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페스티벌 입문으로 더할 나위없는 - 2024 SOUNDBERRY THE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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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가 있다면, 고민할 필요가 전혀 없다
친구가 없어도 괜찮다. 필자 역시 이번 사운드베리 씨어터에 혼자 방문해서 뛰어놀았다. 이번처럼 실내에서 진행되는 페스티벌이라면 더 쉽다. 아무 객석에나 앉아서 음악을 즐기다가 좋아하는 음악이 나올 때 스탠딩 존으로 뛰어나가면 된다. 주변을 둘러보면 당신 같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체력이 좋지 않아도 괜찮다. 꼭 공연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지 않아도 괜찮다. 실제로 페스티벌에 자주 가는 고수들은 앞 공연을 스킵하고 저녁 시간부터 뛰어놀기도 한다. 물론 8시간 동안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도 아주 많지만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 현장에서 심장과 함께 박동하는 북소리나 뱃속을 간지럽히는 일렉 기타 소리가 궁금하다면 페스티벌에 가 보자. 특히나 실내에서 진행되는 [SOUNDBERRY THEATER 2024]와 같은 페스티벌은 입문자가 경험을 하기에 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입문으로 사운드베리 씨어터를 추천하는 이유
가장 큰 이점은 다음과 같다. 준비물이 필요 없다. 야외 페스티벌의 경우 돗자리부터 양산, 선크림, 그리고 더 욕심을 낸다면 간이의자와 텐트까지 바리바리 짐을 챙겨 가야 한다. 자차가 없다면 꽤나 고된 여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실내 공연은 얘기가 다르다. 작렬하는 햇빛도 없고 엉덩이를 더럽히는 흙도 없다. 핸드폰과 지갑, 그리고 보조 배터리 정도만 챙겨가면 충분하다. 특히나 이번에 공연이 진행된 KBS 아레나는 객석이 2,222석이나 있다.
두 번째 이점은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야외 페스티벌은 변수가 많기 때문에 현장에서 비가 쏟아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물론 그래도 공연은 진행된다. 우비를 쓰고 다 같이 가수를 응원한다. 페스티벌을 자주 가는 사람들에겐 엄청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기대하고 간 첫 페스티벌에서 비가 온다면? 좋지 않은 기억이 남을 수 있다. 하지만 실내 공연장에선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빗소리와 함께 음악을 즐기며 운치 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처음이라 어리바리하게 굴까 봐 무섭다면
지금부터 다음의 글을 읽으면 당신도 능숙하게 행동할 수 있다.
우선 공연장 입구에 도착하면 맞은편에 천막들이 세워져 있을 것이다. 어렵다면, 대충 사람들이 줄지어져 있는 곳에 따라 서면 된다. 예매내역이 확인되면 손목에 팔찌를 둘러 주는데 놀이동산 티켓과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제 마음대로 공연장에 들어갔다 나올 수 있다.
이제 음악을 즐길 준비가 끝났다. 공연장에 발을 들이미는 순간 커다란 밴드 음악이 귀를 때리겠지만 금방 적응될 것이므로 괜찮다. 좋아하는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 중일 수도 있다. 흥미가 있다면 스탠딩존으로 곧장 달려갈 수도 있겠지만, 처음엔 체력을 비축하길 추천한다. 객석으로 가서 동향을 살피자.
그러다 신이 나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뛰어놀면 된다. 아무래도 스탠딩존에서는 평소에 자주 만날 수 없는 가수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운이 좋다면 개인 멘트에 대답도 해준다. 물론 과도한 개인 멘트는 예의가 아니므로 주의하자.
그러다 보면 배가 고파질 것이다. 당신은 팔찌를 했으므로 마음껏 나갈 수 있다. 페스티벌에서는 중간중간 악기를 세팅하는 대기 시간이 있으므로 그때를 이용해서 배를 채우자. 밖으로 다시 나가면 타코야키나 닭꼬치, 어묵, 닭강정 등을 팔고 있을 것이다. 기호대로 골라 먹을 수 있다. 봄이 오긴 했지만 아직은 찬 바람이 부는 요즘 같은 날씨에 국물을 함께 주는 어묵을 추천한다.
배를 채웠다면 이제 다시 안으로 들어가자. 문 앞을 지키고 있는 직원에게 팔찌를 내밀면 당신은 프리패스다. 그렇게 위의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날이 어두워져 있을 것이다.
페스티벌에 가기 전, 가수들의 음악을 익혀놓자
아는 노래를 함께 즐기는 것과 모르는 노래를 어렴풋이 따라 하는 것은 천지 차이다. 물론 후자의 경우도 즐겁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가수의 다음 곡을 예측하고 익숙한 하이라이트를 따라 부르는 것은 훨씬 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공부하듯이 달달 외워서 갈 필요는 없다. 다시 말하지만, 모르는 노래를 어렴풋이 따라 하는 것도 즐겁다. 실제로 이번 페스티벌에서 필자는 '김수영'이라는 가수를 알아가게 됐다. 처음 보는 가수였는데 부르는 곡마다 서정적이고 감미로워서 마음에 들었다. 새로운 가수를 알아가는 것도 재미가 될 수 있다.
그러니 끌리는 몇몇의 노래만 미리 예습하는 걸로 하자.
참고로 이번 사운드베리 씨어터의 라인업은 위와 같았다.
16일의 나상현씨밴드는 무려 16곡을 불렀다. 60분의 공연 시간을 가장 야무지게 사용한 밴드라고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각자의 밤」이라는 곡은 혼자 방문한 필자를 완벽하게 위로하는 곡이었다. 솔직하면서도 꾸밈없는 가사와 친근하지만 단단하게 다가오는 나상현의 보컬은 청자들의 공허한 마음이 가득 차게 만든다.
하현상은 밴드 세션과 함께 좋은 음악을 보였다. 특히 「Pain」이 기억에 남는다. 떠나지 않겠다는 약속이 공연장을 가득 채우고, 건너편의 핸드폰 불빛이 일렁거리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17일의 죠지는 실내 공연장을 순식간에 야외 잔디밭으로 바꾸어놓았다. 플레이리스트는 신나는 곡부터 감미로운 곡까지 빈틈없이 구성되었다. 밀려오는 파도에 몸을 던지는 「surf」부터 조심스럽게 사랑을 고백하는 「바라봐줘요」까지. 후회 없이 즐긴 한 시간이었다.
페스티벌을 찾는 이유
마지막으로 페스티벌을 찾는 이유를 설명하며 함께 참여하기를 설득하고 싶다.
아무래도 공연장의 악기가 음원으로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특히나 이번 사운드베리 씨어터처럼 밴드 사운드가 기반이 되는 공연에서는 악기 소리가 심장을 터트릴 것처럼 울린다. 이 모든 것은 현장에서만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는 것으로, 영상에는 가수의 목소리만 도드라지게 담긴다. 악기는 그 순간에 존재했던 사람들의 기억 속에만 남는 추억이 된다.
현장의 열기도 빼놓을 수 없다. 방에서 혼자 노래를 듣는 것과 같은 음악을 불특정 다수의 군중과 함께 듣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특히나 몸을 움직이고 뛰어노는 사람들과 섞여 있다 보면 함께 기분이 고조된다. 가수가 유도하는 떼창을 다함께 부를 때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이 있다. 같은 가수의 목소리를, 밴드 세션의 음악을 모두와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이 음악을 배로 즐길 수 있게 해준다.
그러니 음악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은 페스티벌을 찾아보자. 처음이라 겁이 나는 당신에게, 실내 페스티벌은 특히나 좋은 시작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이지연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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