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순간의 영원을 담아내다 - 영원히 사울 레이터

사울 레이터의 사진들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나다
글 입력 2022.02.08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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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울 레이터, 그는 그저 일상을 관찰하며 기록하는 사진가다.

 

시내 거리에서 머무는 사람들과 그 자리를 지키는 사물들을 그만의 시선으로 담아냈다. 초점이 맞는 사진도 있고, 일부러 의도한 듯 희뿌옇게 초점이 맞지 않는 사진들도 있다. 사진을 ‘잘’ 찍으려고 노력하기보다, 흘러가는 시선을 놓치기 싫어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붙잡아둔 것 같았다.

 

사진들의 연속 사이사이에 레이터가 했던 말들을 인용하여 끼워 넣음으로써, 이 책은 자칫하면 지루할 수 있는 구성에 변환점을 주었다. 이 덕분에 책을 읽는데도 전시회에서 작품을 감상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고, 한 작품을 더 오래 바라볼 수 있어 좋았다.

   

<영원히 사울 레이터>는 크게 두 가지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첫 번째는 ‘사울 레이터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 그의 시선을 담은 풍경과 인물 사진이 주를 이룬다.

 

그는 사진을 찍는 일이 그다지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찍은 평범하고도 고독한 사진들은 큰 의미를 가졌다. 컬러 사진의 선구자라고도 불리며 영화 <캐롤>의 배경에 영향을 주며 영향을 미쳤다.

   

두 번째는 ‘사울 레이터 찾기’이다. 그의 자화상인 듯한 사진들과 그의 뮤즈가 되어주었던 인물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덧붙여져 있다. 또한 애정이 깃든 인물 사진들이 수록되어 있다. 첫 번째 파트와는 달리 명확한 시선이 돋보이는 사진들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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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작품은 1958년에 찍은 주근깨라는 작품이다.

 

한 여자아이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앙증맞은 얼굴에 주근깨가 가득하다. 카메라가 뚫어질 듯한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는 표정이 인상 깊다. 낯을 가려서 그런 걸까? 아니면 낯선 카메라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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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색채의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는 색으로 둘러싸여 있다.”라는 사울 레이터의 말이 단번에 이해되는 사진이었다.

 

우리는 여러 다채로운 빛과 색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우연한 기회로 자각하지 않는 이상, 그 존재를 잊고 살아간다. 까만 벽에 덩그러니 위치한 둥근 거울. 그것은 우리가 평소 느끼지 못했던 간판들의 쨍한 컬러감이 인상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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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제목을 보기 전까지는 웅장한 건물에 더 초점을 맞춘 사진일 것이라 예상했다. 튤립이라는 제목을 보고 나서야 아래쪽에 예쁘게 피어있는 노란 튤립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을 보는데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은 느낌은 오랜만이라 새로웠다.

   

“사람들이 심각하게 여기는 것을 찬찬히 살펴보면 그렇게까지 심각할 필요는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 역시 대부분 그렇게까지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다.”

 

책을 읽다 가끔 울컥하는 구절이 있었는데, 이 구절 또한 그랬다. 평소 수많은 걱정을 달고 사는 나에게 위안이 되는 글귀였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나도 알고 있다. 레이터는 이를 일찍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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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챕터에서는 그의 삶과 예술 활동에 큰 영향을 주었던 두 여성에 대해 다루고 있다. 여동생인 데버라와 평생의 사랑인 솜스이다.

 

데버라는 레이터의 초기작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인물로, 남매의 애틋한 마음이 잘 드러나는 사진들이 잘 드러난다. 패션모델인 솜스는 레이터의 연인으로, 40년을 함께 살며 세월을 보낸 만큼 레이터의 사진에서 사랑이 느껴진다.

   

그리고 사진 자체에 대한 애정이 돋보였던 ‘컬러 슬라이드’‘조각 사진’을 소개하는 파트도 인상적이었다. 워낙 방대한 양의 자료(약 6만 장)라 공개되지 않은 것만 수천 장에 이른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다채로운 색감의 컬러 슬라이드와 조각 사진들이 더 공개되어, 전시에서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

 

내내 읽으면서, 마음속을 맴돌았던 노래가 있다. 레이터 특유의 사진 색감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노래다. 멜로디뿐만 아니라 가사 또한 잘 어우러져서 이 곡의 가사를 인용하며 글을 마쳐볼까 한다.

 

 

♬ Pictures I'm living through for now

지금의 나를 견디게 해주는 사진들을 보면서

Trying to remember all the good times

모든 좋았던 시절들을 기억해 내려 하죠

Our life was cutting through so loud

우리의 삶은 너무 시끄러웠고

Memories are playing in my dull mind

추억들이 흐릿해져 내 마음속에서 재생되고 있어요

 

- Tori Kelly, Paper He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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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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