랄는 작품이 있다. 제복을 입은 사람 14명이 나란히 서있다. 밝은 주황색 모자를 쓰고 푸른 제복을 입었다. 처음에는 뒤에 세워진 청록색 건물과 사람들이 가진 색의 조화에 바라보았다. 한참을 보니 나란히 서있는 사람들이 나란히 핀 꽃들로 보였다. 첫 번째 섹션에서 보았던 알렌테명주의 들판에 핀 양귀비 꽃이 이 사진에도 흔들거렸다. 푸른 꽃대, 붉은 꽃잎, 청록색의 건물이 알렌테주와 완벽한 오마주이었다. 이것을 발견하고 나는 마음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테레사 프레이타스의 우연이 섞인 의도였을까.

 

나는 또 나름대로 해석을 하였다. 사람이 꽃이며 꽃이 곧 사람이라는 의미를 도출했다. 우리는 모두 지구 안에 살아가는 자연이며 하나의 오아시스라는 것이다.

 

작품의 매력을 더하는 전시의 구성은 테레사 프레이타스 사진전에서 완전하게 느낄 수 있었다. 테레사 프레이타스의 고향인 포르투갈을 창문에서 바라보는 듯한 창문 형태의 작품 구성은 내가 현재 서울인지 포르투갈인지 헷갈리게 만들었다.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풍경으로 이루어져 나의 착각은 깊어져 간다.

 

그와 동시에 절도라고 생각했다. 가끔 사진은 훔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 만들어둔 조형물, 길을 지나가는 사람을 카메라로 순간을 잡아 자신의 작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을 통해 생각했다. 단순히 그 건물만 담기는 것이 아니라 가치관과 철학, 구도가 담겨있으며 그것은 그 작가, 한 사랑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로 인해 작품 앞에 서서 내가 심오한 생각을 하듯 나는 테라사 프레이타스와 같은 곳을 바라보며 담소를 나눈 것이다. 작품 속 피사체를 통해서 테레사 프레이타스가 하고 싶은 말, 그의 눈을 빌려 내가 바라본 그곳에 대한 생각을.

 

+ 테라사 프레이타스 사진전에 내딛기 전게 큐피커 (Qpicker)라는 어플리케이션에서 이번 사진전의 오디오 구매했다. 테레사 프레이타스를 홀로 관찰하는 것보다 깊게 음미하고 싶다면 큐피커와 함께 관람해도 좋다. 작품 옆에 작은 숫자가 쓰여 있으며 그 숫자에 맞게 오디오를 재생하면 된다. 테레사 프레이타스라는 사람과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황혜민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