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범죄자도 자신의 글에서는 주인공이다 [문화 전반]

작가는 자신의 모든 글의 주인공
글 입력 2022.02.1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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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이 많아서 예전만큼 영어책을 많이 읽고 있지는 않지만, 최소한 1주일에 3시간 이상은 읽고 있다.

 

요즘 Blue Lily, Lily Blue (Raven Cycle 시리즈 3권)와 함께 콜린 후버의 신작 Reminders of Him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영어책 리뷰들을 기록한 내 개인 블로그만 봐도 알겠지만, 콜린 후버라는 작가에 대한 내 의견은 상당히 양극에 엇갈린다. 그녀는 가장 상업적인 로맨스 소설을 잘 쓰는 작가이지만, 한편으로는 주인공들이 상당히 정형화되어 있다는 것이 단점이다.

 

잘 팔리는 로맨스 소설의 주인공들 중 콜린 후버의 여주들이 가장 주체성이 떨어지고, 콜린 후버의 남주들은 '마초성' 이외에 큰 특징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성인 대상 소설 중 가장 읽기 쉬운 문체를 가진 소설이기에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읽기 최적화된 소설들을 찍어내는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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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inders of Him 또한 큰 틀에선 이 '콜린 후버 스타일'을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절반쯤 읽은 시점에서, 이 소설은 콜린 후버의 Verity 와 It Ends With Us 와 함께 그녀의 클리셰를 조금 벗어나려 한 특징을 보이기에 콜린 후버의 잘 쓴 소설들 중 하나로 분류하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이 글에선 주제에 벗어나니 이유들을 나열하진 않겠고, 그보다는 Reminders of Him의 여주인공과 그녀의 편지들에 대해 한번 말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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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인공 Kenna는 '범죄자'이다. 많이 사랑하던 남자친구와 차를 타고 가다가 큰 교통사고가 났고, 남자친구가 죽어가는데 그를 두고 혼자 집으로 기어들어가버렸다. 다음날 남자친구 홀로 박살 난 차 옆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었으며, 이 일로 Kenna는 5년형을 받게 된다.

 

Kenna는 감옥에서 죽은 남자친구 Scotty에게 편지 형식으로 꾸준히 글을 쓴다.

 

그 편지의 일부가 Kenna 시점의 챕터에 간간이 나온다.

 

독자는 그녀의 편지와 그녀의 시점을 담은 글을 통해 Kenna라는 인물이 주변 인물들, 특히 Scotty 와 연결된 인물들이 그녀를 시각 하는 것처럼 끔찍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그녀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서술과, 특히 그녀가 쓴 편지들로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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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nna의 편지에서는 그녀가 주인공이다. 독자 또한 소설 내 타인이 아닌 Kenna 시점으로 그녀의 편지를 접하게 된다.

 

자신의 시점에서 사건을 서술하고, 자신의 정제되지 않은 생각을 쓴 그녀의 글들에서 나타난 그녀는, 악독한 범죄자가 아니다.

 

인생에서 모든 사람들은 제각각 자신이 주인공이다. 자신을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면서 타인을 '악마', '나쁜 사람', '좋은 사람', '조력자', '주인공의 부모님' 이런 식으로 자신도 모르게 카테고리를 정하고 타인을 시각 한다. 이 사실을 자신이 자각하는 것과는 별개로, 사람은 원래 이기적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타인이 쓴 글을 보면, 내가 아닌 그가 글의 주인공이다. 글에서만큼은, 내가 아닌 타인이 주인공이다.

 

타인이 주인공인 글을 보며 우리는 타인의 렌즈를 통해 글에 서술된 상황이나 주장을 살펴볼 수 있다.

 

*

 

내가 아닌 사람이 주인공인 시점에서 시각 하는 세상을 우리는 꼭 경험해야만 한다.

 

사람의 지능을 높이고 지식을 늘리는 데에 이만큼 필수적인 일은 없다.

 

같은 문제를 접하더라도 다양한 시선에 입각하여 문제를 해석하는 능력은 결국 자신의 인생을 풀어나가는데 가장 필요한 과정이고, 이것을 제대로 키워줄 수 있는 방식은 타인이 주인공인 남의 '글'을 많이 읽는 데에서 나온다.

 

자아를 보존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우리는 글을 써야 하며, 내가 아닌 사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 우리는 글을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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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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